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프리미어의 열광에 힘 입은 '인디아나 존스-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이 한국에 상륙했다. '레이더스'(1981년), '인디아나 존스'(1984년), '인디아나 존스-최후의 성전'(1989년)으로 이어졌던 시리즈의 네 번째 이야기가 19년 만에 등장한 것이다.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자 조지 루카스, 주연배우 해리슨 포드. 모든 것이 똑같다.
'크리스탈 해골의 왕국'은 3편이 끝난 시점부터 정확하게 19년이 지난 1957년이 배경이다. 적대국이 나치 독일에서 냉전 시대의 '소련'으로 바뀌었고, 해리슨 포드는 희끗희끗한 머리를 중절모 속에 살짝 감춘 채 고고학 박사 인디아나 존스로 돌아왔다. 약간 둔해지긴 했지만 "옛날엔 나도 펄펄 날았는데" 라는 애교섞인 푸념과 함께 노익장을 과시한다. 성궤, 신비의 돌, 성배 등 언제나 성물을 찾아 전 세계를 휘젓고 다니던 인디아나 존스는 4편에서 뉴멕시코와 페루를 넘나들며 마야 문명의 비밀을 담은 크리스탈 해골을 놓고 소련 특수부대와 대결을 벌인다. 존스의 새로운 정적은 미모의 소련 여장교 이리나 스파코(케이트 블란쳇). 1편의 제작비가 1800만 달러였던데 비해 4편의 제작비는 무려 1억2500만 달러에 달한다. 그 만큼 세월이 흘렀다. 세월은 흘렀지만 천하무적 불사신 존스는 건재하다. 빗발치는 총탄 속을 뒹굴어도 상처 하나 없으며 달리는 트럭에 뛰어들어 적들을 맨손으로 쓸어버리는 괴력도 여전하다. 4편에선 심지어 핵폭발 속에서도 냉장고를 이용해 살아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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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샤이아 라보프. 존스의 아들 머트로 출연해 맹활약을 펼친다 |
'인디아나 존스'의 컴백을 전 세계 관객이 고대했던 것은 액션 어드벤처의 고전으로 남은 전작들에 대한 향수 때문이다. 1, 2년 간격으로 빠르게 제작되는 다른 속편과 달리 업그레이드에 대한 부담없이 그 시절, 그 액션을 갈구하는 관객들에게 부응하기로 작정한 듯 영화는 '창조'보다는 '재활용'에 치중하고 있다. 지프를 탄 존스 일행이 거대한 폭포 아래로 세 차례에 걸쳐 낙하하는 장면이나, 존스가 채찍을 휘두르는 장면은 전편의 오마주. 또한 존스의 아버지 헨리 존스로 출연했었던 숀 코너리가 사진으로 등장하는 대목이나, 1편의 존스걸 메리언(캐런 앨런)이 존스의 아들까지 동반해 등장하는 장면도 마찬가지. 뱀-벌레-쥐 로 이어지며 인디아나 존스를 괴롭히던 '동물테러'는 4편에서 개미떼로 바뀐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CG를 남용하는 대신 거대한 세트를 활용하고 있다. "CG기술은 좋은 스토리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것이 제작자 조지 루카스의 생각. 제작진은 유니버설, 소니, 워너브러더스 등 초대형 스튜디오를 몽땅 대여해 80피트에 달하는 거대한 돌탑과 페루의 공동묘지, 사라지는 돌계단 등을 실물 크기로 제작해 최대한 리얼 액션으로 영화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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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런 앨런. 1편의 존스걸 메리언 으로 출연했으며 이번 영화에서는 극중 아들과 함께 등장한다. |
영화의 엔딩부분에선 존스가 흘린 모자를 이용해 5편을 슬쩍 예고하고 있다. 5편의 주인공은 샤이아 라보프가 될 분위기다. 샤이아 라보프는 존스가 떠난 뒤 메리언이 혼자 낳은 아들 머트로 출연해 대를 이어 맹활약을 펼친다. 그리고 이 영화의 진정한 위트는 크리스탈 해골의 정체에 있다. 크리스탈 해골이 실체를 드러내는 순간 객석에선 허탈함과 감탄이 엇갈리는 웃음이 터져나온다. 그리고는 이내 고개를 끄덕 끄덕하는 분위기다. 힌트는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