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태 알려면 조사 방법 개선해야
전국 시도 교육청은 학교폭력 실태조사를 지난달 21일 시작해 오는 29일까지 시행하고 있다. 해마다 온라인을 통해 하는 실태조사는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학생 대다수를 대상으로 한다. 이 조사를 따르면 해마다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고무적이다. 하지만 조사 방법에서는 여전히 보완할 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 |  |
| 한 고교생이 학교폭력 실태조사 홈페이지에서 안내문을 읽어보고 있다. |
전국 평균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은 2013년 1.9%에서 지난해 하반기 0.9%로 꾸준히 낮아지고 있다. 특히 부산은 지난해 피해 응답률이 0.4%로 다른 시도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일부 학교에서 조사의 비밀 보장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 홈페이지를 보면 '응답 내용에 따른 불이익은 전혀 없으며 비밀이 보장된다'는 내용이 눈에 띄게 표시돼 있다. 학교폭력 조사 문항 작성 과정에서 화면의 밝기를 낮출 수 있어 뒤에서 응답 내용을 알기 어렵게 하는 장치도 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가해자든, 피해자든 학생들이 솔직하고 성실하게 답변을 하기에는 제대로 여건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개별적으로 집에서 작성하기가 어렵다. 집에서 작성하면 시간을 두고 꼼꼼하고 솔직하게 내용을 쓸 수 있다. 그러나 실태조사에 참여하려면 학교 측이 배부하는 인증번호가 필요하다. 개별적으로 집에서 하려고 해도 인증번호가 없으면 참여할 수 없다. 그런데 한꺼번에 조사를 완료할 수 있는 편의성 때문에 단체로 실태조사를 작성하도록 하는 학교가 많은 실정이다. 이럴 땐 조사 내용 작성의 비밀 보장이 어렵다. A(B고 1) 양은 "같이 하는 친구들이 모두 빨리하고 끝내려고 하니 덩달아서 대충 응답하게 된다. 단체로 참여하니 피해 경험을 적으려는 학생이 제대로 답하기 어려울 것 같다"며 "응답 내용은 익명을 보장한다고 하지만 그 응답을 적는 걸 제대로 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느냐"고 불만을 표시했다.
이뿐만이 아니라 아예 일부 학교는 학생들에게 학교폭력 피해·가해 경험을 묻는 항목에 사실대로 적지 말 것을 공공연히 요구하기도 한다는 게 여러 학교 학생의 불만이다. C고는 실태조사를 하기 전 '피해경험이 있더라도 그대로 답하지 말고 교사나 학교 담당 경찰관에게만 알리라'는 내용의 교내 안내방송을 했다. D고는 비슷한 내용을 교사가 학생들에게 직접 전달했다. 고교생 E 양은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그 학교가 얼마나 좋은 학교인지 알아보는 척도가 아닌데 학교폭력 사실을 숨기려고 조사를 형식적으로 만드는 것 같아 안타깝다. 조사에 꼭 응답해야 할 피해 학생이 마음 놓고 설문을 작성할 수 있도록 시행됐으면 한다"고 밝혔다.
고소양 학생기자 금정여고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