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 스카우트'는 돈가방을 둘러싸고 인간 군상이 온갖 추악한 밑천을 다 드러내는 '강탈 영화'의 일종이다. '범죄의 재구성'이나 '오션스 일레븐'의 주인공들처럼 한탕을 꿈꾸며 돈 가방을 탈취해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강탈당한 돈을 찾기 위해 네 여자가 뭉쳤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서민들이 모여사는 봉촌 3동이 발칵 뒤집힌다. 미용실 원장 성 여사가 동네 아줌마들의 곗돈 2억여 원을 들고 잠적한 것이다. 학원 승합차를 운전하며 푼돈 버는 미경(김선아), 동네마트에서 일하며 백수 아들과 함께 사는 이만(나문희), 인형 눈 붙이기부터 안해본 일이 없는 봉순(이경실) 등 피해자 대표 3인방은 형사들의 미온적인 태도를 보다 못해 직접 나서기로 한다. 여기에 사채빚에 시달리는 골프장 캐디 은지(고준희)가 가세한다. 그들이 분연히 일어선 이유는 충분하다. 푼돈 모아 도시락 체인점을 여는 게 꿈이었던 미경이나, 아들 수술비 겨우 마련해 놓고 이자 몇푼 더 벌어보고자 덜컥 계주에게 돈을 맡긴 봉순, 마트에서 반품 물건 빼돌려가며 주머닛돈 모았던 이만에게 몇 백만 원은 피보다 더 귀한 돈이었다. 아무런 무기도, 계획도 없이 네 여자는 성 여사가 단골로 드나든다는 미사리 카페촌에서 잠복을 시작한다. 그러나 봉촌동 강탈 사건은 그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 20억 원이 넘는 회사의 채권을 챙긴 남자와, 동네 아줌마들의 곗돈을 챙긴 미장원 성 여사는 동업자로 손 잡아 놓고 서로를 속이고 배신하며 관계가 꼬여가고, 채권을 찾아 이 둘을 추격하는 해결사 남자와 봉촌동 아줌마 부대까지 얽히니 곗돈 찾는다고 끝날 일이 아니었던 것이다.
'걸 스카우트'는 20대에서 60대에 이르는 네 여자의 조화로운 호흡이 생명이다. 억척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60대 이만과 40대 봉순. 하는 일마다 되는 게 없는 30대 미경. 그리고 프로 골퍼의 꿈을 접은 것도 억울해 죽겠는데 골퍼들로부터 수모당해가며 사채빚까지 진 20대 늘씬한 캐디. 나이 불문하고 이들 4인방은 온몸 던져 돈가방을 사수한다. 60대 배우 나문희까지 와이어 액션을 선보일 정도이니 카레이서 수준의 운전 실력에다 무지막지하게 얻어맞고 끌려다니는 김선아의 투혼은 말할 것도 없다. 드라마 '사랑과 야망'에서 능청스런 파주댁으로 합격점을 받았던 이경실은 이제 개그우먼의 딱지를 떼버려도 좋을 것 같다.
주인공들이 여성이다보니 여타 돈가방 강탈 영화만큼 폭력적이거나 잔인하지는 않다. 대신 코미디 코드를 유연하게 녹여 넣어 부담없이 즐길 만하다. 다만 겁없는 네 여자의 '무대뽀 로드무비'로 시작해 유괴극으로 비화되는 종반부는 약간 난감해 보인다. 6월 5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