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빛에너지를 이용해 산소 화합물로 된 아주 얇은 절연막 소자를 단 5분 만에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번 성과는 반도체 산업에서 많은 비용을 들여 약 2시간 동안 진행하는 진공공정을 초단기에 실현함으로써 가격을 획기적으로 낮추고, 다양한 기능성 산화물 소재의 산업화를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연구재단은 광주과학기술원 윤명한 교수와 중앙대 박성규 교수,  광주과학기술원 박성준·연세대 김광호·중앙대 조정완 박사과정생 연구팀이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1일 밝혔다. 

용액을 응고시킨 산화물 전자소재는 제작 공정이 매우 간단하고 다른 유기물에 비해 우수한 품질과 내구성을 갖춰 차세대 반도체 소자이자 초대면적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는 신물질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우수한 특성을 얻기 위해서는 장시간 고온에서 활성화 반응을 거쳐야 하는 어려움이 있어, 유연한 기판에 적용하거나 대면적으로 제작하기 위한 인쇄공정에는 적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세계 최초로 극자외선을 이용한 '라디칼(radical) 형성 반응'을 통해 고품질 산화 절연막을 5분 만에 형성하는 데 성공해 용액공정 산화물 전자소재가 상용화될 수 있는 기반을 열었다. 라디칼은 반응성이 큰 화학종으로 화학변화가 일어날 때 반응성이 매우 크고 빠른 특성이 있다. 오존보다 2000배, 태양의 자외선보다 180배나 빠른 산화속도를 자랑한다.

연구팀은 코팅된 졸겔(sol-gel) 필름에 극자외선을 조사할 때 형성되는 고반응성 라디컬 및 광화학 반응를 통해 불순물들이 빠르게 제거되고 고밀도의 박막을 낮은 온도에서(150도) 5분 안에 형성할 수 있었다. 이러한 방법은 약 2시간 동안 플라스틱이 녹아내리는 고온(400도)의 열처리를 거쳐야 하는 기존 방법보다 훨씬 빠르다.

박성규 교수와 윤명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고온 열처리 없이는 제작이 불가능했던 다양한 기능의 고성능 산화물 소재를 저온에서 빠른 시간 안에 제작할 수 있음을 보여준 성과"라며 "유연성 산화물 회로 구현을 통해 웨어러블 전자기기와 대면적 디스플레이를 구현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재료공학 분야 국제학술지 어드밴스드 펑셔널 머티리얼즈(Advanced Functional Materials)의 지난 18일 자 온라인판 표지논문(Front Cover)으로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