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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남성 패션 <62> 중년 남성, 패션 테러리스트가 되라③

원숙한 남성패션 완성은 중년만이 할 수 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2-03-01 18:57:56
  •  |   본지 2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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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007'에서 제임스 본드는 60년 전 수트임에도 현재에 비해 전혀 손색없는 옷태를 보인다. 셔츠 소매가 재킷에서 조금 나오는 정도가 정상적인 재킷 길이다.
얼마 전 한 성악가의 연주복을 맞춰주며 깔창을 구두에 깔 생각이니 바지를 충분히 길게 해달래서 해주기는 했지만 영 내키지 않았다. 중년 남성이 가장 잘못 입는 것은 바지길이다. 이는 중년뿐만 아니라 한국 남성의 공통된 문제이기도 하다. 바지길이의 기준점은 복숭아뼈로 이를 살짝 덮어주는 정도나 길어야 굽 윗단에 닿을 정도가 알맞다.

바지길이가 길면 다리가 길어 보인다는 생각은 대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여성이 하이힐을 신고 힐굽까지 내려입는 것은 솔직히 봐줄 만 하긴 하다. 그러나 높은 굽으로 몸의 중심과 흔들리고 건강을 잃어가면서까지 그럴 필요가 있을까. 또 남성마저 깔창으로 그렇게 긴 다리에 집착할 필요가 있을까. 구두를 벗으면 맨바닥에 질질 끌리는 바짓단을 보면, 솔직히 회의적이다.

고정관념을 벗어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서양인에 비해 하반신이 짧은 동양인의 체형은 타고난 것이다. 외적인 관념으로 왜 타고난 것을 거슬러야만 할까. 필자의 생각에 한 선배는 '오토코마에 두부'에 나오는 이토 신고를 언급하며 맞장구를 쳤다. 올백 머리가 동양인 게 어울리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올백을 해도 충분히 멋진 동양인이 있다. 발상의 전환이나 스토리텔링에 관한 마케팅이지만, 옷에서도 예외는 없다. 자신의 다리가 짧다고 해서 굳이 길어 보이려 할 필요는 없다. 자신의 핸디캡이나 콤플렉스를 넘어설 때, 진정 자신에게 어울리고 앞서가는 패션이 구현될 것이다.

바지길이는 그렇다 쳐도 소매길이도 마찬가지다. 왜 길게 내어입는 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바지길이가 복숭아뼈를 기준으로 한다면, 소매길이는 손목 양쪽에서 튀어나와 만져지는 뼈를 기준으로 재킷의 소매는 이를 살짝 덮는 정도면 되고 셔츠의 소매는 이보다 좀 더 나오면 된다. 셔츠의 소매를 재킷에 비해 더 내어입는 데는 단순한 경제논리가 있다. 바로 셔츠감인 면이 재킷소재인 울보다는 싸다는 연유에서였는데 이후 안정정인 남성패션 디테일로 자리잡은 경우다. 그러나 많은 경우 셔츠와 재킷의 소매길이가 같거나 심지어 재킷의 길이가 긴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의 권유에는 원칙을 제시하면서도 동시에 관념을 벗어날 것을 요구하는 모순이 있을 것이다. 요는 원칙 없이 무턱대고 입는 것이나 또는 잘못된 관념으로 입는 것이 아니라 먼저 원칙을 알고 제대로 입을 것과 그리고 자신에게 필요하다면 그 원칙마저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분명 하루 아침에 될 일이 아니니 젊은 친구에게 기대할 수 없다. 그렇다면 중년인데, 많은 중년이 많은 경험과 충분한 경륜에도 오히려 손을 놓아버린다. 원숙한 남성패션의 완성은 중년만이 가능한 일이며 그러기 위해 '패션을 테러할 것'을 감히 권했다. 그러나 테러가 테러로 머물러선 안될 일이다. 용감무쌍한 테러 후에 자신에게 어울리는 자신만의 것으로 소화할 때 패션 테러리스트가 아닌, 20대가 따라올 수 없는 멋진 중년이자 패션리더로 거듭날 것이다.

과학계에서 어린 세포와 늙은 세포에 대한 실험을 해보았다고 한다. 놀랍게도 생존력은 늙은 세포가 더 우수했다고 한다. 실험자는 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늙거나 죽어간다는 것이 아니라 보다 생명력 있게 살아간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해석을 내어놓았다. 한 광고의 카피의 말이 맞다. '나이가 늘어간다는 것은 늙어간다는 것이 아니라 멋이 드러나는 것'이다.

김윤석 영화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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