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물 옥상 수조·무거운 추 달아
- 진동과 반대로 움직이는 '제진'
- 지진 강한 유리 등 연구도 활발
지난 12일 경주지역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 지진 이후 건물의 내진에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부산은 마린시티를 중심으로 50층 이상 건물이 27개 동이나 몰려 있는 전국에서 초고층빌딩이 가장 많은 도시다. 내진설계에 대해 알아보고 어떤 과학적 원리가 숨어있는지 살펴보자.
■내진(耐震)-건물을 단단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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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경주지역에서 발생한 역대 최대 규모 지진 이후 건물의 내진에 대한 관심이 높운 가운데 내진 설계가 반영된 부산 해운대 마린시티의 한 초고층건물 모습. 국제신문 DB |
내진설계란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 걸까. 일반적인 건축물이 지진에 잘 견딜 수 있는 하는 방법은 크게 ▷내진 ▷면진 ▷제진으로 구분한다.
내진은 기본적으로 건물을 단단하게 짓는 것이다. 기둥과 보를 튼튼하게 만들고 단단하게 연결한다. 그렇기 때문에 철근이나 콘크리트 등의 재료를 더 많이 넣거나 건물 외벽을 철골구조로 보강한다. 예를 들어 원자력발전소는 단단한 암반에 철근과 콘크리트를 일반 건물보다 많이 써 건물의 강도를 높인다.
하지만 건물이 무조건 강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고층 건물의 경우 약간 흔들리게 짓는데 지진은 물론 바람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에 건물에 유연성을 주어 흔들림에 잘 견디도록 하는 것이다.
건물에 직접 충격흡수장치를 설치하는 것도 이같은 개념을 활용한 것이다. 지진이 일어나면 진동에 따라 충격흡수장치의 길이가 짧아지거나 길어지면서 건물이 기우는 정도를 줄여주는 것이다. 충격흡수장치는 이미 지어진 건물에 내진 보강을 할 때 쓰이기도 한다.
■면진(免震)-진동을 저감
면진은 지진이 일어나면 땅이 흔들리는 것이므로 '비행기를 타고 있다면 안전하지 않을까'하는 발상에서 시작됐다. 현실적으로 건물을 땅에서 완전히 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흔들리는 땅과 건물을 분리시키기 위해 건축물과 땅 사이에 진동충격 완충장치를 설치한다. 한마디로 땅과 건물이 만나는 면을 최소로 하는 것이다. 완충장치는 볼 베어링이나 스프링, 방진고무 패드 등이 사용된다. 고무패드는 얇은 고무판과 얇은 철판을 번갈아 여러 겹 쌓아 단단하게 붙이는 적층고무와 그 중간에 납이 들어간 납플러스 등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지진이 나더라도 완충장치가 진동을 흡수해 건물에 미치는 영향이 현저히 줄게 된다. 부산 강서구에 들어선 한 데이터센터에 이 방법이 적용됐다.
■제진(制震)-진동과 반대방향으로
제진은 지진의 진동과 반대 방향으로 건물을 움직여 지진의 충격을 상쇄시키는 방법이다. 복싱에서 펀치를 맞는 순간 몸을 뒤로 빼면 충격을 줄일 수 있는 원리와 같다. 제진설계는 건물 꼭대기에 쇳덩어리를 매달거나 수조를 설치한다. 상부로 갈수록 진동의 폭이 커지기 때문이다. 건물 위에 커다란 추나 U자 관에 물을 담은 수조를 설치해놓으면 관성에 의해 지진의 진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면서 건물이 쓰러지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준다.
최근에는 건물의 내진설계 외에도 건물 외벽 타일, 유리, 마감재를 비롯해 전기설비, 가스배관 등 비구조재의 내진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원자력발전소나 병원, 학교 등 다중이용시설 및 주요 시설의 비구조재에는 내진 설계가 적용된다. 양산부산대병원 내 대형배관의 경우 용접방식이 아닌 그루브 조인트(이음장치)를 적용, 지진 발생 시 배관이 끊어지지 않도록 했다.
부산대 지진방재센터 김재봉 연구교수는 "내진설계에 대한 연구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기본 개념이나 원리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며 "여기에 적용되는 장치의 재질 등이 좀 더 개선되는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민희 기자 cor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