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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남성 패션 <65> 사라진 백 년 전의 기억, 대한제국(2)

황제의 옷에서도 읽을 수 있는 망국의 한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3-29 18:53:47
  •  |   본지 3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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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고종을 퇴위시키고 순종황제가 즉위한 후인 1907년께 촬영된 사진으로 추정된다. 황제의 아버지인 고종이지만, 황제의 상징인 목걸이 형태의 중수를 하고 있지 않아 일본의 속국이었던 당시 상황을 반영한다.
기록에 따르면 1896년 1월 13일 추운 겨울날, 조례석상에 고종께서는 단발에 검정색 도스킨 소재의 서양식 대례복을 입고 나타났다고 한다. 고종은 이에 앞서 단발령으로 알려진 '문무관복제 개정령'을 선포한 바 있으며 이날은 이를 몸소 실천에 나선 것이다. 대한제국기까지 몇 번의 개정이 있은 문무관복제는 일본은 물론, 서양 어느 나라와 견주어 손색이 없는 독자적인 것이었다.

때와 장소에 따라 군장(軍裝; 군복), 상장(常裝; 평상복), 예장(禮裝), 정장(正裝)이 있었다. 이 중 최고의 격을 갖추고 의식행사에 착용하는 정장은 대례복을 기본으로 서품과 공훈에 따라 대수, 중소, 소수에다 대견장, 식대(허리띠), 식서(어깨줄) 등을 갖춰 입었다.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대수를 어깨띠 정도로 간단히 묘사하고 있지만, 큰 대(大)자를 쓸 만큼 그리 단순한 패용물이 아니다. 대한제국의 대수는 어깨띠를 두른 다음, 허리춤에는 대한제국 황실의 상징인 이화문양을 천으로 완성하고 그 아래 대수정장을 달고, 가슴에는 다시 어깨띠의 휘장과 한 쌍을 이루는 또 하나의 휘장인 부장을 패용하였다.

휘장을 포함한 대한제국과 황실의 상징은 태극과 이화(梨花; 오얏꽃)로서 품계에 따라 일등, 이등, 삼등 등으로 정,부장을 따로 구분하였으며 황제와 황실의 사람은 금척대훈장(金尺大勳章)을 하였는데 등급을 따질 수 없다 하여 무등장이다. 훈장을 외국사절에게 하사하기도 하였으며 혹은 선린관계에 따라 타국의 부장을 추가로 달기도 하였다.

목걸이 형태의 중수를 황제의 상징으로 걸었으며 팔과 칼라에는 다중 금사(金絲)로 수(모루수)를 놓았는데 특히 소매엔 품계에 따라 줄수를 늘렸다. 고종을 대원수로, 순종을 원수로 11줄과 10줄을 사용했다. 그러나 일제가 국권을 찬탈하고 고종황제를 폐위시킨 후에는 순종께는 대한제국의 중수 대신 일본천황이 하사한 중수를 매게 하고 9줄의 정복으로 사실상 일제의 속국의 대장 정도로 격하시켰다. 또 고종께는 미쳐 준비가 안 되었을 태황(황제의 아버지)에 대한 옷으로 줄이 없이 이화문양만을 사용하였으며 황제의 상징인 중수를 할 수 없었다.

일반적으로 고종황제가 황제복을 입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 사진은 따져보면 단지 화려할 뿐 황제로서가 아니라 국권을 빼앗긴 아픔의 역사를 담고 있는 사진이다. 또 대한제국의 황실의 상징이었던 금척대훈장은 일제가 조선총독부를 만든 이후에는 일본 총독의 것으로 전락하고 만다.

이에 비해 현대에 예장으로 통하는 모닝 코트나 이브닝 드레스(연미복) 등은 당대에도 공존했지만, 서민들이 입을 수 있는 최고의 옷일 뿐이며 황실가와 고관들이 지극히 사적인 자리에서 입는 옷이라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예의 연미복을 입은 고종의 사진역시 망국의 한을 지닌 사진인 것이다.

영화 '킹스 스피치'(The King's Speech, 2010)에서 조지 왕의 스피치 선생이 정복을 입은 조지 왕의 공식석상에서 턱시도를 입을 수밖에 없었던 건 평민이었기 때문이었으며, 실제로 윌리엄 황태자와 케이트의 세기의 결혼식에서 신부의 아버지는 평민이었기에 모닝 코트로 황태자비가 되는 딸에게 축하의 예를 다하였다.

김윤석 영화 남성패션 칼럼니스트 bsnbora@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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