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1일 시민.학생 등을 중심으로 구성된 을숙도 철새공 화국 수비대 결성식.

토요일이던 지난 21일 오후 3시 을숙도 남단 해양처리장 앞 해변도로.

겨울가뭄끝에 단비가 내려 사방이 촉촉하다.

이곳에서 을숙도 철새공화국 수비대 대원들을 만났다.

두대의 차에 나눠타고 5분 간격으로 도착한 4명의 대원들은 차에서 내리자 마자 망원경 필드스코프 조류도감을 주섬주섬 꺼냈다. 신발도 등산화. 전문가다운 냄새가 물씬 풍긴다.

수비대는 세계습지의 날을 기념해 지난 1일 결성됐다. 부산녹색연합과 ‘습지와 새들의 친구’ 소속 회원 30~40여명이 주축이 됐다.

박중록(46·습지와 새들의 친구 운영위원장) 대원은 “2001년 12월 을숙도를 철새공화국으로 선포하고 헌법까지 제정했으나 이후 낙동강하구에 둔치 정비, 명지대교 건설 등 13개 대형사업이 발표되는 위기상황에서 수비대를 결성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해상처리장 옆 순환도로에는 수비대가 설치한 나무판에 종이로 쓴 간이 안내문이 있다. ‘철새 서식지이므로 출입을 삼가하고 정해진 장소에서 조용히 철새들과 만나자’는 내용이다.

천성광(43·습지와 새들의 친구 사무국장) 대원은 “이런 안내판 설치나 안전한 탐조장소 확보 및 외부탐조단 안내까지 모두 자치단체가 아닌 시민단체가 해야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아쉬워했다. 도로변 야트막한 언덕길에 마련된 탐조 안내선을 따라 50여m쯤 가자 시야가 확 트였다. 넓은 뻘밭과 그 아래쪽의 모래톱 맹그머리, 오른쪽 명지 갯벌까지 한 눈에 들어왔다.

박 대원은 “지난해 4월부터 정기적으로 이 일대에서 철새 모니터링을 해 오고 있다”며 “도감에도 없는 붉은부리큰갈매기나 흰죽지갈매기 갈색제비 등 을숙도에서 관찰된 적이 없는 조류들을 발견한 것이 큰 수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습지와 새들의 친구에서 주최하는 제2기 자연학교를 수료한 전흥(60·금정여고 교사) 권홍석(43) 대원도 “자연은 아는만큼 보이고, 관심갖는만큼 되돌려준다”며 “철새와 인간이 함께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이 수비대의 꿈”이라고 강조했다.

부산녹색연합 623-9220, 습지와 새들의 친구 505-5174

/ 글 = 김찬석기자 chansk@kookje.co.kr
/ 사진 = 곽재훈기자 kwak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