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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남성 패션 <71> 그가 꿈꾼 나라

혁명이 권력이 되는 '반복의 역사'에서 노무현을 되새기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5-10 18:56:55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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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세기 프랑스 귀족들은 코트형으로 늘어뜨린 상의에다 몸에 착 달라붙는 무릎 정도의 하의인 뀔로뜨를 입었다. 모차르트의 독특한 웃음소리로 기억되는 영화 '아마데우스'에 등장하는 패션이 바로 그것이다.
18세기 프랑스 시민혁명을 주도한 이들은 스스로를 쌍-뀔로뜨(Sans-Culotte)라 불렀다. 귀족의 상징으로 화려할 뿐 활동에 불편한 뀔로뜨를 입지 않겠다는 것이다. 뀔로뜨는 귀족들이 몸에 착 달라 붙여 입던 반바지를 말한다. 대신 편해서 평민들이 즐겨 입던 헐렁한 바지를 입었다. 상의 역시 거추장스러운 코트 대신 실용적인 재킷, 까르마뇰(Carmagnole)을 택했다. 옷이 정치적 신념을 표현하는 수단이자 상징이 된 것이며, 자연스레 당시의 주도세력인 이들에 의해 근대 슈트의 원형으로 정착한다. 그러나 성공한 혁명가도 부패한다고 했던가. 자유평등 사상을 외치며 귀족의 옷을 거부했던 이들도 새로운 지배계층으로 굳어지면서 이들의 '쌍-뀔로뜨'는 당대의 지배계층과 그들의 옷으로 역사는 기억한다.

프랑스 혁명이 있은 직후인 19세기 영국에선 산업혁명이 일어난다. 이를 통해 이전에 없었던 엄청난 부를 축적한 새로운 세력, 역사는 이를 '부르주아'라 불렀다. 긴 역사 속에 서로 따라쟁이를 반복하던 프랑스와 영국. 이들에게 이웃나라 프랑스의 지배층의 새로운 패션은 흠모의 대상이었나 보다. 기계화된 방직공장에서 생산되는 양질의 모직으로 자신들의 성공을 과시하는 수단으로 차용하면서 비로소 현대의 비즈니스 슈트로 진화하게 된다. 혁명가의 옷이 신흥권력가의 옷이 되고 계급부정의 복식이 다시 계급과시의 복식이 된 셈이다.

산업혁명과 신흥 부르주아로 말미암고 영국의 영향으로 촉발된 슈트의 역사에 또하나 빠진 게 있다. 부르주아 하면 생각나는 반대의 단어, '프롤레타리아'. 부르주아 내지는 자본주의의 부의 독점에 반기하여 혁명을 주도했던 이들은 혁명의 상징처럼 또다른 복식을 선보였는데 이는 구 소련과 중국 등 공산주의 국가에서 오래도록 사랑받은 바 있다. 이들의 이름을 따 '레닌 패션', '마오쩌둥 패션'이라고도 하며 인민복 내지는 국민복이라 불렀다. 그러나 '쌍-뀔로뜨'가 그러했듯 영국의 최고급 슈트에 대해 민중의 검소한 생활을 대변하고자 했던 다소 밋밋한 이 패션은 그러나 반세기 이상 그리고 현재에 북한의 지배자에 이르기까지 또다른 권력의 상징이다.

시대의 아웃사이더들이 이전 시대의 문제를 딛고 민심을 얻어 혁명을 통해 역사의 주체가 되는 것은 우리 역사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귀족 내지는 기득세력의 부패 속에 고구려가 망할 즈음 대조영이 등장하여 당의 착취 속에 피폐한 고구려 유민과 무시당하던 말갈세력을 규합하여 당과 새로운 힘의 균형을 이루며 발해란 나라를 만들었다. 골품제 신라의 부패 속에 실력은 있으되 신분이 낮은 육두품과 지방의 낮은 귀족인 호족과 함께 왕건은 고려를 세운다. 그러나 이렇게 성장한 신흥세력은 스스로 귀족화 되고 부패하여 발해는 멸망하였고 고려에서는 그 시대의 아웃사이더인 무신들, 친원세력 등으로 귀족화와 신흥세력으로 대체를 반복하다 고려 말 역시 아웃사이더였던 사대부와 이성계에게 조선으로 나라를 내어준다. 하지만 신흥세력이었던 사대부 역시 귀족화되었으며 우리는 이들을 갓 쓰고 두루마기 두른 '양반'이라는 귀족으로 기억한다.

역사는 반복되며 과거의 역사를 배우면 현재와 앞으로의 방향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전 정권의 실패도 현 정부의 난항도 이러한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그들 역시 역사의 반복일 뿐이며 미래 역시 역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면면한 한국사에 역대의 왕들이 그러하였듯, 지금 우리의 현대사가 개혁을 꿈꾸었으나 기득권의 압력과 내부 부패로 선정에 실패한 노무현 대통령을 떠나보낸 지도 3년이 되었다. 무의미한 관습과 불합리한 제도에 반기를 들다 천재의 광기어림으로 내몰리고 예견이라도 한 듯 스스로 망자의 길에 띄우는 모차르트의 진혼곡처럼 미완성이라고 해도 그를 잊지 못할 것이다.

김윤석 영화 남성패션 칼럼니스트 bsnbo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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