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주는 우리나라 도시 중 가장 아름다운 강의 도시라 불린다. 서부 경남의 중심지인 진주 주변도 진주 못잖게 많은 역사 유적지와 관광지가 있다.
진주에서 남강의 위대함을 체험했다면 사천에선 남해바다의 아름다움을 맛보고 산청에선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너른 품에 안겨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
진주 바로 아래에는 국내에서 손꼽을 만큼 아름다운 사천의 삼천포항과 천년 고찰 다솔사가 있고, 최근 대전~통영 고속도로 개통으로 진주에서 부쩍 가까워진 지리산 자락의 산청땅이 품을 열고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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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솔사 적멸보궁내 와불 |
#와불, 그리고 항일운동의 근거지 다솔사
경남 사천시 곤명면 용산리 봉명산 기슭의 다솔사(多率寺). 남해고속도로 곤명IC에서 차로 10분 거리.
6세기초 신라 지증왕때 연기조사가 창건한, 경남에서 가장 오래된 절집으로 현재 쌍계사의 말사이다.
부르기 쉬운 '다솔'이라는 예쁜 이름 때문에 소나무가 많을 것이라 짐작되지만 정작 한자 풀이는 많은 군사를 거느린다는 뜻. 하지만 실제로 송림이 울창해 한글이름으로 인해 연상되는 추측이 틀린 것만은 아니다.
다솔사 가는 길의 첫 인상은 초록이다. 하늘을 향해 쭉쭉 뻗은 홍송과 측백나무 삼나무가 터널을 이뤄 하늘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절집의 규모는 예상과 달리 아담하다. 전각이라 해봤자 적멸보궁 극락전 응진전 대양루 요사채가 전부. 웬만한 명문가의 종가 수준이다.
그럼에도 다솔사에는 사시사철 장삼이사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진다. 바로 다솔사가 갖고 있는 역사적 의미 때문일 것이다.
다솔사는 일제강점기에 주지 최범술을 비롯해 승려 시인 한용운, 정치인 김법린, 화가 허백련, 소설가 김동리와 그의 맏형이자 사상가인 김범부 등 일세를 풍미했던 독립운동 비밀결사대의 근거지로 이용됐다. 이 울창한 숲속에 모여 나라를 걱정하고 그러다가 일경에 붙잡혀 옥고를 치렀던 그런 역사의 현장인 것이다.
숲길을 따라가다 제일 먼저 맞닥뜨리는 전각은 대양루. 임진왜란과 1914년의 대화재 때 용케 살아남아 다솔사 건물 가운데 가장 오래됐다. 해방 전에는 민족정신 함량의 도량으로, 해방 후에는 혼탁한 사회질서를 정화하기 위해 지역 청년들의 교육도량으로 활용됐다.
대양루와 김동리와의 인연은 각별하다. 그는 다솔사에 광명학원을 세워 일제말기 농촌계몽운동을 펼쳤다. 이때 수업장소가 바로 대양루다. 당시 대양루에는 경남지역의 청년학생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고 한다.
당시 김동리는 개인적으로 불교경전을 공부했다. 이때 만난 승려 한용운으로부터 들은 중국 고승전의 일화를 토대로 1963년 다솔사에서 단편소설 '등신불'을 썼다. 흔히 '등신불'의 배경이 다솔사라고 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여느 전각과 달리 6개의 가로기둥이 전체 지붕의 하중을 떠받치고 있는 대양루는 지금은 스님들의 수도장이나 신도들의 집회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대양루 맞은 편에는 대양루보다 한단 높은 적멸보궁이 있다. 원래 대웅전이었는데 지난 1979년 응진전의 불상에서 불사리 108과가 나오자 적멸보궁으로 증개축한 뒤 사리탑을 건립해 불사리를 봉안했다. 적멸보궁 안에는 국내에서는 보기 드물게 열반에 들기 직전 부처님 모습인 와불상이 모셔져 있다.
적멸보궁에서 오른쪽 뒤에 위치한 응진전은 만해 한용운이 머물며 수도하고 시를 썼던 곳으로 유명하다.
다솔사는 다사(茶寺)로도 이름이 높다. 주지이자 비밀결사대의 생계를 맡았던 최범술 스님이 젊었을 때부터 손수 야생 차나무의 씨를 받아 절 뒤쪽 비탈에 일군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규모만도 3000평에 달한다.
대양루 안에서 한 스님이 지나가는 객들에게 차 한잔 권하는 모습이 자연스러운 것도 어쩌면 최범술 스님의 다향(茶香)이 전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3번 국도따라 사천관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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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천포항으로 갈 땐 3번 국도를 버리고 실안·대방 1003번 지방도를 타고 해안 드라이브를 즐겨보자. 이 도로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멋진 해안도로로 노란 유채꽃이 만발한 가운데 전통어로방식인 죽방렴과 저멀리 삼천포와 남해를 연결하는 연륙교인 창선·삼천포대교를 볼 수 있다. |
다솔사에서 다시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사천IC로 나와 3번 국도를 타고 사천 구경에 나서자. 3번 국도는 사천시를 남북으로 가로지르기 때문에 남쪽인 삼천포항으로 향하면서 동쪽과 서쪽에 위치한 유적지나 관광지를 쉽게 둘러볼 수 있다.
