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남강 상평교 아래 강변을 따라 펼쳐진 유채꽃밭. 휴일 산책 나온 시민들이 노란 유채꽃 물결 사이로 호젓하게 걷고 있다. |
아름다운 '강의 도시' 진주.
도심 한가운데로 강이 굽이쳐 흐르고 강변을 따라 깎아지른 절벽과 성벽, 나무 숲이 병풍처럼 이어진다. 그 아래 둔치의 넓은 평지에 조성된 친수공간이 길손의 발길을 붙잡는다. 이토록 빼어난 수변 환경을 가진 도심지가 국내 또 어디 있으랴. 남강 둔치 일대는 산책과 달리기, 자전거타기, 모형비행기 등 레저 동호인들의 천국이다. 강변 산책로를 따라 걸어보라. 다른 도시에서는 맛볼 수 없는 감흥이 느껴진다.
남강 둔치에서 가장 눈에 띄는 곳이 천수교~진양교 일대 2.9㎞ 강변의 남가람문화거리다. 전국 최초의 시범 문화예술거리로 지정된 이곳은 수변무대와 야외공연장, 조각광장, 만국화단지, 역사의 거리 등이 연이어 펼쳐져 있다.
휴일 낮 이곳에서 만난 김종윤(50·진주시 인사동)씨는 "느긋하게 걷고 앉아 쉬기가 편해 거의 매일 나온다. 강가 휴식처로 이만한 곳이 있겠느냐"며 자랑이 대단하다.
특히 이 구간 중 대나무숲 길(300여m)은 압권이다. 서걱이는 대나무 소리를 들으며 걷다보면 가슴 속까지 상쾌하다. 제방의 나무 데크 조망대에 서면 강넘어 정면에 촉석루와 진주성이 손에 잡힐 듯 다가온다. 옛 역사를 떠올리면 호국충절의 혼과 풍류의 소리가 느껴지는 듯하다.
그럼에도 이 거리는 관광편의시설 부족으로 당초 기대치보다 외지 관광객이 적어 아쉬움을 주고 있다.
남강변은 또 자전거 타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탁 트인 전망에다 선선한 강바람을 맞으며 페달을 밟는 기분은
 |
| 자전거 전용도로 개설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천수교 아래 둔치 구간. 양쪽에 길게 이어진 하얀 경계석이 보인다. 전용도로 너비는 5m에 이른다. |
상쾌하기 그지없다. 이런 덕에 진주는 '자전거 전용도로 시범도시'로 선정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2006년까지 90억원을 투입해 둔치 전 구간과 함께 시가지를 연결하는 자전거 연결도로망(총길이 51㎞, 너비 3.5~5m) 구축 작업이 한창이다. 지역 시민사회단체의 자전거 타기 운동에 힘입어 자전거통행량도 점차 느는 추세다. 시당국은 "진주를 세계적인 자전거 도시로 만들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진주성 아래 강에서 즐기는 보트놀이도 재미가 솔솔하다. 오리 등의 모양을 한 2~4인승 보트를 타면서 성벽과 촉석루 등 주위 역사유적지를 감상할 수 있다. 요금은 30분 5000원, 1시간 1만원.
시 외곽의 이반성면 대천리에 있는 경남수목원. 17만여평 부지에 1500여종의 수목과 국내 최대 규모의 산림박물관, 열대식물원, 야생동물원, 무궁화동산 등을 갖춘 이곳은 자연생태 종합학습교육장이다. 지난해 입장객만 46만여명에 이르렀다. 특히 지난해 가을부터 지난달까지 휴식공간과 편의시설을 대폭 확충하고 새롭게 문을 열어 주말 휴일 단체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는다.
요즘같은 봄철에는 사진 동호인들로부터 인기가 높다. 휴식처와 함께 찍을거리가 풍부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만난 사진마니아 김민영(여·26·동마산병원 간호사)씨는 "경남대 평생교육원의 사진영상 강좌반 학생 6명과 함께 왔다"면서 "경남지역에서 유일한 수목원인 것도 있지만 여러 명이 와서 사진도 찍고 자연을 즐기기에 안성맞춤"이라고 활짝 웃었다.
관람 시간은 오전 9시~오후 5시이며 산림박물관은 청소를 위해 월요일마다 쉰다. 수목원 입장은 무료인 대신 주차료(승용차 3000원, 버스 5000원 등)를 받으며 박물관은 어른 1500원, 청소년 1000원, 초등교생 500원 등이다.
