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0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익스플로러토리움을 찾은 관람객들이 연구원들의 전시물 제작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 1969년 개관, 하루 4000명 찾아
- 연구원이 기획·제작·보수 책임져
- 전시물 평범·조잡해 보이지만
- "관람객 자신감 북돋는 게 목적"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는 또 하나의 명물 과학관이 있다. 15번, 17번 부두에 위치한 '익스플로러토리엄(Exploratorium)'이 그것이다. 이 과학관은 원자폭탄을 개발한 로버트 오펜하이머 박사의 동생이자 물리학자인 프랭크 오펜하이머(Frank Oppenheimer) 박사가 1969년 개관했다. 당초 건물은 100년 넘게 사용해 아주 낡은 것이었다. 이에 12년의 준비과정과 3년여 공사를 거쳐 지난해 4월 연면적 3만여 ㎡ 규모의 현재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하루 평균 4000여 명, 연간 140만여 명의 관람객이 이곳을 찾고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체험하라

익스플로러토리엄에 들어서면 다른 과학관에서 볼 수 없는 광경이 눈에 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관람객들이 각종 전시물에 붙어서 이리저리 뭔가를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한 초등학생은 긴 쇠막대를 손바닥에 대고 세로로 세워보느라 여념이 없었다. 쇠막대에 걸려있는 추의 높이가 올라감에 따라 균형잡기가 어렵다는 점을 체득하는 것이다. 한 성인 남성은 현미경으로 줄기세포를 관찰하고 있었다.

이쑤시개와 글루건(접착제 일종)만을 이용해 손으로 만든 커다란 조형물은 그 자체를 보는 것만으로도 압도적이지만 부분, 부분을 떼어 만져볼 수 있고 머리 등에 써볼 수 있도록 했다. 두 아들과 함께 과학관을 찾은 숀 마이클 씨는 "전시물마다 어떻게 실험할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그림 설명판이 갖춰져 있어 어린 아이들도 쉽게 작동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익스플로러토리엄은 600여 전시물이 모두 체험 또는 실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다. 이곳에서 40여 년간 일해온 론 힙치만(Ron Hipschman) 연구원은 "관람객 중 어린이들은 과학원리를 글이나 말로 쉽게 이해할 수 없고, 무엇보다 호기심이나 재미를 유발할 수 없다"면서 "이곳에 있는 전시물들은 수많은 테스트과정을 거쳐 과학원리를 명확하게 전달하고, 호기심과 재미를 통해 과학에 대한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개발됐다"고 설명했다.

매주 목요일 저녁에는 어른들만을 위한 '관람시간'이 따로 운영된다. 자녀와 함께 방문하면 아무래도 아이들의 체험을 도와주느라 정작 자신은 제대로 관람을 즐길 수 없기 때문이다.

관람객들의 체험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싱커룸'이라고 해서 최근 우리나라에 도입된 '무한상상실'과 유사한 공간이 있다. 커다란 테이블에 각종 공구와 재료들이 놓여 있어 관람객이면 누구나 들어가 마음대로 원하는 것을 만들어볼 수 있다. 또 과학관 곳곳에는 250여 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관람객들의 각종 편의를 도와준다. 부산시 과학정책담당 한규열 사무관은 "부산과학관에도 자원봉사자들을 활용해 과학관의 활성화를 꾀할 수 있는 방안을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연구원이 모든 전시물 직접 제작

이곳 전시물을 보면 대체로 조잡하고 평범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재개관한지 1년이 갓 넘은 과학관이라 더욱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 하지만 모든 전시물들을 자체 연구원들이 직접 만든다는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앨리손 피니(Allyson Feeney)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관람객들이 전시물을 체험한 뒤 자신들도 충분히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제작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면서 "한 여성 관람객이 과학관을 다녀간 뒤 집에 있는 전선들을 자신의 손으로 직접 바꿨다는 얘기를 전해듣고 매우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익스플로러토리엄은 연간 예산(600억 원)에서 상당 부분을 체험형 전시물 제작에 사용하고 있다. 또 전시물 제작능력을 갖춘 연구원들을 보유하고 있는데, 한 연구원이 한 개의 전시물을 전담해 기획부터 제작 완료 및 운영, 보수까지 책임지고 있다.

특히 전시관 한켠에 마련된 전시물 작업공간은 관람객들에게 개방돼 있다. 관람객들은 안전바(bar)를 경계로 연구원들이 어떤 작업을 하는지, 무엇을 만들고 있는지 구경할 수 있다. 작업장 앞에는 모니터와 컴퓨터가 설치돼 있어 현재 개발 중인 전시물에 대한 설명과 완성품을 볼 수 있다. 작업공간 앞에는 녹음기와 비디오 카메라가 설치돼 있어 관람객들의 반응을 파악, 전시물 제작에 반영한다.

이에 대해 과학관련 전시기획업체 대표이기도 한 마정혜 계원예술대 전시디자인과 겸임교수는 "이 같은 자체 제작시스템이 익스플로러토리움을 전 세계에서 가장 독창적이고 특색있는 과학관으로 손꼽히게 만들었다"며 "한국 과학관처럼 전시물 제작을 외주에 맡겨서는 이런 전시물들이 나올 수 없다. 부산과학관도 가능한 빨리 연구원들을 확보해 자체 전시물 제작능력을 갖추고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 기부금·정부사업 등으로 연간 예산 600억 마련

■ 앨리손 피니 코디네이터

-과학관에서 디자인이 필요한 이유는.

▶우리 과학관의 강점은 '다양성'에서 나온다. 여러 사람들이 다양한 시각을 가지고 전시물을 만들기 때문에 제작과정 전체가 디자인과 별개가 아니다. 이곳의 전시물들은 예술작품이기도 하다. 예술가와 과학자는 자연을 표현해 낸다는 점에서 같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예술전공 큐레이터가 근무하고 있다.

-로스엔젤레스 사이언스센터의 경우 연간 300억 원가량의 예산을 주정부 지원과 기부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다. 익스플로러토리움은 그보다 두 배 많은 600억 원이다. 어떻게 마련하나.

▶미국에 있는 대부분의 박물관은 정부 소속이 아니다. 기업이나 개인으로부터 기부금을 받을 수 있다. 또 입장료(4세부터 성인까지 19~29달러) 수입과 더불어 정부 사업을 따내 사업비를 받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