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수영구 부산여상 학생들이 작성한 시 노트.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 포근한 봄의 졸음이 떠돌아라 //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이장희, '봄은 고양이로소이다')

부산 수영구 부산여상 2학년 최유성 양이 지난해 4월에 아침 시 감상 시간에 시 노트에 기록한 시다.

부산여상은 매주 금요일 아침에 교사와 학생 모두 시(詩) 감상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학생들은 매주 시 한 편을 받아 시 노트에 시를 옮겨 적고, 간단한 소감과 작가의 생애, 작품 해설, 작가의 다른 작품을 찾아 기록한다. 한 주간 정성을 기울여 기록하고 해설을 추가한 시는 매주 금요일에 교내 방송으로 박형석(국어) 교사가 낭독한다.

시 감상과 시 노트 작성은 1년 전 퇴직한 신혜경 교사의 제안으로 2010년부터 시작했다. 현재 시 노트 작성을 담당하는 인성교육부 정효순 부장교사는 "시 노트 쓰기를 통해 학생들이 사색하는 습관을 갖고, 자신의 내면을 스스로 비추어 보게 됐다"며 "지나친 경쟁 위주의 교육에서 자칫 메마르기 쉬운 감성을 회복하고 맑고 깨끗한 자아를 찾을 수 있다. 시의 즐거움을 깨우치면 책을 가까이하는 습관이 생겨 자신의 내면이 풍성해지고 바른 인성을 갖게 된다" 라고 설명했다.

최 양은 "처음 학교에서 시 방송을 들었을 때는 잘 몰랐지만 금요일마다 시 듣기와 시 노트 작성 등 활동을 하면서 지금은 마음의 위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2학년 김유정 양은 "매주 시 한 편씩 1년에 30편 이상의 좋은 시를 접할 수 있다. 요즘 시를 많이 읽지 않는 다른 친구들과 달리 시를 깊이 감상하면서 자신이 특별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황민경 학생기자 부산여상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