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와 자이로토닉을 가르치는 해운대 우동 '베러스파인'의 이지혜 원장이 필라테스를 시연하고 있다.

내 몸이 필요로 하는 운동은 어떤 것일까. 트레드밀 위에서 걷거나 달려 군살을 쏙 빼고 그 위에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을 차곡차곡 쌓는 것도 물론 좋은 운동이다. 어떤 형태든지 몸을 활발히 움직이고 근력을 강화하는 것은 권장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이런 운동이 맞지 않는 사람이 있다. 척추가 약하거나 뒤틀린 사람이 무리하게 웨이트 운동을 하면 몸의 균형이 더 엉망이 되고, 폐나 호흡기가 약해서 얕은 호흡만 뱉는 사람에게는 무조건 헉헉대며 달리는 운동이 역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 성격이 정적인 사람이 몸을 격하게 움직이는 운동을 하면 오히려 스트레스가 되기도 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권장되는 운동은 역동적인 스포츠나 헬스클럽의 피트니스보다는 스트레칭류의 심신 단련법이다. 우리에게는 요가가 가장 익숙하지만 미국, 캐나다 등에서는 '필라테스'가 요가의 인기를 넘어섰고 척추 치료요법인 '자이로토닉'도 생활 운동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에서도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필라테스 열풍이 불고 있지만 아직은 이름조차 낯설어하는 사람이 더 많다. 필라테스와 자이로토닉을 함께 가르치는 해운대 우동 '베러스파인'(051-921-1106) 이지혜 원장으로부터 이 두 운동의 원리와 장점에 대해 들어봤다.

■치료 운동, 필라테스

몸 전체로 큰 들숨과 날숨을 쉬는 필라테스 호흡. 숨쉬는 것만으로도 운동 효과가 크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부상자들을 위한 재활운동사였던 조셉 휴벌튜스 필라테스가 이 운동의 창시자다. 재활운동사가 고안한 만큼 단순한 유·무산소 운동이 아니라 시작부터 치료 운동이었던 것이다.

필라테스의 핵심은 호흡이다. 이 원장은 "필라테스 동작을 하면서 호흡을 무시한다면 아무 의미도 없는 움직임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필라테스의 호흡은 '몸통 호흡'이라고도 불린다. 말그대로 공기를 발끝까지 채운다는 느낌으로 가득 들이마신 뒤 마신 양보다 더 많은 공기를 내보낸다는 느낌으로 한껏 날숨을 쉬는 것이다.

이 원장의 지도에 따라 호흡만 잠깐 따라했는데 숨이 차고 심한 기침까지 터져나왔다. 평소 호흡기가 좋지 않아 씩씩대는 얕은 호흡만 하다가 폐부를 씻어낼 듯 큰 숨을 쉬어서 그런 것인데 이렇게 게으른 호흡을 계속하면 폐와 몸이 제 역할을 못하게 되고 노화를 촉진하게 된다고 했다. 호흡과 함께 천천히 좌·우 스트레칭을 몇회 하고나니 가슴과 등에 땀이 나면서 몸속 깊숙한 곳이 뻥뚫리고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이 동작과 호흡법만 꾸준히 해도 만성적인 허리 통증을 어느 정도 완화할 수 있다고 한다.

■자세 교정·몸속 근육 강화

몸통 호흡을 하면서 몸을 크게, 그리고 천천히 수축·이완시키는 필라테스는 보기와 달리 근력을 단련하는 효과가 탁월하다. 그러나 필라테스로 다진 근육은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만든 것처럼 겉으로 발달하지 않고 몸 안에서 단단해져 바디라인을 매끄럽고 탄력있게 만든다. 또한 디스크가 자리잡고 있는 공간을 넓혀 혈액과 림프의 흐름을 원활하게 함으로써 척추측만증 등 척추 질환과 요통을 완화해 준다.

필라테스는 또 스프링이 달린 특수 기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근육과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는다. 따라서 약한 강도의 재활운동부터 강한 피트니스까지 강도조절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어떤 사람에게 좋을까

척추측만증, 등허리통증, 골반결림 등 척추질환을 앓고 있는 청소년이나 성인에게 가장 권장되는 운동이다. 또 산후 몸관리에도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필라테스의 큰 호흡은 하부늑골부터 골반저근을 자극해서 생식기 주변을 강화시켜 주기 때문이다. 노인들의 기본 근력 강화와 어린이의 성장에도 도움이 되며 자세 교정을 통해 거리를 높이고 부상을 예방하려는 골퍼들도 필라테스를 많이 배우는 추세다.

■자이로토닉은

'베러스파인'의 각종 운동 기구들. 필라테스의 원리를 익히려면 1:1 강습이 효과적이다.

춤을 추듯 리드미컬한 움직임이 특징인 자이로토닉도 필라테스처럼 기구를 이용하는 운동이다. 자이로토닉에 사용되는 도르래형 기구는 다양한 각도와 방향으로 몸을 늘이도록 도와준다. 움직임이 연속적이고 자연스럽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고, 자신도 모르게 조금씩 관절과 몸의 가동범위가 넓어져 유연성을 발달시키는 데 큰 효과를 볼 수 있다. 또 근육과 관절이 강화돼 슬림하고 탄력적인 몸을 만들 수 있다.

자이로토닉에서 기대할 수 있는 가장 극적인 효과 역시 자세 교정이다. 실제로 자이로토닉은 척추 전문병원인 우리들병원이 치료 요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운동이기도 하다.

■필라테스&자이로토닉

이 두 운동은 개념과 원리, 기구가 모두 다른 운동이지만 큰 유사점이 몇가지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몸의 기둥인 척추를 강화하는 운동이라는 점이다. 필라테스와 자이로토닉은 물론 따로따로 해도 좋은 운동이지만 둘을 함께 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 원장은 "몸을 똑바로 정렬시켜주는 필라테스부터 배우고 난 뒤 관절의 가동 범위를 넓히고 유연성을 향상시켜 주는 자이로토닉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며 "뼈와 근육을 손상시키지 않고도 최고의 운동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린 아이부터 노년층까지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