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남강 주변에는 변화의 훈풍이 솔솔 불고 있다. 바이오산업 등 첨단 미래산업 육성을 위한 움직임이 빠르다. 국내 최대 하우스채소단지라는 명성에 걸맞게 농업기술도시로서의 이점을 살려가고 있고 거기에다 남강변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차밭이 일궈지고 있다. 대전~진주 고속도로 개통 등 교통 요지로 기능하면서 남부권 관광중심지로 급부상하고 있다.
#'실크에서 바이오(Bio) 산업으로'
오늘날 진주의 흐름과 방향타를 특징짓는 말이다. 전통적인 실크 산업의 비중이 낮아지고 첨단 '생물소재(素材)' 분야가 뜨고 있다. 이와 맞물려 도심지 남강변의 기존 공단에서 시 외곽의 신흥 공업지역으로 무게 중심이 점점 옮겨지는 추세다.
진주시 중심부에서 7㎞가량 떨어진 '바이오(Bio)21센터'. 문산읍 삼곡리 1만1000여평 부지의 센터에는 현재 10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콩이나 도라지 추출물을 이용한 제품 등 생물·미생물·사료 소재 업종이 주류다. 전체 연간 매출액은 120억~130억원선. 인근 11만여평 부지에 단계적으로 들어설 바이오 전용단지가 2010년께 조성이 완료되면 국내 바이오산업의 메카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과거 진주는 실크와 농기계 산업이 유명했다. 1910년부터 시작된 진주 실크는 오랜 전통과 함께 국내 생산량의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근래 생산량과 수출량이 크게 줄면서 '사양길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
| 업체들의 입주 문의가 쇄도하는 바이오21센터. |
상평동 한국견직연구원 김용학 연구팀장은 "실크업체 수가 10년전 130개에서 지금은 104개로 감소했다. 업체 대부분이 영세하고 중국·베트남 실크와의 가격 경쟁에서 뒤진 원인도 있지만 다양한 제품 개발과 브랜드 이미지 심기에 실패한 영향이 더 크다"고 진단했다. 실크가 완전히 '한물 간' 것은 아니다. 다양한 신제품 개발과 함께 문산읍이나 정촌면 5만여평에 실크밸리를 구축해 생산부터 판매, 마케팅까지 일괄 처리하는 체계를 세우는 방안이 구상되고 있다.
시내 유일의 공단인 상평공단 일대. 60만평 면적에 입주업체가 500여개인 이곳은 과거에 비해 많이 침체돼 있다. 국내 최대 농기계 제조업체인 대동공업이 1984년 떠난 뒤 관련 부품업체가 종전 100여개에서 절반으로 대폭 줄었다.
진주상공회의소 강대운 사무국장은 "1972년 진주 외곽지역이 그린벨트로 묶였다가 지난해 해제되면서 그나마 숨통이 틔었다"면서 "대진고속도로 인근인 문산, 정촌 등지는 공업지역으로 전국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다"고 자랑했다.
#농업기술도시의 원조
진주는 국내최초로 시설원예가 도입된 농업기술도시다.
 |
|
포장 작업이 한창인 수출용 파프리카. |
진주시 판문동 강영환(77)씨가 1953년 금산면 속사리에서 나무틀에다 기름종이를 덮은 형태의 온실을 설치, 수박 오이 토마토를 재배한 것이 국내 최초의 시설원예다. 요즘 일반화된 비닐하우스는 1956년 같은 속사리에서 강영환 정수화 김능호씨 등 3명의 농민이 씨없는 수박을 재배한 것이 최초로 알려지고 있다. 두 곳 모두 부산원예과학연구소 우장춘 박사의 기술교육을 받았다.
진주는 다른 도시와 달리 농촌지역이 많은 도농복합도시다. 전국 최대의 시설채소 생산지로 피망은 전국 생산량의 65%를 차지하며, 시설 풋고추, 단감 생산도 국내 2위다. 감 배 딸기 파프리카 오이 꽈리고추 등 신선농산물 수출이 지난해 1200만 달러를 넘었다.
이와 함께 녹차가 진주지방의 새로운 농산물 주력 품목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남강댐 보강 및 하도(河道) 개량사업으로 조성된 사천시 곤명면 금성지구 농경지에 단일 규모로는 국내 최대인 녹차재배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전체 대상 47.7㏊ 가운데 우선 17.7㏊에 대해 지난달 15일부터 차나무 식재를 시작해 현재 58만그루를 심었다. 사천시농업기술센터 이관우 계장은 "2006년까지 170만그루를 심은 뒤 수확이 본격 시작되는 2007년에는 가공공장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남부권 중심관광지로
진주 지역은 대전~진주 고속도로 개통이후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주말·휴일 진주성과 진양호 등에는 경남은 물론 전라·충청·수도권 등지의 번호판을 단 관광버스나 승용차를 쉽게 볼 수 있다.
이곳 공원사업소 하정헌 관리담당은 "진양호 공원의 경우 유료 입장객이 2002년 58만7000명에서 지난해 68만4000명으로 늘었으며 올해는 70만명을 훨씬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덕천강과 경호강이 만나는 진양호는 붉은 저녁 노을이 일품이어서 진주8경으로 꼽힌다. 또 공원에는 경남 유일의 동물원과 휴게전망대, 가족 쉼터, 놀이시설 등이 있다. 휴게전망대에서는 탁 트인 호반의 낭만과 정취를 만낄할 수 있다.
