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0회를 맞았던 칸 국제영화제가 의미있는 기획을 했다. 37명(35팀)의 거장 감독에게 '영화관'이란 제시어를 던져주고 3분짜리 영상에 담아보라고 주문한 것이다. 다른 감독들이 무엇을 어떻게 만드는지 전혀 모른 채 감독들은 작업에 임했다. 그리고 그 단편들은 '그들 각자의 영화관'이라는 제목의 옴니버스 영화로 완성됐다.
참여한 감독들의 면면은 화려하다. 라스 폰 트리에, 난니 모레티, 구스 반 산트, 첸 카이거, 조엘·에단 코엔, 글로드 를르슈, 장이모우, 왕자웨이, 기타노 다케시, 켄 로치, 빔 벤더스, 차이 밍량, 로만 폴란스키, 데이비드 린치,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등. 칸 영화제와 인연이 많은 세계적인 감독들이 기꺼이 참가했으며 그들이 만든 3분짜리 단편들은 짧지만 강한 여운을 남긴다. 감독들은 시각장애인의 영화 관람, 영사 사고, 애정행각이나 신음소리, 도둑질 등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보이는 소재를 선택해 작은 감동과 반전도 담아내고 있다.
기타노 다케시 감독은 '어느 좋은 날'이란 제목으로 낡은 영화관을 홀로 찾은 한 농부의 모습을 담았고 난니 모레티 감독은 '영화관을 찾는 사람들의 일기'에서 '가을의 전설' '매트릭스'를 본 경험을 수다스럽게 펼친다. 장 피에르·뤽 다르덴 감독의 '어둠 속에서'는 어두컴컴한 극장에서 소매치기를 하려는 소년과 손수건을 찾으려는 한 여자의 손이 포개지는 것을 포착한다. 장이모우 감독은 하루 종일 야외 상영이 시작되는 걸 기다렸다 막상 영화가 시작되자 잠이 드는 한 시골 소년의 순수한 모습을 그린 '영화 보는 날'을 내놓았다. 차이 밍량 감독은 젊은 시절의 아버지와 노년의 어머니가 함께 영화를 보는 판타지적 요소를 살린 '꿈'을 소개한다. 이스라엘 감독 아모스 지타이는 평온하던 극장이 폭격으로 아수라장이 되는 모습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독일 감독 빔 벤더스는 100년의 식민 지배와 30년의 군부독재, 10년의 시민전쟁이 끝난 콩가 마을 사람들이 스크린 대신 TV모니터가 놓여진 강가의 작은 영화관에 보여 영화를 보는 평화로운 모습을 담았다. 놀라운 것은 감독들이 서로에 대한 정보없이 각자 작품을 만들었는데 소재의 중복 없이 각양각색의 작품이 나왔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 안에 모두가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도 경이롭다.
35팀이 37명이 된 이유는 조엘·에단 코엔 형제와 장 피에르, 뤽 다르덴 형제가 참여했기 때문. 그리고 소개된 작품이 32개뿐인 것은 제작을 맡은 질 자콥의 작품이 없는데다 마이클 치미노와 코엔 형제의 작품이 아쉽게도 완성판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거장들의 숨결을 한꺼번에 느낄수 있는 '그들 각자의 영화관'은 제61회 칸 영화제 개막에 맞춰 15일 서면 CGV에서 개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