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여름, 친구 따라갔다 본 경주 삼릉 소나무는 그의 마음을 한순간에 빼앗았다. 그때부터였다. 구주환 작가는 카메라를 잡았고, 부산의 풍경을 찍었다. 최근 몇 년간은 경주 삼릉이나 나정, 전라도 해남 땅끝 마을에서 보았던 소나무를 렌즈에 담았다.

안개 자욱한 숲 속에 펼쳐진 소나무 그림자는 마치 작가 배병우의 작품을 보는 듯도 하다. 실제 몇 년 전 전시에서는 '짝퉁 배병우'로 입소문이 났다. 작가는 "배병우 씨가 소나무에 한국인의 정체성을 담는다면 저는 좀 더 미학적으로 예쁜 형태, 감각적 형태를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수천 년 세월을 머금고 붉고, 푸른 이끼가 기막힌 보색을 이루는 소나무도 있다.

지난해 만성신부전증 판정을 받은 작가는 전시 수익금 모두를 어려운 이웃에게 내놓을 예정이다. 사회적 약자로 인식된 예술가의 이미지를 벗고, 남들에게 받은 혜택을 돌려주고 싶은 마음에서다. 다음 전시 주제로 그는 자신을 포함한 병원 내 인물을 촬영해 혈액투석의 고통을 객관적으로 표현하고 싶어한다. 오는 29일까지 부산 동래구 명륜동 아트까페 움. (051)557-3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