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개봉한 영화 '해운대'(감독 윤제균)가 5일 만에 관객 200만 명을 돌파하는 등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이 같은 추세라면 1000만 관객은 무난히 넘을 것이라고 영화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해운대' 성공 요소는 재난영화의 탈을 쓴 휴먼드라마라는 점. 쓰나미 속에 묻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관객들 가슴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해운대'의 주인공 연희로 분한 하지원을 최근 서울 삼청동 카페에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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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해운대'에서 연희 역을 맡은 하지원이 촬영소감에 대해 밝히고 있다. 이용우 기자 ywlee@kookje.co.kr |
하지원은 "이번 영화는 순전히 윤제균 감독님을 믿고 출연한 것"이라며 운을 뗐다.
"어느 날 윤 감독님한테 연락이 왔어요. '해운대에 쓰나미가 오는 영화인데 네가 꼭 출연을 해야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색즉시공'(2002년) '1번가의 기적' (2007년)을 윤 감독님과 함께 하면서 '절친'이 됐거든요. 무조건 오케이했어요."
하지원은 이 영화에서 강인하면서 결국 영웅이 되는 여성이거나 세련되고 도도한 연구원일 것이라고 생각했단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보니 왠걸. 그는 무허가 횟집의 촌스럽고 억척스러운 여자 연희 역이었다. 기대는 깨졌지만 소녀가장이나 다름없는 연희는 무척 연민이 가는 인물이었다. 표현하지 못하고 마음 속으로만 꾹꾹 눌러담는 만식(설경구 분)과의 사랑에도 마음이 갔다.
하지원은 '해운대'가 재난영화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고생은 예상했다. 하지만 촬영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가장 힘들었던 장면은 쓰나미에 휩쓸려가는 만식을 연희가 전봇대에 매달려 붙잡아주는 장면. 설경구는 그의 체중을 하지원의 팔에 그대로 실었다. 폐수영장 세트장에 동원된 물대포와 강풍기는 차가운 물과 바람을 쉴새없이 뿜어댔다.
"처음에는 안전장치를 받쳤는데 느낌이 안 살아났어요. 갑자기 설경구 씨가 정말로 제 팔에 매달린 거예요. 팔이 찢어지는 느낌이었어요. 옆에서는 물이 넘치고 바람이 불지 팔은 아프지, 너무 힘들어서 리허설 때는 목소리가 안 나올 정도였죠."
하지원은 무엇보다 사투리를 부산 토박이처럼 해야한다는 것이 가장 부담이 됐다. 고향이 부산인 윤제균 감독은 사소한 억양이라도 대충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부산에 잠깐 놀라온 아가씨도 아니고, 부산에서 태어난 토박이를 연기해야 한다는 게 생각만큼 쉽지 않았어요. 부산 토박이가 어색하게 사투리를 하면 관객들이 얼마나 비웃겠어요. 연희의 거칠고 순박한 표정과 말에서 영화의 진정성이 나온다고 생각했습니다. 사투리가 힘드니까 연기도 힘들고 그러니까 해운대 울렁증까지 생기더라구요." 물론 하지원은 영화 속에서 부산사람에 버금갈 정도로 사투리를 구사한다.
'해운대' 촬영 종료 후 '내 사랑 내 곁에' (감독 박진표) 촬영을 위해 부산을 다시 찾았을 때 그는 고향에 돌아온 것 같은 기분이었다. '해운대' 촬영하면서 뚫었던 미용실과 피부관리실도 다시 찾았다. 지난 10년 동안 '촬영장과 집'밖에 모르고 살았던 하지원은 "CG가 입혀질 것을 가정하고 허공을 보며 연기하는 게 왜 그리 재밌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밝혔다. 그렇게 촬영하는 게 마치 테마파크에서 노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나.
드라마 '다모' '황진이', 영화 '1번가의 기적' 등 그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아름답거나 청순가련하거나 여성스러운 인물들은 없다. 이 악물고 상대방과 싸우거나 고생을 사서하는 인물들이 대부분이었다. 브라운관, 스크린 속의 그녀는 땀에 절여있거나 상처투성이였다. 이에 대한 그의 대답은 간단하다. "제가 청순가련형은 아니잖아요? (웃음) 인형 같은 배우가 되는 건 별로 매력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