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려 차원 넘어 학교폭력 예방도

'힘든 등굣길, 오케스트라 선율로 잊게 해줘요'.

부산 사상구 학장중학교는 버스정류장에서 제법 떨어져 있다. 학생들은 매일 아침 시내버스를 내리거나 인근 주택가에서 걸어서 학교까지 300m 정도의 오르막을 올라온다. 그래서 여름은 물론 요즘 같은 가을에도 기온이 높은 날에는 등굣길부터 기진맥진하는 학생이 많다.

학장중 오케스트라가 등굣길에 연주하며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학장중에서는 지난달 12일부터 특별한 캠페인이 마련됐다. 교문 앞에서 학장중 자율동아리인 '하르모니아(그리스어로 조화란 뜻) 오케스트라'가 친구들을 맞는 것이다. 이 캠페인은 등굣길 학생들을 격려하는 것은 물론 학생들이 쉽게 문화체험을 하면서 음악을 통해 정서를 순화해 학교폭력을 없애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캠페인 기간인 9월 12일~10월 7일 중 8회에 걸쳐 오전 8시부터 30분간 연주를 선사한다.

하르모니아 오케스트라는 지난해 설립됐다. 올해는 1학년 5명과 2학년 8명 총 13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친구들에게 기분 좋은 하루를 선물하기 위해 그동안 아침 수업 전과 점심때를 이용해 열심히 연습했다. 평소 오케스트라는 학예회 외에는 발표 기회가 없었지만 이번 캠페인을 통해 공개적인 연주 기회도 얻고 연습하는 과정에서 실력이 늘고 단원 간 단합도 됐다. 문수현(음악) 담당교사는 "이번 캠페인에서 친구들의 기분 좋은 등굣길을 위해 연습해준 단원들이 고맙다 "고 밝혔다.

오케스트라는 예정된 8번의 공연 가운데 7번을 마쳤다. 오는 7일 이번 캠페인의 마지막 공연을 열 예정이다. 하르모니아 오케스트라는 그동안 '오페라의 유령' 주제곡과 라데츠키행진곡 등 귀에 익은 명곡들을 연주했다. 학장중 학생들은 친구들의 연주를 들으며 등굣길을 밝은 마음으로 올라올 수 있었다. 또 단원들은 친구들에게 연주를 들려주며 뿌듯해했다. 이번 캠페인에서는 학생들이 오케스트라와 함께 인증 사진을 찍어 생활지도부장 교사에게 전송하면 추첨해 상품을 주기도 했다. 오케스트라 단장인 2학년 이경식 군은 "연습할 분량이 많아 힘들었지만, 실력이 부쩍 늘고 등굣길 선후배에게 좋은 선물을 준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김다희 학생기자 학장중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