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해못할 규제에 학생들 불만
- 학생회·교사 협의 거쳐 개선도

'머리 집게 핀, 어두운 색깔은 해도 되고, 밝은 색깔은 안 된다' '동복 스타킹은 반드시 검은색만 착용해야 한다'.

부산지역 여러 학교에서 학생 생활을 지도하기 위해 만든 규정 가운데 일부가 상식을 벗어나거나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많아 불만을 사고 있다. 특히 여중이나 여고 등에서는 더욱 세세하게 복장 규정을 적용하는 편이다. 남자 고교는 지나치게 짧은 머리를 요구하는 곳이 있다.

일부 학교는 머리핀의 색깔을 규제하고 있다. 사진은 머리핀을 한 여학생.

A 여고는 집게 형태의 머리핀을 착용할 때 색깔이 어두운 것을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어두운색과 밝은색을 가르는 명확한 기준은 없어 학교 선도부에서 단속할 때 자의적으로 규정을 적용할 여지가 있다. 또 꾸미기 위한 용도가 아니라 신앙에 따라 착용하는 종교 팔찌도 규제해 학생들을 의아하게 한다.

신발 착용 규정도 이 학교 학생들의 불만을 강하게 사는 규정이다. 이 학교는 7, 8월과 12~2월 등 5개월은 운동화를 신을 수 있고 그 외의 달은 단화를 착용하도록 했다. 그런데 한 2학년 학생이 실수로 3월 초에 운동화를 신고 등교했다가 압수당하는 일이 있었다. 규정상 압수당한 운동화는 14일이 지나야 돌려받을 수 있는데 공교롭게 3월 중순 수학여행을 떠나기 전에 돌려받지 못한 이 학생은 부득이하게 새로 운동화를 살 수밖에 없었다.

B 여고도 동복을 입을 때는 검은색 스타킹만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C(B 여고) 양은 "초콜릿 색 등 짙은 색깔을 신을 수도 있는데 한 가지 색만 고집하는 건 이해가 안 된다. 스타킹으로 멋을 부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학교가 제공하는 것도 아니면서 규정을 강제한다"고 밝혔다. 남자 고교인 D고는 지나치게 엄격한 두발 규정 탓에 학생들의 불만이 높다. 한 학생은 "머리카락 길이 규정이 너무 짧아 잡초나 고슴도치 같다는 비아냥을 한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이 같은 학생들의 불만을 고려해 많은 학교가 주기적으로 학교와 학생회 간부 간에 회의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다. 일부 학교는 형식적으로 회의가 이뤄지기도 하지만 상당수 학교는 규정 개선의 효과를 보고 있다. 한 여고는 조끼 패딩 착용을 금지하다가 지난달 학생회 간부와 지도부 교사들 간의 회의를 거쳐 허용하기로 했다. 아직 학교마다 시대착오적인 규정이 적지 않지만 이처럼 학교의 민주적 의견 수렴 절차를 거쳐 바람직하게 개선되는 경우가 늘고 있다.

문선혜 학생기자·동주여고2 이승희 학생기자·동주여고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