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만들었나… 봉곳 솟은 1268개 언덕 '초콜릿 힐'의 비경

- 로복 강 따라 선상뷔페·크루즈 여행 환상, 바다 위를 가르는 돌고래 무리도 장관
- 희귀 '타르시어 원숭이' 엄격히 보호
- 섬 곳곳에 16세기 스페인 건축물 남아…오갈 때 마닐라 도시 관광은 덤

	코발트빛 바다 위에서 아름다운 이국의 풍경 속에 빠져보자. 그동안 쌓였던 스트레스가 훨훨 날아가는 것을 느낄 것이다.

12월이다. 코끝이 제법 시큰한 게 겨울이 오긴 온 모양이다. 거리는 크리스마스를 맞이하느라 분주하다. 다가오는 크리스마스, 옆구리가 시리거나 추위 엄청 타는 우리 누님, 형님들에게 좀 특별한 크리스마스 여행을 제안해 보려고 한다. 연평균 온도 27.8도, 동남아시아 최고의 휴양지 필리핀. 그 중에서도 가장 '필리핀스러운' 보홀(Bohol)에서 맞는 크리스마스를 말이다.

7000여 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필리핀. 그 중 보홀은 10번째로 큰 섬이다. 필리핀 전체 인구의 83%, 보홀 주민은 90%가 가톨릭이다. 그래서 지금 보홀은 크리스마스맞이 준비로 거리가 온통 축제 분위기다. 사실 보홀 관광은 세부-보홀 코스가 일반적이다. 세부에서 주 관광을 하고 옵션으로 보홀을 찾는 관광객들은 보홀의 진면목을 보기 어렵다. 많이 개발된 보라카이나 세부보다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보홀에서 '날것'의 필리핀을 볼 수 있다. 보홀을 중심으로 여행하려면 세부 대신 마닐라를 경유하는 편이 낫다. 필리핀 민영항공사인 세부퍼시픽 항공에서 올 6월부터 부산-마닐라를 주 4회로 운항하고 있어 보홀의 매력을 저렴하면서도 더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쪽빛바다 속 춤추는 돌고래

	파밀라칸 섬 주위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있는 긴부리돌고래들.

필리핀 특유의 이동수단인 '지프니'와 '트라이시클'을 타고 가면서 보는 보홀의 자연은 눈을 떼기가 힘들다. '필리핀의 아마존'이라 불리는 로복 강(Loboc River). 필리핀 현지요리가 나오는 선상뷔페에서 저녁식사 후 즐기는 로복 강 야간사파리크루즈 여행은 낮에는 느낄 수 없는, 울창한 밀림과 야자나무에 비치는 조명 때문에 영화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 야경을 보는 듯 황홀하다. 천천히 강을 따라 내려오다 보면 지역주민의 공연도 볼 수 있다. 노래와 필리핀 전통댄스 티니클링(일명 뱀부댄스)를 선보이는데 배에서 내려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또 하나 보홀의 대표적인 볼거리가 '초콜릿 힐'이다. 섬 중앙에 위치한 대부분 30~50m 높이를 한 1268개의 언덕인데 건기 때 갈색으로 변하면 '키세스' 초콜릿을 닮아서 '초콜릿 힐'이라 명명되었다고 한다. '2월 14일 발렌타인데이'에 맞춘 214계단을 지나 전망대에 오르니 경이로운 초콜릿 힐 전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타르시어 원숭이

하지만 보홀 여행의 최고 볼거리는 돌고래 친구들이다. 보홀의 부속 섬 팡라우의 알로나 비치로부터 파밀라칸 섬 쪽으로 1시간가량 이동하다 보면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돌고래 무리를 만나게 된다. 긴부리 돌고래와 청백 돌고래 등 한 번에 최대 500마리의 돌고래들을 볼 수 있다. 좁은 요트 선상에서 코발트빛 바다 아래 빠르게 움직이는 돌고래를 보고 있노라면 저절로 흥분이 돼서 소리를 지르게 된다. 눈치(?) 있는 돌고래들은 수면 위를 솟구쳐 오르는 멋진 광경을 보여주기도 한다. 다만 돌고래 관광을 하기 위해선 아침잠을 설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 오전 6시께에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가야 하기 때문. 돌고래관광 신청은 '파밀라칸 섬 돌고래와 고래관찰소'(PIDWWO·Pamilacan Island Dolphin&Whale Watching Organization)(63 928)360-0639 또는 지역여행사에 문의하면 된다.

보홀 섬에만 산다는 '타르시어 원숭이'(일명 안경 원숭이)도 빼놓을 수 없는 보홀의 자랑. 야행성영장류인 이 원숭이는 몸길이가 13㎝이고 눈이 기형적으로 크다. 빛을 싫어해 사진 촬영 시 플래시를 터뜨리면 안 된다. 보홀 섬을 벗어나면 스트레스 때문에 자살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엄격하게 보홀 내에서만 살도록 보호되고 있다고.

