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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당신의 일상은 감시당하고 있다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5-09-17 19:31:32
  •  |   본지 1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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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

조지 오웰(George Orwell, 1903~1950)은 소설 <1984>에서 인간의 행복을 권력과 무관한 것들에서 찾고자 했다. 즉, 종이를 누르는 문진(文鎭), 낚싯대, 1페니짜리 사탕 등이 그것이다. 또한 오래된 교회 뜰을 거닐고, 진한 차를 만들며, 사랑을 하는 것도 인간의 행복에 포함된다. 이런 소소한 일을 할 시간이 없는 지식인들은 그것이 감성적이고 하찮은 일이라며 비웃을지 모르지만, 조지 오웰은 지극히 평범한 행동들이야 말로 삶을 가치 있게 하는 진정한 요소들이라고 생각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윈스턴 스미스는 '윈스턴 처칠'의 윈스턴에다가 영국에서 가장 흔한 이름인 스미스를 붙인 것이다. 윈스턴은 전쟁에서 가족을 잃고 죄의식을 갖는다. 과거를 간직하기 위해 일기를 쓰지만, 그것은 사상죄에 해당한다. 그가 살고 있는 오세아니아는 육체적 자유는 물론이고 인간의 사고나 감정까지도 지배하는 숨 막히는 세상이다. 누가 어디를 가든지, 무슨 생각을 하는지 텔레스크린을 통해 빅브라더가 감시한다. 빅브라더는 소설 속 세상에서 전지전능한 존재이며, 인간이 사랑할 수 있는 유일한 대상이다. 윈스턴은 오세아니아의 전체주의적 사회에 반감을 가지고 있으며 반역을 꾀하는 인물이다.

소설의 배경인 오세아니아에는 300m가 넘는 초고층 빌딩이 있고 헬리콥터가 떠다니며, 마이크로폰과 같이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기계도 등장한다. "빅브라더가 당신을 주시하고 있다"라고 협박하는 대형 포스터가 시내 곳곳에 붙어 있다. 또한 사람들이 활동하는 모든 곳에 송수신이 가능한 텔레스크린이 걸려 있고, 거리마다 사상경찰이 돌아다닌다. 빅브라더는 텔레스크린을 통해 사람들을 감시할 뿐만 아니라 생각이나 사상을 세뇌시킨다. 빅브라더는 곧 신이고 전지전능한 인물인 것이다.

■끝나지 않은 1984년

소설 속에 빅브라더가 있다면, 지금 우리에겐 CCTV가 있다. 대부분의 CCTV는 방범유지나 범죄 예방과 같은 공익의 목적으로 설치한 것이다. 아파트나 어두운 골목 등에 설치된 CCTV는 대부분의 주민들이 원해서 설치하기도 한다. 하지만 악용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또 현대인과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스마트폰도 우리를 감시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스마트폰으로 인터넷 접근이 용이해 지면서 은행 업무를 보고, 친구와 대화를 할 수 있으며, 원하는 상품을 구입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이탈리아의 해킹 프로그램으로 일반인의 스마트폰 메신저 앱 감시를 했다는 뉴스가 들려오기도 했다. 내가 누구와 어떤 대화를 하고 있는지, 어떤 사진이 오고 갔는지를 훔쳐보고 있었다는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가 나를 어떤 식으로든 감시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소설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빅브라더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조지 오웰은 그 '당연함' 때문에 세뇌당하고 판단력이 흐려지는 것에 대해 경고를 보낸다. 윈스턴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사회에서 인간적이기를 꿈꿨다. 하지만 윈스턴이 싸우려고 하는 빅브라더는 그가 인간적인 삶을 꿈꾸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1984>는 윈스턴이 인간성을 지키려다가 결국 처절하게 패배하는 것으로 끝난다.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나중에는 남들보다 더욱 깊게 빅브라더를 찬양하고 사랑하게 된다.

윈스턴의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다. 나의 전화번호나 계좌 정보가 어디에 팔렸다는 뉴스가 나올 때만 잠깐 화가 났다가, 다시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편리함이라는 달콤함만을 보고 거기에 적응돼 있지는 않은가. 조지 오웰은 소설 <1984>를 통해 인간의 미래는 이대로 가다간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상황과도 같은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준엄한 경고를 내린다.

조지 오웰의 <1984>는 1948년에 완성되고 1949년 8월에 출판됐다. 그는 결핵으로 1950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가 생각한 아주 먼 미래는 1984년 정도 됐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1984년은 끝나지 않았다. 현재이고, 미래인 것이다.

김세경·과학칼럼니스트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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