가장 먼저 우주항공박물관을 들러 실물 비행기와 세계 항공발달사, 그리고 한국전쟁 당시의 전사(戰史)품을 구경한 후 사천만이 내려다보이는 선진리성을 찾아보자.
선진리성을 나와 다시 3번 국도로 달리면 백천사. 이곳에선 2400년 된 거대한 소나무를 깎아 도금한 길이 13m의 대형 와불을 꼭 구경하자.
삼천포항으로 갈땐 3번 국도를 버리고 실안·대방 1003번 지방도(이정표엔 유람선 선착장으로 표시)로 우회전해 들어가자. 국내에서 손꼽히는 멋진 해안 드라이브 코스가 기다린다. 이 고장 특유의 전통어로방식인 죽방렴과 삼천포와 남해를 연결하는 연륙교인 창선·삼천포대교도 보인다. 낙조로 붉게 물든 바다 위로 고깃배라도 한척 지나가면 한폭의 그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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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일대해변의 코끼리바위 |
삼천포항에서 고성방향으로 77번 국도를 따라가면 남일대해수욕장이 나온다. 남일대(南逸臺)란 용어는 신라말 최치원 선생이 남녘 제일의 경치라고 말해 붙여진 이름. 남일대해변에서 왼쪽으로 난 해안산책로를 따라 10분 정도 거리에 그 유명한 코끼리바위가 있다. 코끼리가 물을 먹고 있는 모습을 한 바위절벽이 인상적이다.
#지리산 자락 유적지와 경호강 래프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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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철스님 생가앞의 사리탑. |
남해고속도로 서진주IC에서 대전방향으로 달리다 단성IC로 빠져나와 우회전, 20번 국도를 타면 목면시배유지와 성철스님 생가, 조선시대 대유학자 남명선생 유적지를 잇따라 만난다.
목면시배유지는 삼우당 문익점 선생이 최초로 면화를 재배한 곳이다. 낮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100여평의 밭이 600여년전 선생의 애틋한 정성을 담고 있다. 기념관에는 베틀 물레 등 옛 수공업도구가 전시돼 있어 청소년들에겐 산교육장으로, 어른들에게는 향수를 느끼게 해준다.
목면시배유지에서 2㎞ 정도 떨어진 대나무숲. 한국 근대불교의 대표적 선승인 성철스님의 생가터에 기념관과 겁외사(劫外寺)가 자리잡고 있다. 겁외사는 세속의 시간과 공간을 벗어나 진리와 함께 한다는 뜻으로 스님이 말년에 머물던 거처에 손수 붙여놓은 이름에서 따온 것.
성철스님의 유품전시관인 포영당과 안채로 사용되던 율원고거, 사랑채인 율원재가 그대로 재현돼 스님의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난다.
겁외사에서 13㎞ 정도 더 달리면 시천면 덕천강가에 퇴계 선생과 쌍벽을 이룬 실천 성리학의 대가 남명 조식 선생이 살던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산천재가 지리산 천왕봉과 마주하고 있다. 선생이 61세때부터 돌아가실 때까지 생애의 마지막을 보내면서 후진을 양성하고 국정에 대한 헌책을 올린 곳이다. 산천재에서 2㎞ 떨어진 곳에는 선생의 학문과 덕행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덕천서원도 있으니 찾아보자.
다시 단성IC쪽으로 되돌아와 이번에는 3번 국도를 타고 산청 방향으로 가다 둔철 외송 방향 이정표로 달리면 홍화원쉼터가 나온다. 바로 경호강 래프팅 최하류 지점으로 이곳에는 래프팅 전문업체가 모여 있다. 한 관계자는 날씨가 풀리면서 주말이면 벌써부터 래프팅 마니아들이 찾아오고 있다고 전했다.
#경남수목원과 월아산 청곡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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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주의 경남수목원내 산림박물관 |
보다 여유있는 여행을 즐기려면 돌아오는 길에 진주시 이반성면에 위치한 경남수목원을 찾아가자. 남해고속도로 진성IC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16만8000평에 달하는 거대한 부지에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산림박물관를 비롯해 10개의 테마공원이 자연학습과 함께 편안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수목원이라기보다는 차라리 공원에 가깝다.
어린 자녀와 함께라면 살쾡이 독수리 수리부엉이 등 42종의 야생동물을 만날 수 있는 야생동물원을 빠뜨리지 말자.
첨언 한가지.
만일 진주를 둘러보면서 동시에 가벼운 등산을 하려면 진주 시내에서 그리 멀지 않은 월아산을 올라보자. 진주시민들이 가족단위로 많아 찾는 산이다. '진주의 금정산'이라고 보면 무난하다.
산이름이 그러하듯 산에서 떠오르는 달의 모습이 아름다우며 산행 내내 월아산을 휘감고 있는 시원스런 남강의 물줄기를 감상할 수 있다.
/ 글·사진= 이흥곤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