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도의 성산일출봉. 제주대학교의 홍보도우미 대학생 모델인 조경희(왼쪽·3년) 송보미(4년) 씨가 사진 촬영을 도왔다.

이국적 아취가 물씬하는 제주 三多의 비밀을 아시는지.

바람 돌 여자가 많아 '삼다의 땅'. 하지만 제주는 삼다의 섬 이전에 풍재 수재 한재가 끊이지 않던 '三災의 섬'이었다.

바둑판처럼 밋밋한 지세. 바다를 건너 온 그악한 바람살을 걸러 줄 지형지물이 한라산 말고는 없어 제주민의 삶은 곧 바람과의 시련이었다.

그 대안적 삶의 지혜가 오롯이 녹아든 게 제주 지천에 널린 돌담이다. 해안과 들판에서 끌어모은 돌로 집과

밭과 무덤을 두르고 마을과 섬을 감쌌다. 유장하게 섬을 에두른 잿빛의 돌담 군락을 두고 흑룡만리라고도 칭송한다.

얼기설기 엉성하게만 보여도 돌챙이(석수의 제주 방언)들이 쌓아 올리는 돌담은 어떤 바람도 견뎌내는 과학이 숨어 있다. 바람과 돌담을 알지 않고 제주를 말하는 것은 어불성설에 가깝다. 유럽의 들판을 연상시키는 제주의 멋들어진 삼나무 군락도 방풍을 위해 심어졌다.

제주를 이해하는 또 다른 아이콘 '해녀'. 한 번쯤 이런 의문을 가져 봤을 터. '해녀는 있되 왜 해남(海男)은 없을까'. 지정학적 위치로 제주민은 끊임없는 외세의 침탈과 뭍에서 건너 온 중앙 관료들의 지독한 학정에 시달려 왔다. 왜구를 막는다는 미명에 섬의 모든 남자들은 성 축조에 강제 동원됐다. 세화리 포구를 지키는 별방진성의 별칭은 '인분성'. 격한 노역에도 군량을 풀지 않아 인분을 먹으면서 성을 쌓은데서 유래됐다. 결국 가족의 생계를 위해 차가운 바다에 기대어야 했던 제주 여인들. 해녀의 기원은 생존을 위한 처연한 몸부림의 결과다.

무관심은 무지를 잉태하고 무지는 다시 편견으로 순회되는 법.

그대, 화산섬 제주를 얼마나 아시는지. 공항에 내려 렌트카에 몸을 싣고 휭 하니 해안도로를 돌며 코발트 바다를 감상을 한 뒤, 밀린 숙제하듯 관광 책자에 나열된 명소만을 둘러보진 않았는지. 그렇다면 감히 말할 수 있다. 여태 '엉터리 제주'만 보았노라고. 세계자연유산 등재를 계기로 주말&엔이 진짜 제주의 속살로 안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