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항해는 쿡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높이는 계기가 되었는데, 그것은 당대의 항해에서 고질병이었던 괴혈병을 치료하는 선구자가 됐기 때문이다. 15세기 들어 대형 선박으로 원거리 항해가 가능해지고, 저장 음식 의존으로 괴혈병이 생기기 다반사였다. 괴혈병 증상은 매우 고약스러워서 몸이 피곤하고 허약해지며 팔·다리가 붓고 잇몸에서 피가 난다. 좀 더 진행되면 폐와 신장까지 문제가 생겨 사망에 이른다.
이에 따라 쿡은 선원들의 균형 잡힌 식단을 위해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공급했다. 결국 비타민C 공급으로 괴혈병이 사라지게 됐다.
쿡은 2차 탐험에서 남아프리카의 희망봉을 지나 남극 대륙의 75마일 지점까지 접근하였는데, 당대로서는 대단한 항해 기록으로 평가된다. 그때까지 남극해는 그 누구도 항해한 적이 없는 미지의 바다였다. 쿡은 이곳에서 처음 빙산을 보았고, 이어 남극 대륙이 얼음으로 덮혔다는 것을 발견했다. 2차 항해에서 쿡은 미스터리로 잘 알려진 남태평양 바다의 이스터섬에서 유명한 '모아이'를 발견하기도 했다.
당시 경도를 정확하게 측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웠는데 쿡은 크로노미터(chronometer)를 이용해 경도를 정확하게 측정해 냈다.
쿡에게 주어진 3차 탐사의 목적은 북서항로를 발견하는 것이었다. 당시 유럽 열강은 북극해를 지나 유럽과 아시아를 잇는 북서항로를 경쟁적으로 찾고 있었는데 영국 정부가 이번에도 경험 많은 쿡을 탐사대장으로 임명했다. 1776년 7월, 제임스 쿡은 2차 항해에서 사용했던 2대의 함선에 200여 명의 선원과 과학자들을 태우고 출항했다.
1778년 1월 쿡 일행은 북쪽으로 항해를 시작한 뒤 유럽인 최초로 샌드위치 제도(현재 하와이)를 발견했다. 쿡의 선단은 하와이를 출발, 다시 북상해 북서항로를 발견하려고 했지만 태풍 때문에 하와이로 기수를 돌렸다. 이것이 쿡의 마지막이 됐다. 태풍을 피해 다시 하와이로 들어왔을 때는 과거에 쿡의 부하들이 저지른 행동에 원주민들이 분개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였다. 성난 원주민 수천 명이 그들을 포위하고 공격을 하자 쿡 일행은 상륙선 10m 앞까지 달아났지만 쿡은 원주민들에게 결국 살해됐다.
그는 위대한 항해·탐험가, 지도 제작자였으며 뛰어난 리더십, 불굴의 용기, 탁월한 항해술, 조국에 대한 헌신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었다. 쿡이 빈농의 아들이라는 낮은 지위였음에도 불구하고 당대의 유능한 항해가로, 또 과학자로 떠오른 것은 항해에 과학적인 바탕을 세우고 제도법과 항해술에 새로운 기준들을 과감하게 도입했기 때문이다.
선장이었던 제임스 쿡은 과학사에서 중요하게 여겨진다. 과학적 탐구조사 도중에 맞은 영웅적 죽음, 즉 '과학의 순교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완고한 영국 해군이 비로소 쿡의 희생으로 인해, 그의 행동들이 괴혈병을 완전히 사라지게 만든 원동력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영국 해군은 그를 기리기 위해서라도 그가 주장한 식단을 철저하게 지켰다고 한다.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 회장·과학저술가
*본 콘텐츠의 저작권은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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