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진구 양정동 민들레 공방의 이영주 대표가 소나무 원목을 자르고 있다. 초보자는 작업할 때 반드시 보호장구를 착용해야 하며 기계 장비가 잘 갖춰진 공방을 선택하는 게 좋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새 가구를 들이고 나서 한동안 눈이 따갑거나 목이 아팠던 적이 있는가. 그렇다면 그건 '새 가구'라서가 아니라 재료에 유해 물질이 잔뜩 포함된 가구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뒤져 최저가로 구입한 MDF나 합판 가구라면 싸서 그러려니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피톤치드를 방출한다는 값비싼 원목가구를 들였는데도 냄새가 독하다면 그건 접착재료나 페인트가 친환경적이지 못한 경우다. 고급 원목에 부재료도 좋은 브랜드 가구는 또 어찌나 비싼 지.

이런 고민 끝에 아이 방만이라도 친환경 가구로 채우고 싶은 부모들은 DIY 공방의 문을 두드리게 된다. DIY 공방에선 모든 원재료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고, 페인트나 마감재도 인증받은 친환경 제품을 골라 쓸 수 있다. 몸이 고되고 가구 모양도 투박하지만 내 아이를 위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친환경 가구를 만든다는 건 뿌듯한 일이다. 같은 재료의 기성 가구를 사는 것보다 비용을 많이 아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알찬 취미를 하나 갖게 된다는 것 또한 DIY 가구의 장점이다. 부산 진구 양정동 '민들레 공방(010-5404-6559)'의 이영주 대표로부터 DIY 가구 입문자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들었다.

■얼마나 배워야 할까

아이용 책상

당연한 말이지만 정말 '사람마다 다르다'. 같은 초보라도 성격이 느긋한 사람은 가구 하나를 만드는 데 두어달이 걸리기도 하고, 집중도가 높다면 탁자 하나쯤은 며칠 만에 만들어 내기도 한다.

입문자의 또다른 고민. 그럼 뭐부터 만들까. 연습용이라면 작은 선반이나 수납함, 원형 의자같은 소품부터 시작해도 좋을 것 같은데 이 대표는 침대든 책상이든 필요한 것부터 만들라고 권한다. 쉬운 것만 만들다 보면 집안에 애물단지만 늘리게 되고 그러다 흥미가 떨어져 정작 필요한 것은 만들지도 못하고 그만두기 쉽다.

■비용은 얼마나 들까

벽걸이 수납장

입문자는 대개 장비가 갖춰진 공방에 회원으로 가입해서 강습도 받고 가구도 만든다. 회비는 공방마다 다르다. 민들레 공방의 경우 강습비를 포함한 회비가 1년에 20만 원, 월회비는 5만 원이다. 공방에 장비가 잘 갖춰져 있는 지, 주인의 실력은 어느 정도인지, 내가 원하는 가구를 만들도록 잘 지도해줄 사람인 지 잘 따져본 뒤 가입하는 게 좋다.

제작 비용은 재료와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비교적 상급 원목인 레드파인으로 기본형 싱글침대를 만든다면 재료비가 30만~35만 원 정도 들지만 원목의 종류만 바꿔도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난다. 예를 들어 피톤치드를 많이 내뿜는다는 편백나무(히노끼) 원목은 일반 소나무 가격의 2.2배나 된다. 느티나무 등 하드우드는 값도 비쌀 뿐더러 일반인들이 구하기도 쉽지 않다. 나무를 얼마나 굵게 쓰느냐, 서랍을 만드느냐 등에 따라서도 비용 차이가 크다.

■투박함과 불편함은 감수해야

의자

인테리어 잡지에 나오는 것처럼 매끈한 가구를 원한다면 그냥 기성 제품을 사는 게 낫다. 기술도 기술이지만 원목 자체의 느낌이 어느 정도 투박하기 때문에 상상처럼 고운 가구가 나오기는 힘들다.

또 원목은 온도와 습도에 따라 상태가 달라진다. 여름철 기온이 오르고 공기 중에 습기가 많아지면 원목이 수분을 머금으면서 팽창하고 반대로 겨울철 기온이 내려가면 수축한다. 원목 가구의 서랍장이 가끔 뻑뻑해져서 잘 안열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친환경적 생활을 위해 '자연 상태'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 것은 가구도 예외가 아니다.

■참고할 만한 사이트

재료도 팔고 DIY 동영상 강의도 하는 어돈 손잡이닷컴(www.sonjabee.com)이 유명하다. 이밖에도 프로방스, 위드, 올리브데코, 이디안, 내디내만, 더다이, 민하우스, 철천지 등 관련 사이트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