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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자 자립 이끈 육종학의 아버지…‘기술 독립’의 시대정신 배우다

우장춘 박사 서거 60주년

  • 국제신문
  • 이선정 기자
  •  |  입력 : 2019-08-08 19:00:26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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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쉰둘에 조국 부름받고 日서 귀국
- 日에 의존하던 종자 국산화 앞장

- 우리땅에 맞는 우량종 생산 몰두
- 배추 등 농산물 자급 기반 마련
- 씨감자로 고랭지 경작 길도 열어
- ‘씨 없는 수박’ 국내 재배 성공해
- 최초 개발자로 잘못 알려지기도

- 고인의 전기 ‘나의 조국’ 재발간
   
국립원예특작과학원 시설원예연구소 내 우 박사 흉상 앞에 선 후학들.  시설원예연구소 제공
오는 10일이면 우장춘 박사가 서거한 지 60주기가 된다. 그는 피폐했던 1950년대 우리나라 농업 부흥을 위해 일생을 바쳤다. 수입에 의존했던 배추 무 등 채소 종자 국산화에 성공해 우리나라 육종 연구의 기틀을 마련했으며, 오늘날 농산물 자급 기반을 다졌다. 그 공로로 정부 문화포장을 받은 고인은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고, 사흘 후 병상에서 숨졌다. 쉰둘 나이에 일본에서 귀국, 고인이 말년에 쏟은 학문적 열정은 오늘 우리 농촌을 지키는 종자 자립과 육종학 인재 양성의 초석이 됐다. 60년이 흐른 지금도 후학은 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우 박사 서거 60주기 추모주간(5~11일)을 맞아 그의 생애와 애농정신을 되새겨본다.

■‘나의 조국’ 재발간

   
최근 재발간된 ‘나의 조국’ 표지.
농촌진흥청 소속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이하 특작원)은 고인의 일대기를 다룬 저서 ‘나의 조국’을 우 박사 서거 60주기를 기념해 최근 재발간했다. 특작원은 그가 1953년 5월 20일 초대원장으로 취임했던 중앙원예기술원 후신이다. 현재 부산 동래구 우장춘기념관은 원예기술원이 있던 곳으로, 우리 고유의 채소 종자 육성과 1세대 육종학자를 키워낸 터전이었다. 이전까지 우 박사를 다룬 책은 두 권이 있다. 한 권은 일본인 여류 전기작가 쓰노다 후사코가 쓴 ‘나의 조국’의 번역본으로, 1992년 출판된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역자 오상현)이다. 다른 하나는 1984년 김태욱이 쓴 ‘인간 우장춘’이다. 김태욱은 원예기술원 과장으로 우 박사 곁을 지켰던 후학이다. 두 권 다 현재 절판됐는데 ‘인간 우장춘’은 국내 활동만 다뤄 고인의 학문적 업적과 애농정신을 알리기에 ‘조국은 나를 인정했다’가 더 나을 거란 판단 아래 이 책 재출간에 힘을 모았다. 초판 번역자 오상현 씨의 양해를 얻어 담양 우 씨 종친인 우규일 씨가 번역자로 나서고, 특작원 소속 시설원예연구소 이강진 소장, 김승유 유인호 연구관과 채소육종학 원로 홍영표 박사 등이 번역본 감수 작업을 맡아 지난 6월에 출판됐다. 이 책은 우 박사의 생애와 학문 업적, 지금 우리에게 알려진 그를 둘러싼 여러 ‘전설’의 내면을 비교적 객관적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 고인은 우리나라가 배추 무 등 채소 종자 자립을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은인이다. 1950년대 일본 종자에 주로 의존하던 우리 농민에게 우리 토양에 맞는 우량종자를 심도록 하려는 게 그의 귀국 첫 포부였다. 동래 원예기술원 시험장과 전남 진도를 오가며 쏟은 열정이 마침내 결실을 얻어 우리 땅에 우리 손으로 육종한 채소를 심는 날을 열었다. 또 강원도 대관령에서 우량 씨감자를 생산하면서 지금의 고랭지 농산물 경작의 길을 닦았다. 제주도 귤 재배에도 힘을 기울여 오늘날 국민들이 값싼 귤을 먹을 수 있게 했다.

■육종학 ‘뿌리’ 심어

이런 결실은 당시로는 육종학에 생소했던 국민의 인식을 새롭게 하면서 후학의 학문적 의욕을 불러일으켰으며, 우리 농산물 자립화에 필요한 인력 양성에 큰 힘이 됐다. ‘씨 없는 수박’과 관련된 오해도 육종학이 무엇인지 몰랐던 당시 시대상과 맞닿아 있다. 우 박사가 이 수박 재배에 처음 성공한 것은 1953년 동래 시험장에서였다. 그의 제자들은 이를 직접 목격하고 눈이 휘둥그레졌다고 한다. 하지만 씨 없는 수박은 1943년 일본 교토제국대학 기하라 히토시가 연구 개발한 것으로, 국내에서는 이를 재배에 성공한 것에 불과했다.

우 박사가 씨 없는 수박 최초 개발자로 잘못 알려진 것은 진도에서 애써 키워낸 채소 종자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수단으로 이를 활용하면서다. ‘육종학이란 것은 종자 없는 수박까지 만들어 낼 수 있는 훌륭한 학문이다’고 선전하면서 대가인 우 박사를 앞세운 것이다. 1955년 7월 대구 ‘우장춘 박사 환영 겸 씨 없는 수박 시식회’에서 그가 이 수박을 보여주자 참석자의 입을 통해 와전됐다.

한국인 아버지에 일본인 어머니를 둔 우 박사는 일본인과 결혼해 4녀2남의 자녀를 두고, 우리말을 전혀 하지 못하면서도 조국의 부름을 받아 부산 부두에 첫발을 내디뎠다. 부친 우범선은 명성황후 시해 가담자로 그가 다섯 살 때 자객에 의해 살해됐다. 이런 배경 탓에 우 박사의 귀국 동기에 대해 애국심, 아버지를 대신한 속죄의식, 차별로 인한 일본에 대한 혐오감 때문이라는 등 해석이 분분하다. 책 발간에 참여한 시설원예연구소 유인호 연구관은 고인의 귀국 결심을 ‘사명감’으로 표현한 작가의 진단에 주목했다. 그는 “우장춘이라는 인물의 처지와 고뇌, 그리고 당시 시대 상황을 아우르는 적절한 표현으로 깊은 울림이 있다”고 말한다.

한편 우 박사 서거일을 맞아 9일 오전 10시 부산 동래구 우장춘기념관 앞뜰에서 부산시와 동래구, 부산과학기술협의회 공동주관으로 김석준 부산시교육감, 박무성 국제신문 사장, 전호환 부산대 총장, 김우룡 동래구청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추모제가 거행된다.

이선정 기자

우장춘 박사 연보

1898년 4월 8일

우범선과 사카이 나카 사이에서 태어남

1919년 8월 9일

일본 도쿄제국대학 농학부실과 졸업

1920년 6월 7일

일본 농림성 농사시험장 기수(技手)

1936년 5월 4일

‘종의 합성’ 논문으로 일본 도쿄제국대학 농학박사 학위 취득 

1937년 9월 11일

일본 교토 다키이 연구농장장

1950년 3월 8일

귀국

1950년 5월 10일

한국 농업과학연구소 소장

1953년 5월 20일

중앙원예기술원 원장

1959년 8월 7일

대한민국 문화포장 수상

1959년 8월 10일

서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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