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성? 없으면 어때. 그냥 잘 만든 오락영화 하나 보고싶다." "미친 듯이 웃고 싶어. 한국영화 너무 심각했잖아?" "웃기지 않아도 좋아. 그냥 우리 영화 보고 싶다니까."
한국영화 개봉작이 전무한 잔인한 5월. 극장 앞의 관객들은 이런 말들을 주고 받고 있었다. 지난 2004년 1월 '태극기 휘날리며'와 '실미도'가 관객 1000만 명을 잇달아 동원하며 한국영화는 시장점유율 80%를 넘어서는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그러나 1년도 안돼 충무로는 침체의 늪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다. 그 때 충무로 영화인들은 강우석 감독을 목빠지게 기다렸다. '공공의 적2'가 한국 영화를 위기에서 건져낼거라 믿었던 것. '공공의 적2'는 관객 400만 명을 동원하며 약간의 아쉬움을 남겼지만 어쨌든 돌파구는 마련해줬다. 그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서, 충무로는 또 다시 강우석을 기다리고 있다.
충무로의 맏형으로서 절박해진 강 감독은 아끼는 캐릭터 강철중을 꺼내 들었다. 그리고 '공공의 적' 시리즈 세 번째 이야기 '공공의 적 1-1:강철중'을 직접 찍었다.
개봉을 한 달 여 앞두고 강 감독을 충무로 모처에서 만나 허심탄회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 자리에는 '강동서 강력반 강 형사'로 돌아온 설경구가 함께 했다.
 |
| 강우석 감독-위기의 한국영화 지금이 옥석 가릴 수 있는 시기 초심으로 만든 '강철중' 누구와 맞붙어도 이길 자신 있어 |
강우석(이하 강)-연출부 스태프, 조감독 하던 시절까지 쳐서 20년이 넘었는데 이런 불황은 처음이다.
영화가 완전 산업화된 상태에서 자본이 빠져 버렸으니 위기는 위기다. 사실 거품이 많았지, 눈먼 돈도 많았고. 배우들 개런티는 너무 높아졌고, 퀄리티 떨어지는 영화도 많았다. 지금이야 말로 옥석만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강우석 감독을 백척간두에 선 한국영화를 구해줄 마지막 구원투수라고 말한다.
강- 일단 내 라인업이 나쁘지 않다. '공공의 적 1-1'(6월 19일) 다음에 '신기전'(기획)이 8월, '모던보이'(기획)가 9월로 예정돼 있다. 내 영화는 아니지만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님은 먼곳에'도 잘 나왔다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강철중'이 '인디아나 존스4'(이달 22일 개봉)와 정면으로 붙었으면 했다. 맞붙어도 이길 자신 있다.
-언제나 자신감이 넘친다. 그 자신감은 어디서 나오나. 그리고 3편이 아니라 1-1인 이유는 뭔가.
강-강철중은 검사일 때보다 형사일 때 훨씬 폼이 난다고 생각했다. '강철중'은 나와 배우들이 초심으로 돌아가 만든 영화다. 게다가 이번에는 '민족주의' 확실하게 뺐다(웃음).
사실 우리 영화가 대작은 아니지 않나. 제작비 44억 원 들었고, 예산에서 1억 원 이상 남겼다. 사실은 배우들 개런티가 전부다. 설경구가 개런티 절대 안 깎아주더라고. 이거 또 기사화되는거 아냐?(웃음)
시간 딱딱 맞춰 낮촬영은 해지기 전에 끝내고, 밤 촬영도 해뜨기 전에 깔끔하게 끝냈다. 촬영횟수도 40회차로 끝냈다. 스태프들 불만이 많더라. 시간외 수당이 없어지니까. 사실 나 처럼 하면 영화 노조도 필요없다.
-개인적으로 강우석 영화중 최고를 꼽으라면 '투캅스 1'이다. 그 다음이 '공공의 적 1'이다.
강-동감한다. 내 최고 장기는 코미디다. '투캅스'를 만들었던 14년 전. 그때의 마음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공공의 적 1-1:강철중'은 '투캅스'와는 다르지만 그 때의 마음으로 찍었다.
-설마 코미디 영화라는 말인가?
강-당연히 코미디는 아니다. 그렇지만 코믹 코드가 강하다. '공공의 적1'을 기억하는가. 나쁜 놈을 잡기 위해 비장하게 강철중이 나섰는데 영화는 되게 웃기지 않았나. 주변 인물로 등장한 조연들 덕이다. 이번 영화에는 그때 활약했던 유해진 이문식 강신일 등이 그대로 나온다. 시나리오는 장진 감독이 썼다.
-1편을 만든 지 6년이 넘었다. 2편에서 검사였던 강철중이 다시 형사로 돌아가는 것 외에 별로 알려진 게 없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
| 배우 설경구- 힘든 시기 겪은 나와 동료배우들 연기에 세월 흔적 묻어날 것…영화 시작쯤 덜컥 겁나 한 달 쉬어체중 87kg까지… 다 찍고 9kg 감량 |
설경구(이하 설)-2001년 여름 '공공의 적'이 크랭크인 했으니 7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났으니 달라졌지 않겠나.
그동안 나는 이혼을 했고 강신일 형은 간암 수술을 받았다. 수술 받고 20일 만에 카메라앞에 서야했다. 어려운 시기를 겪고 다시 만난 배우들이다. 배우들의 연기에 세월의 흔적들이 묻어나지 않겠나.
승진은 못했다. 반장이 여전히 그 반장인데 나 혼자 승진할 수 있나. 달라진 게 있다면 정재영이 공공의 적이다. 정재영이 이번 영화의 비장의 무기다. 사실은 작년 12월에 촬영을 시작했어야 하는데, 크랭크인하려니 덜컥 겁이 나더라. 그래서 감독에게 한 달만 기다려 달라고 했다.
-무엇이 겁이 났으며, 한 달동안 무엇을 했나.
강-(웃음)아무 것도 안하더라. 살만 찌웠다. 사실은 강철중이 살을 좀 찌울 필요가 있어서 내가 요구한 것이다.
설-나도 뭐가 겁이 났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마음의 준비가 덜 된것 같아 시간이 필요했다. 쉬면서 87㎏까지 불렸고 영화 다 찍고 나서 다시 9㎏를 뺐다.
강-지금은 분명히 어려운 시기다. 개인적으로 나도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다시 말하지만 강철중이 일을 내 줄 것이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