어둠이 내린 남강 둔치 일대에는 또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산책로 조명 아래 간편한 복장이나 운동복 차림으로 걷거나 뛰는 가족, 연인, 노인 등 남녀노소의 끝없는 행렬이다. 인사동에 산다는 50대 주부 2명은 "거의 매일 저녁 진양호 아래까지 걸어 갔다오는데 2~3시간 정도 걸린다"면서 "밤에 맑은 공기와 걷는 장소를 제공하는 남강 둔치는 진주의 보배"라고 말했다.
 |
| 저녁 시간 평거동 남강 둔치에서 주부들이 에어로빅을 즐기고 있다. |
평거동 둔치에서는 주부 100여명이 모여 밝은 조명아래 경쾌한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을 즐기고 있다. 진주시생활체육협의회 주관으로 매주 월~목요일 밤에 열리는데 여름철에는 200명이 몰려든다고 조은주 강사는 설명했다.
남강 둔치에서 이처럼 야간 생활체육 활동이 활성화된 것은 무료 조명시설이 돼 있는데다 조명시설을 동호인들이 스스로 관리, 이용이 편리한 때문이다. 족구 배드민턴 에어로빅 달리기 등 각종 생활체육 동호인들은 둔치를 따라 설치된 가로등에 별도로 부착된 조명시설을 스스로 켜 운동을 즐긴 뒤 끄고 돌아간다. 늘 조명을 켜두는데 따른 전기료 부담도 적고, 공무원들이 조명시설 가동을 위해 굳이 나와있을 필요도 없다. 동호인들이 스스로 알아서 필요한 시간만큼 사용하고 소등하는 시스템이다.
천수교 진주교 등 다리에는 교각 사이에 설치된 화려한 조명들이 천년 고도의 밤을 화려하게 수놓는다. 붉은 빛을 환히 발하는가 싶더니 초록빛을 띠고, 어느새 분홍빛, 노랑빛으로 바뀐다.
남강의 레저 열기는 낮밤이 없다. 이를 아는 듯 모르는 듯 남강은 평온한 자태를 뽐내며 묵묵히 흐르고 있다.
◇ 둔치에 웬 비행장, 125m 활주로까지 - 전국서 모형비행기 동호인 몰려와
 |
| '남강비행장'에서 모형비행기 동호인들이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
남강변 강변도로를 따라 문산 방면으로 가다보면 환경시설관리공사 앞 제방에 '남강비행장' 간판이 보인다. 지난해 5월17일 개장한 이곳은 전국 모형비행기 동호인들의 천국이다. 둔치 6500㎡ 부지에 조성됐으며 활주로 규모는 길이 125m, 너비 15m. 경비행기(2인승) 이착륙도 가능하다. 다른 지역의 활주로는 아스콘이나 맨땅이지만 이곳은 고무판이어서 부드럽다.
둔치로 들어서자 머리 위로 모형비행기들이 '우~웅' 소리를 내며 창공을 가르는 모습이 시원하다. 비행장 사무실 앞에서는 동호인 10여명이 비행기 수리·정비작업을 벌이거나 비행 준비에 여념이 없다.
이곳의 '골수' 동호인은 66명. 진주 뿐만 아니라 부산 경남 서울 등에서도 '원정 비행'을 위해 찾아온다. 대부분이 모형비행기 1~2대는 기본이며 10여대를 갖고 있는 동호인도 있다.
남강R/C(Radio Control)동호회 김도룡 회장은 "이곳에서는 모형비행기를 동시에 10대까지 띄울 수 있다. 비행 반경은 비행기가 눈으로 보이는 1~1.5㎞, 비행 속도는 최고 200㎞, 비행 시간은 10~15분 정도다. 지난해에는 전국 대회도 열었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때부터 모형비행기를 시작했다는 마니아 강하식(50·진주 명석면 우수리)씨는 '무아지경'이라는 말로 그 매력을 표현했다. 비행기와 혼연일체가 돼 창공을 나르는 기분에 빠진다는 것. 주말 휴일이면 어김없이 이곳을 찾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강씨는 "모형비행기를 하려면 굉장히 부지런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짧은 시간을 즐기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기계 정비에 투자해야 한다는 것. "특히 비행기를 조종하면서 깜빡 한눈을 팔다보면 추락 등 사고 가능성이 있어 결코 쉬운 게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취재진이 찾아간 지난 11일에도 비행 경력 10년이 넘는 베테랑 회원의 100만원짜리 모형비행기가 아차하는 순간에 남강으로 추락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 글 = 구시영기자 ksyoung@kookje.co.kr
/ 사진 = 서순룡기자 seos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