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많은 언론들이 2016년을 가상현실(Virtual Reality·VR) 산업의 원년이라고 보도했다. 그 포문을 연 대표적인 행사가 지난달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박람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였다. 한국 기업만 예로 들어도 삼성은 기어 VR과 4D 의자로 360도 입체 영상을 경험할 수 있는 'VR 4D 상영관'을 운영했으며, LG는 360도 VR 콘텐츠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이번 MWC에서는 일상생활과 관련된 모든 분야에서 VR이 접목되고 있다는 점을 인식시켰다. 행사에 참석한 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 역시 "VR은 차세대 플랫폼이다"라고 말하며 'VR 대세론'에 힘을 실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개발자 컨퍼런스인 'F8 2016' 행사에서 10년 로드맵을 발표한 페이스북은 가상현실 및 증강현실을 향후 기업을 이끌어갈 차세대 플랫폼의 주요 키워드 중 하나로 꼽았다.
지난 2014년 3월 페이스북이 20억 달러라는 거액에 오큘러스를 인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오큘러스 리프트는 '팔머 럭키'라는 청년이 2012년 개발한 VR 장치로, 머리의 움직임을 감지해 그에 맞는 VR 콘텐츠를 보여주는 헤드셋이다.
페이스북이 VR에 집착하는 이유는 미래의 소셜 기능이 거기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글과 사진만 공유하는 소셜미디어 대신 하나의 가상공간에 모여 함께 식사도 하고 토론도 하는 소셜미디어시대가 열리게 된다는 것이다.
미국의 스타트업인 'Axon VR'은 옷처럼 입을 수 있는 가상현실용 수트와 공중에 뜨는 형태의 외골격 시스템을 조합해 신개념 VR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다. 이 시스템은 외골격에 의해 몸이 공중에 뜬 상태에서 수트가 제공하는 가상현실을 통해 산을 오르거나 운동장을 달리는 등의 상황을 실감나게 체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는 전 세계인들이 VR 영상을 체험할 수 있게 된다. 경기 장면을 고화질 360도 VR 카메라로 촬영해 5세대 이동통신 시범망 등으로 실시간 중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선수가 착용한 헬멧에 초소형 카메라와 데이터 송신기를 달아 선수 시점에서 촬영한 중계 화면도 앱으로 생중계될 계획이다. 또 스키점프나 스노보드 등의 경기장을 VR 시뮬레이터로 구현해 일반인도 평창올림픽 코스를 원하는 방향과 각도에서 가상체험할 수 있다.
전기차 업체 테슬라와 민간 우주개발기업 스페이스X의 CEO인 엘론 머스크는 최근 공개석상에서"미래 인류가 가상 세계가 아닌 진짜 현실에서 살 확률은 10억분의 1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매트릭스와 같은 영화에서나 등장하던 VR 세계가 이제는 실제 현실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성규·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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