진주 남강은 이제 세계로 도약할 기회를 맞고 있다. APEC-TWG(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관광실무그룹) 회의가 '논개제'를 전후한 오는 5월19~22일 진주에서 열리는 것. 한국 미국 일본 등 21개국 100여명이 참가하는 이번 회의를 계기로 국제적 인지도 향상과 국제관광 교류 활성화 등의 효과가 기대된다.
이런 요인들 덕택인지 경남도내에서 최고 땅값이 비싼 곳도 2002년부터 진주시로 옮겨왔다. 진주시 대안동 반도약국 자리가 평당 3286만원으로 마산 창동 옛 창동화장품 자리(평당 3263만)보다 높다.
◇ 우린 사이버 농업인 - 이반성면 'e-진주사이버타운'
 |
| 이반성면 e-진주사이버타운의 전산교육장에서 주민들이 컴퓨터에 몰두하고 있다. |
진주 동쪽 끝에 위치한 이반성면 용암리 'e-진주사이버타운'.
시내 중심부에서 차량으로 40~50분 걸리는 이곳은 겉으로는 평범한 폐교 건물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속은 전혀 딴판이다. 농촌정보화를 선도하는 첨병이자 사이버 농촌경영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그동안 스웨덴 e비즈니스대회 최우수, 전국 정보문화대상 등의 수상경력이 이를 웅변한다.
최근 이곳에도 제2의 도약을 위한 변화의 움직임이 활발하다.
우선 이름부터 바뀌었다. 종전 '이반성 사이버타운'에서 e-진주사이버타운(www.ejinju.org)으로.
사이버타운 황인철(46) 회장은 "대상 지역을 이반성면 1개 지역에서 진주 동북 5개면으로 넓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동북 5개 면은 이반성 일반성 지수 사봉 진성면이다.
지난 1월말 경남도청의 인가를 받은 사단법인 '진주농촌정보문화연구회(약칭 진농연)'를 출범시킨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황 회장은 덧붙였다.
특히 종전에는 주민들만 참여했으나 제3섹터 방식으로 전환, 지역대학 교수와 행정기관, 각계 전문가 등도 참여시켰다. 이같은 진농연의 체계와 농촌정보화 역량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역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해나간다는 것.
사이버타운 운영을 보면 지역농촌경제 활성화를 위한 영농조합법인 '초록(www.choroc.co.kr)'과 전자상거래 사이트 '초록몰(www.chorocmall.co.kr)', 정보화교육을 담당하는 푸른문화의 집 등이 핵심 요소이다.
초록몰에서는 쌀 채소류 등 지역 농산물이나 특산물을 온라인을 통해 판매하고 있으며 앞으론 물류까지 병행해나갈 계획이다. '초록'에서는 도시민과 주민들을 대상으로 묘지·선산·빈집 관리 등의 사업도 벌이고 있다. 푸른문화의 집은 지역 주민과 초등학생들의 정보화 교육의 산실이자 교류의 장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사이버타운과 연계된 이반성면 평촌리 정수예인촌(www.yeinchon.org)에서는 도예·가정원예·예절 교실을 비롯해 농장·수목원·전통놀이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1999년 이반성 PC동호회를 모태로 시작된 사이버타운은 폐교된 이반성중학교 건물을 무상 임대받아 사용하고 있다. 2층 규모인 사이버타운에는 전산교육장과 검색실, 도서실, 휴게·체육공간, 세미나실, 강당 등의 시설이 갖춰져 있다.
농촌정보화의 모범 사례로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이곳을 찾아오는 견학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사이버타운측은 "특히 여러 행정기관에서 단체 견학을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 "대기 업체만 10곳 … 입주문의 쇄도" 하영래 바이오21센터장
"관련 업체들이 이곳에 들어오려고 안달입니다. 입주 대기중인 업체만해도 10개 가까이 되죠."
바이오21센터장인 하영래 (경상대 응용생명공학부)교수는 센터 동향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말했다. 최근에는 전국에서 입주 관련 문의전화가 쇄도해 골치(?) 아프다며 활짝 웃었다. 인기 비결은 간단하다. 업체가 필요로 하는 연구·생산 설비와 기술·행정시스템을 갖춰놓고 저렴한 비용으로 지원하니까 기업체로서는 자체 기술력과 몸만 갖고 들어오면 되는 셈이다.
"특히 센터의 입지가 대전~통영 고속도로와 남해고속도로, 국도 2호선에 가까운 데다 사천공항과는 불과 10분 거리로 교통이 편리한 게 장점"이라고 하 교수는 설명했다. 지난해까지 입주해 있던 3개 벤처업체는 올들어 독자 공장을 갖고 '졸업(독립)'해 나갔다고 덧붙였다.
입주업체 중 대표격으로 연간매출이 35억원선인 (주)장생도라지의 박진수 경영기획팀 부장은 "기업이 공정이나 제품을 양산하기 전에 예상되는 위험부담을 센터의 장비와 시험 생산 등을 통해 미리 완충할 수 있다"면서 "그로 인한 절감비용이 연간 10억원 가량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 교수는 "생물소재 산업은 친환경 기술집약형인데다 한번 '터지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해 진주 지역의 첨단 미래산업으로 방향을 잘 잡았다"고 말했다.
/ 글 = 구시영기자 ksyoung@kookje.co.kr
/ 사진 = 서순룡기자 seos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