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러토리엄에서 고등학생·대학생으로 구성된 해설사(익스플레너)들이 관람객을 대상으로 과학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 日 도쿄 과학미래관 명물
-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
- 대학·과학관서 양성 선발

- SF 익스플로러토리엄은
- 인력 자체양성 전시물 직접제작

지난 13일 오후 일본 도쿄 오다이바에 위치한 과학미래관(미라이칸). 하얀색 조끼를 입은 직원들이 관람객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들은 과학미래관의 '명물'인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Science Communicator·SC)이다. SC는 과학미래관의 전시물을 해설하고 '사이언스 미니토크'라는 15분짜리 강연을 진행하며 전시물 기획·제작 업무까지 맡고 있다. 과학미래관에는 총 50명의 SC가 배치돼 있다.

■일본 과학관은

과학미래관 SC의 특징은 관람객의 나이·성별·전문분야·인생경험 등에 따라 '맞춤형 해설'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과학미래관의 한국인 SC 김지희(여·39) 씨는 "SC는 손님을 관찰한 뒤 먼저 다가가 말을 건다. 하루 100명 이상의 관람객과 대화를 하지만 똑같은 해설을 한 적은 한 번도 없다. 관람객이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해설 내용이 달라진다"며 "지식을 일방적으로 전달하지 않고 토론하듯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도 특징"이라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과학계와 일반 대중을 잇는 전문 인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대학과 과학관에서 SC를 양성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이에 현재 도쿄대·와세다대·홋카이도대에 관련 학과가 개설됐고, 과학미래관과 우에노 국립과학박물관이 2009년부터 5년 교육과정의 SC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과학미래관 홍보팀 토미타 토모히로 씨는 "석사 이상만 지원할 수 있지만 나이와 전공은 무관하다. 처음엔 이과 쪽 전공만 뽑았는데 지금은 문·이과 관계 없이 선발한다. 이과 출신들은 '이 정도는 당연히 알겠지'라는 선입견이 있어 관람객의 눈높이에 맞는 해설을 하지 않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미국 과학관은

이처럼 선진 과학관은 전시물 제작·해설, 교육프로그램 진행 인력을 자체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 과학관 익스플로러토리엄(Exploratorium)은 전시물 600여 점을 모두 과학관 직원들이 제작하는 방식으로 유명하다. 직원 397명 중 상당수가 전시물 제작 업무를 하는 엔지니어, 디자이너, 리서처, 과학자 등이다. 각기 다른 전문성을 가진 직원들은 팀을 이뤄 전시물을 제작한다. 익스플로러토리엄은 세계적인 과학관의 80%가 자신들이 제작한 전시물을 이용한다고 밝혔다.

익스플로러토리엄은 또 고등학생(120~150명)과 대학생(20여 명) 인턴을 활용한 '익스플레너(Explainer)'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익스플레너는 과학관 내부 일정한 장소에서 하루 몇 차례 관람객을 상대로 간단한 과학교육을 실시하는 역할을 한다. 이 과학관 교육분야 책임자인 앤 제닝스(Anne Jennings) 씨는 "15~18살의 저소득층 고등학생을 고용해, 과학 현상을 설명하는 수업을 진행하도록 교육시킨다"고 말했다.

본지 취재팀이 방문한 날에는 현미경으로 바닷물 속의 미생물을 관찰한다거나 소의 눈알을 해부해 눈의 기능을 설명하는 수업이 마련돼 있었다.

미국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California Science center)는 교육 프로그램 담당 직원 20명이 파트타임 직원 40~60여 명과 함께 매년 3600여 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여름캠프를 진행한다. 사이언스센터의 전시관 해설은 직원 20명(대부분 파트타임)과 자원봉사자가 맡고 있다.


