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백호를 많이 태어나게 하기 위해 백호끼리 교배하는 근친교배를 시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최근에는 백호들이 다양한 유전병을 갖고 태어나게 됐다. 우리가 '언청이'라고 부르는 구개파열을 가진 채 태어나거나 사람처럼 지체장애를 앓기도 한다. 내반족과 척추측만증(척추 옆굽음증), 내장기관의 결함과 같은 질환이 대물림됐고 동시에 수명은 짧아졌다.
사실 근친교배는 인간이 원하는 동물을 얻기 위해 오래전부터 여러 동물에게 행해져왔다. 대표적인 예가 흰 털이 특징인 견공 '몰티즈'다. 원래 몰티즈는 흰색과 갈색 검은색 등 다양한 색의 털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19세기 초 사람들은 흰털을 가진 동물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으면서 흰색 몰티즈가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그러자 사람들은 흰색 몰티즈가 많이 태어나도록 흰색 몰티즈끼리 교배시켰고, 현재의 몰티즈는 흰색 털을 가진 단일 품종이 돼버렸다. 이외에도 흰쥐와 백사자 등 인간은 흰 동물을 더 많이 보고 싶다며 근친교배를 시키고 있다.
최근 근친교배로 태어난 백호의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지만 일부에선 백호라는 종을 보존하기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이에 대해 이항 서울대 수의학과 교수는 "'종 보존'은 단순히 개체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라 동물의 본성과 다양성을 이해하고 그 습성을 그대로 지켜주려는 노력이 전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노력은 선진국에서 먼저 실천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11년 6월, 미국 동물원수족관협회(Association of Zoos and Aquariums·AZA)는 백호나 흰 사자와 같은 희귀동물의 번식을 금지했다. 그 이유에 대해 희귀한 형질을 내기 위한 인위적인 교배는 자연 생태계 전체를 봤을 때 비정상적인 행위이며 동물들의 육체적,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미국이나 유럽, 호주에 있는 대부분의 동물원이 동물복지를 우선해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동물을 좁은 공간에 가둬 두는 방법이 아니라 습성에 맞는 환경을 제공해 최대한 야생 동물 그대로의 모습을 갖도록 하는 것이다. 이와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동물복지규정을 정하고, 이를 지키는 동물원을 인증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아직 우리나라는 이 인증을 받은 적도, 자체적으로 만든 제도도 없는 실정이다.
인간에게는 신비한 존재로 여겨지지만 백호는 실제로 야생에서 살기 불리한 동물이다. 백호와 같은 돌연변이 동물은 포식자의 눈에 띄기 쉽고, 무리와 다른 외모와 기형 때문에 무리로부터 도태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항 교수는 "앞으로 단순히 오락을 위해 돌연변이종을 억지로 교배하는 것을 막고 동물원이 동물의 복지를 우선으로 운영되도록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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