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생맥주는 크림생맥주'라는 공식이라도 생긴 듯, 모든 술집에서 크림생맥주를 판매한다. 크림생맥주는 거품의 양이 많고, 그 크기가 다른 생맥주에 비해 조밀한 게 특징이다. 하지만 이런 거품을 맛보기 위해서는 맥주 본연의 맛을 조금은 양보해야 한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우리가 몰랐던 크림생맥주의 비밀은 무엇일까.
거품의 양을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바로 맥주의 '성분'이다. 맥주에는 기본적으로 효모가 발효하면서 내놓는 탄산기체(이산화탄소)가 0.3~0.4% 포함돼 있다. 여기까지는 모든 맥주가 동일하다. 맥주는 생맥주 기계 안의 좁은 관을 통과하면서 높은 압력으로 압축된다. 이때 물에 잘 녹지 않는 질소를 충전한 맥주는 보다 높은 압력을 받고 더 많은 탄산기체가 녹는다.
기체의 용해도는 압력과 비례한다는 '헨리의 법칙' 때문이다. 맥주에 녹은 탄산기체가 좁은 관을 통과해 밖으로 나오면 비로소 거품이 된다. 질소 기체가 많이 충전된 맥주는 상대적으로 많은 거품을 만든다. 기네스는 전체 맥주 속 기체의 70%가량이 질소다.
하지만 질소가 많아진다고 거품이 많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기체가 그냥 공기 중으로 방출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이를 막는 것이 맥아의 단백질과 홉의 폴리페놀이다. 덩굴식물인 홉에 있는 폴리페놀은 녹차나 포도주, 사과 등에도 들어있는 화학물질이다. 이들이 기체를 둘러싸야 비로소 거품이 완성된다. 하지만 홉은 맥주의 맛을 쓰게 만들기 때문에 너무 많이 넣으면 맛이 없어질 수 있다. 질소기체 역시 너무 많이 넣으면 맥주 특유의 청량감이 사라진다.
다른 방법은 뭐가 있을까. 처음 따를 때 낙차를 크게 주는 방법이 있다. 맥주가 잔의 바닥에 강하게 부딪히면서 생기는 마찰력으로 거품이 많이 생기는 원리다. 이렇게 만든 거품은 크기가 크다. 그 상태를 1분 정도 유지하면 맥주의 표면장력 때문에 거품의 크기가 점점 작아진다. 그 상태에서 맥주를 마저 따르면 작아진 거품이 위로 올라오며 크림생맥주가 완성되는 것이다. 하지만 거품이 작아지는(안정화되는) 시간이 최소 5분 이상은 걸리기 때문에 '성격 급한' 우리나라에서는 억지로 거품을 짜내는 일이 허다하다고 한다.
'스월링'이라는 기술도 있다. 스월링은 와인을 마시는 방법을 가리키는 말로 와인의 향을 발산시키기 위해 잔을 둥글게 돌려주는 행동을 말한다. 맥주에서는 맥주를 따를 때 잔을 돌리는 기술을 말한다. 맥주를 저장하는 케그에서는 맥주가 굉장히 안정된 상태이기 때문에 스월링을 하면서 그 상태를 깨준다.
모든 문화가 그렇듯 정답은 없다. 받아들이는 사람의 판단과 취향의 문제다. 하지만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크림생맥주의 비밀을 알게 된 지금, 과연 여러분이 느끼던 크림생맥주의 맛은 어제와 같을까.
최지원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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