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 뒤 해수욕을 즐길 수 있는 경남 남해 은모래비치와 금산

여름이다. 한창 무르익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여름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한 휴가계획을 이미 세웠을 것이다. 실행에 옮긴 이도 있겠다. 자녀들의 방학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다음 주부터 가족 단위의 '일상 탈출'이 봇물처럼 터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 속의 '네덜란드 도시'로 유명한 하우스텐보스 풍차

싫든 좋든 한 번쯤은 어디론가 떠날 수밖에 없는 계절. 여유가 좀 있다면 일본 나가사키현 사세보를 찾는 '깜짝 해외 방문'도 괜찮겠다. 사세보에는 17세기 네덜란드의 왕궁과 거리를 그대로 재현한 하우스텐보스가 있는 곳으로, 한 번 방문으로 일본과 네덜란드의 분위기를 만끽할 수 있는 이점이 있기 때문이다. 때맞춰 하우스텐보스에서는 오는 15일부터 어린이들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새롭게 내놓고 가족 단위의 방문객 유치에 나선다.

사세보관광컨벤션협회의 미쓰하루 이이다 이사장은 "사세보 시와 관광업계에서는 최근 한국인 관광객에 가장 관심이 많다"며 "한국인들이 편안하고 즐겁게 지낼 수 있도록 관광지 표지판은 물론 여행 안내서 등에 한국어 표기를 마친 상태"라고 말했다. 이번 여름 가족 해외 여행을 계획했다면 눈여겨볼 만한 장소다.

하우스텐보스를 찾은 관광객들이 범선 '간코마루'에서 벌이는 선상 체험

그렇지만 귀찮기도 하다. 빠듯한 경제사정도 문제다. 즐거운 마음으로 떠났다가 오히려 심신의 피로만 더 쌓고 귀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매년 이맘때쯤 수많은 사람들이 일시에 휴가를 떠나는 대한민국의 여름은 항상 '피곤하다'. 다들 비슷한 시기에 맞춰 피서지를 찾아 떠나고 , 또 떠난다. 전국의 유명 피서지는 사람들이 몰리면서 몸살을 앓는다. 일 년 중 짧지만 가장 번잡한 시기를 보낸다. 우리나라의 독특한 휴가 문화가 만들어낸 산물이다.

그래도 어쩌랴. 여름휴가를 갔다는 시늉이라도 내야 할 것 아닌가. 아쉽게도 휴가 기간이 짧다면 평범하지만 알찬 휴가지를 찾으면 될 일. 명소가 아니라도 좋다. 이 땅에는 더위를 피할 수 있는 곳이 널려 있다. 피서가 따로 있나. 가까운 곳에는 바다가 있다. 해운대를 비롯해 광안리, 다대포 등 타 지역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유명 해수욕장을 끼고 있는 부산 사람들은 경남의 한적한 해수욕장을 찾을 수 있다. 산행도 하고 지친 몸을 바다로 풍덩 던질 수 있는 곳도 있다. 그 가운데 금산과 은모래비치(옛 상주해수욕장)를 결합시켜 다양한 형태의 관광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경남 남해 일대에 눈길이 간다. 창녕의 부곡하와이에서도 이번 여름 피서객을 위한 아이템을 개발해 내놓았다.

근교산을 찾아 가족들끼리 힘든 산행을 하는 가운데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건강을 다지는 알찬 피서도 있을 법하다. 자가용을 이용해 오토캠핑을 즐길 수 있다면 번잡하지 않고 이번 여름을 잘 보냈다고 자부해도 되겠다.

일본의 국립공원 구주쿠시마. 사진=사세보 관광컨벤션협회 제공

도심의 열기를 식혀주는 분수대 근처를 유유자적 거닐어 보자. 밤 시간대 그곳은 도심의 여름을 아예 잊을 수 있는 '명소'로 변한다. 굳이 멀리 떠나는 것만이 피서가 아닐 것이다. '호캉스'(도심 호텔에서 피서를 보내는 것)는 어떨까. 언제나 그랬듯 피서 인파에 부대끼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최근 선호하는 휴가 방식이라나.

올여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떠날 것이다. 이미 떠났다 돌아온 사람들은 어떤 추억을 만들었까. 여름은 그래서 저마다 사연이 많은 계절이다.

떠날 수밖에 없다면 떠나자. 그냥 탈출했다 복귀하면 될 터. 멀리 떠나고 싶다면 그렇게 하면 된다.

누구나 제 나름대로 여름을 즐기는 방식을 갖고 있는 법이다. 그렇지만 가만 있어도 땀이 주룩주룩 흐르고 조금만 귀찮아도 짜증이 절로 나는 이 계절에는 심신의 피로가 더 쌓이는 휴가는 피하자. '짧지만 굵게' 즐기는 여름을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