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말 강원도 춘천의 한 대학교 운동장에선 하늘에서 나방이 눈처럼 내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나타난 나방 떼는 6월 초까지 춘천 일대를 점령했다. 춘천에 나타난 나방의 이름은 연노랑뒷날개나방. 이 나방은 날개 길이가 21~22㎜인 중대형 나방으로 날개를 펼치면 연노랑색의 날개가 보인다. 국내에선 주로 6, 7월 쉽게 볼 수 있는 나방이다.
나방이 갑자기 떼로 나타난 사실과 관련, 다양한 주장이 나왔다. 우선 나방의 유충이 살기에 좋은 환경이 춘천에 마련됐다는 것. 나방이 나타나기 전 5월의 춘천 강수량은 총 109.1㎜로 지난해 5월보다 3배 많은 수치다. 3일에 한 번꼴로 적당히 내린 비는 나방이 살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충분했다. 춘천지역에는 나방이 좋아하는 참나무류가 많아 먹이도 풍족했다. 다른 의견으로는 올봄의 기온이 높아져 나방을 포함한 벌레의 개체수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5월 19, 20, 22일의 춘천 지역 최고기온이 30℃를 넘기도 했다.
기온이 상승하면 벌레는 더 빠르게 성장한다. 대표적인 여름 벌레인 모기는 기온이 높을수록 체온이 올라가면서 대사활동이 활발해진다. 또 성장이나 번식도 빨라져 여름에 모기가 많아지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모기는 18℃ 이상이 되면 활동을 한다. 나방도 마찬가지다. 나방 유충은 적당한 습도와 높은 온도에서 잘 자란다. 비가 적당히 내린 춘천에서 고온 현상까지 겹치면서 나방의 개체 수는 평소보다 훨씬 많아진 것이다.
과거에도 비슷한 일이 더러 있었다. 2014년 8월에는 전남 해남에서 풀무치 떼가 나타나 20만㎡에 해당하는 농작물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메뚜기의 일종인 풀무치는 벼나 잡곡류의 잎이나 줄기를 갉아 먹어 해당 농가에 큰 피해를 줬다. 이후 농촌진흥청은 친환경 약제로 풀무치를 방제했다.
이 같은 현상은 서울 도심에서도 발생했다. 2013년 6월 동대문 의류상가에서도 연노랑뒷날개나방이 떼로 나타났다. 동대문 의류상가는 새벽까지 화려한 조명을 이루는 곳으로 빛을 따라온 나방이 떼를 이룬 것이다.
나방이나 풀무치 등의 벌레가 대량으로 나타나는 것은 정상적인 상황은 아니다. 많은 과학자들은 안정된 환경 안에서는 특정 벌레가 대량으로 나타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폭염, 가뭄, 홍수와 같은 이상기후의 증거일 수 있다는 것이다. 갑작스레 날아든 나방 떼가 반가울리 없다. 춘천 시는 급히 방역 작업에 돌입했다. 곤충 알의 부화를 억제하는 디플루벤주론이라는 살충제를 사용했다. 이 살충제는 독성이 강해 나방뿐 아니라 다른 벌레나 식물에게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사람에게도 당연히 좋을 리 없다. 나방은 그저 살기 좋은 환경에서 잘 자라 밝은 빛을 쫓아갔을 뿐이다.
심우·과학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