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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톡 쏘는 과학] 깔대기 원리로 미세먼지 잡힐까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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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4-05 18:45:07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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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해마다 11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미세먼지를 잡기 위한 거대한 공기청정기를 개발하고 있다는 기사가 지난달 8일 자 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집안처럼 폐쇄된 공간의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장치가 아니라 도심에 설치해 대기에 퍼져 있는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공기청정기. 건물 내 공간과 비교하면 사실상 무한한 공간에서 가능한 얘기일까.
중국 시안에 설치된 거대한 깔대기 모양 공기청정기 파일럿 설비의 기둥(굴뚝) 내부에서 하늘을 향해 찍은 모습. 네이처 제공
중국 중부 산시성 시안의 중국과학원 에어로졸화학물리학실험실 카오준지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시안 도심에 22억 원을 들여 아파트 20층 높이인 60m 규모의 거대 공기청정기를 설치했다. 설비의 형태는 우리가 익숙한 공기청정기의 거대 버전(그랬다면 22억 원으로는 어림도 없다!)이 아니라 멀리서 보면 공장 굴뚝처럼 보이는 단순한 구조다.

이 거대 공기청정기를 자세히 보면 깔때기를 뒤집어 놓은 형상으로 아래에 바닥과 간격을 두고 벌어진 입구가 놓여 있고 가운데 굴뚝이 세워져 있다. 작동 원리는 간단하다. 거대 깔때기 입구(지붕)는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져 있어 햇볕이 내리쬐면 그 아래 공기가 데워진다. 겨울에 해가 나면 난방을 안 해도 온실이 따뜻해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데워진 공기는 위로 올라가 가운데 굴뚝 구멍으로 들어간다. 굴뚝 내부에는 필터가 설치돼 있어 공기가 올라가며 미세먼지가 걸러진다. 그 결과 공기가 굴뚝을 빠져나올 때 미세먼지 농도가 뚝 떨어진 상태다. 더운 공기가 빠져나간 자리는 주변에서 찬 공기가 들어와 메운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서 미세먼지 농도가 떨어진다.

지난 1월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던 2주 동안 연구자들은 이 장치 주변 10㎢에 설치된 측정기 10대로 초미세먼지(PM2.5) 농도를 잰 결과, 주변 도심보다 평균 19% 낮았다. 연구자들은 이 장치가 하루에 500만~800만 ㎡의 걸러진 공기를 내보낸다고 분석했다. 놀랍게도 이 설비는 파일럿, 즉 현장 실험용 설비이고 연구자가 구상하는 것은 기둥 높이가 무려 300m인 초거대 공기청정기다.

설비를 짓고 운영하는 데 막대한 돈이 들어간다며 이 프로젝트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이에 대해 카오 박사는 파일럿 설비의 경우 연간 유지비가 3만 달러(우리 돈 3300만 원)에 불과하다며 반박하고 있다. 원조 거대 공기청정기를 구상한 프랑스 국립고등화학연구소 화학공학자 르노 드 리히터 박사는 “아주 잘 디자인되고 만든 원형”이라고 극찬했다. 중국 중앙정부도 관심을 보여 지난달 중국과학원 바이춘리 원장이 시안을 방문해 설비를 둘러봤다고 한다.

필자가 보기에도 미세먼지 저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맞고 그래야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한계가 있다. 내보내고 수거하느니 아예 안 내보내는 게 상책이기 때문이다. 당장 우리나라만 봐도 ‘미세먼지가 심하니 차량 2부제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아무리 호소해도 소용이 없지 않은가. 저감 노력과 함께 기왕 나온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일도 필요하다. 우리나라 미세먼지 당국자나 연구자도 시안을 방문해 거대 공기청정기를 살펴보고 도입 여부를 적극 검토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강석기 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창의재단(사이언스타임즈)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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