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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맛따라] 부산진구 초읍동 `사랑채`

"돌솥정식을 시키면 웬만한 한정식집 풀코스가 나오지요"

가격 1만2000원, 다른 집 3만 원대와 비슷

가정집 개조, 마당엔 소나무 화초 자라 푸근

주문 후 모든 음식 만들어 "대접받는 기분"

  • 국제신문
  • 글·사진=이흥곤 기자
  •  |  입력 : 2010-03-04 19:17:2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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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궐같은 화려한 집도 아니다. 대로변의 눈에 확 띄는 집은 더더욱 아니다.

도심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는 주택가 골목의 마당 있는 가정집을 개조한 이곳엔 식사 때가 되면 단골 손님들이 삼삼오오 찾아온다. 그렇다고 입소문을 타 줄을 서서 기다려야 하는 집은 아니다.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인근 골목에 위치한 '사랑채'. 요리는 정갈하고 맛깔스럽다.

돌계단을 밟고 올라가는 진입로 위쪽에는 운치 있는 등 굽은 소나무가 호위하고 있고 마당 곳곳엔 키 작은 상록수와 화초 그리고 장식용 항아리와 석조가 조화를 이루며 자연스럽게 배치돼 있다. 안으로 들어서면 낯익은 노랫가락이 은은하게 들려온다. 살짝 귀 기울여 보니 송창식 어니언스 등 7080세대의 노래들이다. 반가웠다.

방은 세 칸. 제일 큰 방은 마당을 볼 수 있게 통유리로 배치했다. 벽 양쪽에는 동양화가 걸려 있고 한쪽 구석에는 털난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모처럼 집에서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듯한 묘한 기분이 든다.

주메뉴는 돌솥정식. 말이 돌솥정식이지 실제론 한정식 코스요리로, 마지막에 돌솥밥이 나온다.

놋그릇에 숭늉이 먼저 나오고 죽과 김치전 등 가벼운 음식이 뒤따른다. 방금 부친 듯 온기가 살아 있다. 이후 찬 음식과 따뜻한 요리 순으로 이어진다.

대충 열거해보면 이렇다.

야채샐러드와 대나무통에 직접 만든 찐만두, 한방 야채수육, 도토리묵밥, 골뱅이무침, 탕수육, 버섯구이 등이 나오고, 밑반찬으로 연근, 검은색 밤콩, 녹차우엉, 멸치볶음, 시금치, 삶은 호박고구마, 달래 등 봄나물, 창란젓, 더덕무침, 버섯볶음, 두부구이, 열무김치, 김치, 비트물김치 등이다. 대충 헤아려봐도 30가지는 족히 넘는다. 하나같이 맛깔스럽다.

일식처럼 시각적인 면이 고려된 것이 눈에 띈다. 분홍 및 그린빛을 낸 탕수육에는 형형색색의 브로콜리 당근 무 파프리카 등을 각종 문양으로 만든 후 검은깨를 곁들여 색대비를 꾀했다. 더덕무침은 초록의 나뭇잎 위에 올려 놓았다. 버섯전에는 초록과 붉은 고추를 잘게 썰어 올렸고, 분홍빛의 비트물김치엔 주황색 당근과 초록의 고추로 한껏 멋을 냈다. 입과 눈으로 동시에 먹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식사는 돌솥밥에 꽁치구이 된장찌개 김치찌개 계란찜이 뒤따른다. 뚜껑을 여니 인삼 잣 밤 은행 대추 콩 흑미 등이 향과 맛으로 입맛을 돋워준다.

웬만한 고급 한식집의 3만 원대 급인 이 진수성찬의 가격은 놀랍게도 1만2000원(2인일 경우 1만4000원). 직원들까지 아주 친절해 정말 후한 대접을 받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주방장이자 안주인인 천희정(54·사진) 씨는 "한 60대 할머니가 식사 후 평생 지금까지 이렇게 정성스럽고 맛깔스러운 상을 처음 받아본다고 말씀하실 때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런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선 참을성이 있어야 한다. 메인 요리뿐 아니라 사이드 음식도 주문받은 후에 만들기 때문이다. 돌솥밥도 다 된 후 촉촉해질 때까지 5~7분 정도 뜸을 들이는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약수로 끓이는 삼계탕(1만1000원·2인 이상)은 예약 주문만 받는다.
문을 연 지 이제 겨우 7년. 가깝지만 차를 타고 와야 하는 법조타운, 부산의료원, 교육청 등에서도 단골이 늘 정도로 차츰 입소문을 타고 있다.

부산시민도서관을 지나 만나는 첫 번째 골목 중간쯤에 위치해 있다. 주차는 골목 입구 주차장에 하면 된다. (051)805-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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