■16세기 스페인을 만난다

	'인트라무로스'의 북서쪽 관문이자, '인트라무로스'에서 가장 오래된 요새인 '산티아고 요새'.

1565년 3월 스페인 메가스피 장군과 당시 보홀 추장인 시카투나는 '블로드힐'에서 동맹을 맺는다. 이로써 보홀은 필리핀에서 가장 먼저 스페인에게 문호를 개방한 곳이 된다. 세부는 이보다 약 한 달 뒤 전쟁에 의해 함락된다. 그래서인지 보홀 섬 곳곳엔 16세기 스페인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돌고래 관광 후 상륙한, 코발트빛 바다와 에메랄드빛 바다가 만나는 아름다운 파말라칸 섬에도 1800년대에 지어진 전망대가 있다.

이슬람해적을 감시하기 위한 것인데 해적이 나타나면 고동을 불어 다른 섬에 알려주었다고 한다. 이 섬은 다이빙 포인트로도 유명하다. 필리핀에서 가장 오래된 석조 성당 중 한 곳인 '바클라욘 성당'은 1727년에 완공되었다. 400년이 넘는 세월의 흔적이 고풍스레 묻어나는 이곳은 예수상이 보이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그밖에 다우이스 성당, 로복 성당, 푼타크루즈 감시탑 등을 보고 있자니 16세기 스페인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마닐라시티투어는 덤

	메트로마닐라의 야경. 밤의 마닐라는 수많은 조명과 밤문화를 느낄 수 있는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마닐라 도착 다음 날과 보홀에서 돌아와 부산으로 출발 하기 전, 마닐라 시티투어를 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아름다운 '마닐라베이'의 석양, 마닐라에서 만나는 스페인 도시 '인트라무로스'(Intramuros·스페인어로 'In the World'라는 의미), 그리고 1571년 착공해 필리핀인들의 강제노역으로 약 150년 동안에 지어진 '산티아고 요새'의 웅장함, 곰삭은 돌냄새가 나는 '산 아구스틴 성당'의 아름다움. 그리고 필리핀의 청담동 '마가티'지역 바(Bar)에서 마시는 테킬라 한 잔까지. 보홀의 아름다운 자연에 마닐라의 끈적한 야경까지 덤으로 얻는 셈이다. 취재협조=필리핀관광청(02-598-2290) 세부퍼시픽항공


# 여행 팁

■ 가는 길

김해공항에서 매주 월, 수, 금, 토요일에 세부퍼시픽항공 마닐라행 5J185편이 밤 9시40분 출발한다. 마닐라 도착 후 다음 날 필리핀 국내선을 이용해 보홀로 가면 된다. 마닐라에서 보홀까지 1시간30분가량 걸린다. 요금은 라이트페어(LITE FARE) 이용 시 부산-마닐라구간은 편도당 한화 최저 12만9000원부터 시작하여 단계별 요금이 적용된다. 깜짝 항공권 세일(Seat sale) 등의 프로모션을 이용하면 더 저렴한 요금으로 이용 할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세부퍼시픽항공 한국총판대리점 서울사무소(02)3708-8585~90 또는 부산사무소(051)462-0686. 인터넷 문의는 www.cebupacificair.com

■ 숙소

보홀 팡라오 블루워터 리조트(Panglao Blue Water Beach Resort)-깔끔함이 돋보이는 방갈로형의 리조트로 2011년 7월에 오픈함. 객실타입은 일반룸과 빌라타입으로 구분되며, 조용히 쉬면서 리프레시를 즐기고 싶은 분들에게 안성맞춤. 깨끗한 자연 환경 덕에 스킨스쿠버를 포함한 해양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는 포인트와 근접해 있음. http://panglaobluewater.com.ph


에스까야 풀빌라(Eskaya Beach Resort & Spa)-2007년 5월에 오픈한 6성급 단독형 오션 풀 빌라 형태의 고급 리조트. 초 현대적인 객실 시설을 갖추고 있으며 세계 3대 비치인 보라카이 화이트 비치와 동일한 비치를 자랑. 최근엔 필리핀 복싱영웅 매니 파퀴아오가 가족과 함께 휴가를 즐겼음. www.eskayabeach.com


팡라오 아일랜드 네이처 리조트(Pangalo Nature Island Resort)-팡라오 섬의 유명 고급 리조트들이 모두 섬의 남쪽 또는 남서쪽에 위치한 반면 팡라오 아일랜드 네이처 리조트는 북쪽에 위치하고 있어 도심과 가깝고 주변에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이빙 스폿이 근접해 있음. www.panglaoisland.com

마닐라·보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