# 부산과학관 정원 41명 불과, 전시물 기획 전담인력 태부족…해설사 수급엔 무리없어 다행

국립부산과학관도 미국·일본의 선진 과학관처럼 전시물 제작·해설, 교육프로그램 진행 인력을 자체적으로 보유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국립부산과학관은 관련 법에 의해 정원이 41명으로 묶여있다. 이중 50%는 전시물 기획과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할 석·박사급 연구직으로, 20%는 디자인·IT 등 전문직, 나머지 30%는 행정직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선진 과학관에 비하면 전시물 기획과 교육 프로그램 운영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다행히 전시관 해설사 수급은 원활할 전망이다. 부산과학기술협의회가 국립과학관 건립에 대비해 2006년 개설한 과학문화해설사 양성과정을 통해 해설사가 6기까지 배출됐고, 이 중 활동실적이 우수한 230여 명은 현재 '사이언스 아카데미'에서 5개월 과정의 전문 교육연수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발전연구원이 발간한 '국립부산과학관의 성공적 운영방안' 보고서에서는 이들을 파트타임으로 고용해 비수기(31명)·성수기(65명)에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대부분 40대 전후의 고학력 주부들이라 경력단절여성에게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먼저 개관한 국립 대구·광주과학관을 포함한 기존 4개 국립과학관은 과학해설사가 없어 매년 외부업체에 위탁용역을 맡기는 실정이다. 외부용역은 1년 단위로 계약을 체결해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 또 인원이 고정(대구 38명, 광주 26명)돼 비수기에 비해 5배 이상 관람객이 증가하는 성수기에는 전시장 해설활동이 사실상 어렵다.


# "과학 대중화에 큰 보람…SC양성 교육자가 꿈"

■ 일본 도쿄 과학미래관 한국인 SC 김지희 씨

- 와세다대 뇌신경과학 박사학위
- 하루 100명 이상 관람객과 대화

	일본 도쿄 과학미래관의 한국인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SC) 김지희 씨가 전시물을 설명하고 있다.

일본 도쿄 과학미래관의 유일한 한국인 사이언스 커뮤니케이터(SC) 김지희(39) 씨는 와세다대에서 학부·석사·박사 과정을 밟은 고급인재이다. 전공은 뇌신경 과학으로 일본국립연구소에서 8년간 연구원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이런 인재가 보장된 길을 마다하고 지난해 과학미래관의 SC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학미래관의 SC 제도는 5년 교육과정으로 수료 후 스스로 다른 분야(연구소, 기업, 미디어, 민간과학교실 등)에 진출해야 한다.

"사회에 공헌하고 싶어서 공부를 시작했는데 아직 뇌나 신경 과학 쪽은 알려지지 않은 분야이다 보니 기초연구에 집중돼 실용화가 힘들었어요. 전공 분야만 계속 연구하는 것보다 과학을 대중에게 알리는 일이 더 보람될 것 같아 연구소를 그만두게 됐습니다."

SC 2년차인 김 씨는 하루 100명 이상의 관람객과 이야기를 나눈다. 그 중 가장 보람있었던 에피소드로 한 여중생과의 인연을 떠올렸다. "일본 초중고에는 '자유연구'라는 방학 과제가 있어요. 중학교 2학년 여학생이 연구 주제를 정하지 못한 상태에서 저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대화 속에서 재미있는 주제를 정했고 열심히 연구해서 나중에 상까지 받았어요." 이처럼 SC가 전시물에 대한 해설뿐만 아니라 관람객과 과학 전반에 대한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단골 손님'도 생긴다고 한다. 전시물보다 오히려 특정 SC를 만나러 오는 관람객도 있다.

SC는 2년차부터 해설뿐만 아니라 전시물 기획·제작 업무를 해야 한다. 김 씨는 "전공 외에 우주·에너지 등 모르는 분야는 스스로 공부해야 전시물을 기획할 수 있다. 업무 시간 외에도 최신 과학기술에 대한 정보를 열심히 찾아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마지막으로 "에너지 고갈과 기후변화 등을 해결하고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과학이 꼭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일반 사람들에게 과학을 쉽게 전해줄 SC가 필요하다. 앞으로 SC의 인지도를 높이는 게 목표이다. SC를 양성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