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길고양이를 별도의 동아리를 통해 보살펴 화제다. 학생들은 고양이를 기르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들과 맞닥뜨리며 생명의 소중함을 체감하고 있다.

부경고 길고양이 동아리 학생들이 돌보던 새끼 고양이들.

16일 부경고에 따르면 이 학교는 현재 학내 길고양이 쉼터를 관리하는 ‘길고양이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다.

쉼터에는 점박이가 닮은 아빠와 딸 고양이인 ‘초롱이’와 ‘흰둥이’ ‘삼색이’, 외지에서 들어온 ‘노랭이’가 있다. 흰둥이의 새끼 중 ‘일랑이’와 ‘이랑이’는 교사들이 입양했고, ‘삼랑이’는 급식실 아주머니가 입양했다.

이 학교 사람들이 길고양이를 보살피는 것은 2014년 이 학교 매점 아주머니가 시작이다. 당시 아주머니는 매점 건물 옥상과 뒤뜰을 배회하며 살아가던 ‘초롱이’ 가족의 먹이를 챙기며 돌봤다.

조그만 창고에서 살아가던 초롱이 가족의 수가 늘어나자 학교 측과 마찰이 생겼고, 매점 아주머니가 떠나자 학교는 고양이들을 내보내고 창고를 허물 예정이었다.

이를 안타깝게 여긴 김주현(현 길고양이 동아리 담당 ) 교사는 RCY 봉사 동아리장과 논의를 해 이 동아리에서 길고양이를 계속 돌보게 됐다.

하지만 올해부터 RCY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길고양이를 돌볼 수 없게 되자 김 교사는 ‘생명사랑반’을 만들었다.

생명사랑반은 한국 고양이 보호 협회를 통해 길고양이를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작년 여름 부산시청의 지원을 받아 길고양이 쉼터 및 급식소인 ‘야옹이 쉼터’를 설치했다.

동아리는 점차 자리를 잡아 최근 기존 3학년 부원 외에 1, 2학년 부원을 새로 맞았다. 그 결과 동아리 부원은 총 14명으로, 수험 준비로 바쁜 3학년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이 A, B로 조를 나눠 고양이 식사를 담당한다. 이외에도 학생들은 쉼터 청소를 하고 고양이들이 더운 여름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얼린 페트병을 두는 등 활동을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다. 일부 학생들이 쉼터 안에 비비탄 총을 쏘거나 막대기로 휘젓는 등 해코지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사건이 벌어진 뒤 한동안 고양이들은 집에 들어가지 않았다. 그래서 학생들은 매점 옥상에 제 2 급식소를 만들어 비상 시 먹을 수 있게 해뒀다. 학교에 CC(폐쇄회로)TV 설치를 건의했지만 아직 이뤄지지는 않았다.

김 교사는 “자원해서 동물을 돌보겠다고 나서는 친구들은 책임감이 강하고 애정이 많다. 이런 학생들의 노력을 봐서라도 말 못하는 짐승을 괴롭히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은빈 학생기자 부경고 1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