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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반장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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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8-03-05 19:26:42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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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학식과 입학식이 치러지고 난 매년 3월 초에는 학급을 1년 동안 이끌어 갈 간부를 뽑는 중요한 학급임원선거가 기다리고 있다. 기자가 초등학교를 다닌 시절에는 4학년부터 학급임원선거가 실시됐다. 6학년이 될 때까지 선거에 나갈 수 있는 자격은 누구에게나 주어졌으며, 오로지 친구들의 투표로 당선이 됐다.

초등학교는 아직 공부보다 사교성이 강조되는 시기라서 그런 것이었을까. 중학교 때부터는 달랐다. 학급 임원선거를 나가려면 성적을 기준으로 상위권이 돼야 한다는 조건이 붙었다. 대부분의 중학교가 성적으로 학생을 거르지 않지만, 여전히 이러한 구태를 보이는 학교가 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몇 년 전에는 강원도 강릉의 모 중학교에서 반장으로 뽑힌 1학년 박모 군이 성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자격을 박탈당해 한 달이 넘도록 등교를 거부한 사례도 있다.

취재한 결과 일부 고등학교에서도 여전히 반장 출마 자격을 성적으로 거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학생들 사이 “성적이 나쁘다고 해서 임원으로서 능력과 품행마저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 않냐”며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지만, 학교 측은 그저 규정이라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학부모의 불만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학부모 A씨(49)는 “학교는 지식을 배우는 곳이기도 하지만 남들과 더불어 살아가는 법도 배우는 중요한 공간이다. 성적으로 반장을 정하는 선출 방식은 아이들의 자신감까지 떨어뜨리게 된다”고 지적했다.

기자는 이러한 학급 반장·부반장 선출규정이 피선거권을 가진 학생에게 명백한 차별이며, 매우 부정하다고 생각하는 바다. 반장의 역할은 단순히 차렷, 열중쉬어와 같은 구호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선생님과 학생간의 다리 역할을 해주는 중요한 위치이다. 또한 학급 임원 선거는 청소년이 유일하게 민주주의를 몸소 체험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이때부터 학생들은 우리 사회의 민주주의에 대한 의문과 실망을 품게 된다.

또한 단지 성적이 미달이라며 피선거권을 박탈하는 것은 학생들이 꿈꿔왔던 목표 하나를 져버리는 것과 똑같다. 이렇게 성적을 중시하고 강조하는 학교제도 속에서 ‘공부가 전부가 아니다’라는 어른의 말은 정말 믿어도 되는 것일까 하고 의구심을 가지게 한다.
더 큰 문제는 학생 때부터 체념하고 제도에 순응하는 사회 구성원으로 길러진다는 것이다. 기본권마저 없애는 학교에서 학생들은 학급 임원 선거에 도전하고 싶지만 결국은 반장을 안 해도 그만이라며 체념하게 된다. 그리고 학교에 이런 부당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는다. 괜히 감정싸움 하는 귀찮은 일을 만들기 싫고, 새학기 담임 선생님께 잘 보여야할 시기에 밉보이기 싫어서이다.

공부를 잘해야 반 친구의 모범이 되는 것이냐고 학교 측에 묻고 싶다. 누구보다 임원을 할 의지가 있고, 잘 할 자신이 넘쳐나는 학생에게 기회마저 주지 않는 다는 것은 너무나 가혹한 처사이다. 부디 모든 학교가 학생 누구나 반장 자격을 얻을 수 있는 민주주의 교육의 장으로 바뀌길 진심으로 고대한다.

최은기 학생기자 덕문여고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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