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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맛따라] 해운대구 좌동 한식당집 `이재(李齋)`

"생강 유자 매실 등 3년 발효시킨 진액으로 맛을 내고 있어요"

잘게 썬 같은 재료와의 맛 차이는 천양지차

보쌈과 회 동시에… 가족모임·상견례에 제격

"한식 세계화의 초석 우리가 놓을 거예요"

  • 글·사진=이흥곤 기자
  •  |   입력 : 2010-09-30 19:07:49
  •  |   본지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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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쿠리에 담겨 나오는 보쌈을 비롯한 각종 음식.
방문을 열고 들어서니 5개의 와인잔에 농담을 달리하는 노란 빛깔의 액체가 절반가량 들어 있다. 자세히 보니 와인잔 밑에 조그만 이름표가 붙어 있다. 매실 메밀싹 사과 유자 생강이라 적혀 있다. 방안에는 장성한 청년 두 명과 어머니가 앉아 있다. 어머니는 전문가 수준의 아마추어 요리연구가 주미(52) 씨이고 두 청년은 연년생 아들 이청원(30) 봉천 씨이다. 최근 두 아들이 함께 문을 연 한식당에서 어머니가 아들에게 음식 강의를 전수하고 있는 모습이다. 불을 끈 후 글을 쓰고 떡을 써는 석봉의 모자가 떠오른다.

"기존 식당에서 사용하는 모든 재료는 거의 비슷하다. 차이라면 얼마나 그 재료들을 연구하고 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서론은 대충 그랬다.

와인잔의 액체는 어머니 주 씨가 3년 정도 발효시킨 매실 메밀싹 등의 진액. 희석시켜 음미해봤다. 향기가 좋고 깊은 맛이다. 톡 쏘는 맛이 강한 생강의 발효 진액이 이렇게 깊은 맛을 낼 줄이야.

3년 발효시킨 유자 진액을 곁들인 닭가슴살 샐러드.
"생강을 잘게 썰어 음식에 곁들인 것과 발효시킨 진액을 넣은 음식 중 어느 것을 택하겠어요. 당연히 후자겠지요. 이게 바로 웰빙식이자 한식 세계화의 초석이 되지 않겠어요." 다시 한 번 값비싼 와인을 음미하듯 한 모금 입에 넣어 혀로 살살 굴린 후 넘겼다. 맛에도 저력이 있다는 표현이 이럴 때 어울린다.

해운대구 좌동 백병원 옆에 위치한 한식집 이재(李齋·051-703-9001). 이곳 음식 하나하나에는 발효 진액과 제철 과일로 만든 소스 등 천연조미료로 맛을 낸 웰빙음식이 기다리고 있다. 깔끔한 인테리어에 곳곳에 요즘 보기 드문 됫박과 돌로 된 조각품들이 배치돼 운치도 좋다. 상견례나 가족 모임은 물론 외국인들에게 한국의 맛을 알리기에 안성맞춤이다.

회·보쌈(1인 2만 원)과 스페셜 보쌈(3만 원)은 회와 보쌈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둘은 버섯찜 새우칠리볶음 전복 참치 등 요리 가지 수와 질에 약간의 차이가 있다.

'이재'의 이청원(왼쪽) 점장과 그의 동생 봉천 씨.
샐러드가 먼저 나온다. 양배추 샐러드의 과일 소스는 새콤달콤, 닭가슴살 샐러드의 유자 소스는 '예술이다'. 3년 발효시킨 유자 진액이 퍽퍽한 닭가슴살 맛을 새롭게 태어나게 해준다. 부침개는 식지 말라고 무쇠철판 위에 나오고, 신선한 생선회는 개불 멍게 등 각종 해산물과 함께 나와 푸짐하다. 고래고기도 보인다. 오향족발까지 곁들이니 배가 금세 불러온다.커다란 소쿠리에 또 다른 산해진미가 올라온다. 메인인 보쌈과 김치다. 함께 나온 사과를 베이컨으로 싼 베이컨말이와 치즈와 은행을 곁들인 그린 홍합을 맛볼 때는 한식과 양식의 경계를 넘나드는 맛의 조화를 느낄 수 있다.

워낙 푸짐해 식사는 통상 손님 10명 중 3명 정도 한다고. 비벼먹기에 좋게 양은냄비에 각종 나물이 나와 된장과 함께 먹는다. 후식은 생강단술. 3년 발효의 진면목을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점심 시간에는 7000원짜리 정식을 먹으면 좋다. 불고기나 된장 제육볶음 생선조림 등이 매일 번갈아가며 나온다.

연세대 경영학과를 나온 이청원 점장은 "아직은 어머니의 도움을 받고 있지만 머지않아 어머니의 손맛에 젊은이 특유의 고유한 색깔을 가미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된 한식집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경희대 외식경영학과를 나와 국내외에서 다양하게 서비스업을 경험한 봉천 씨는 "맛과 서비스 면에서 해운대를 넘어 부산에서 최고의 한식집이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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