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6일. 전남 진도 앞바다에서 대형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소식 직후 '전원 구조'라는 기사가 떴고, 별 일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으나, 오보임이 알려지고 사고라는 단어를 넘어 참사가 발생하고 말았다. 참사가 일어난 후로 한 달 가량이 지났지만 아직도 믿을 수 없고 답답하고 슬프다. 이런 슬픔의 물결은 다른 나이대보다 또래들에게서 특히 심했다. 지금은 우는 학생들은 많이 줄었지만, 기사를 보고 감정 조절이 제대로 되지 않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지기도 했다. 세월호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면 아직도 눈물을 글썽인다.

한 번도 직접 만나본 적이 없는 아이들이지만 우리의 또래이기에, 동생이기에, 또 누군가에겐 자신의 언니, 오빠의 나이와 같기에 더욱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한 번도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는 참사였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들의 조문 행렬이, 구호 물품 보내기가 이어지는 지도 모르겠다.

이번 사고가 특히나 학생들에게 남긴 충격이 큰 이유는 단지 많은 또래들이 세상을 떠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학생들의 죽음과 더불어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무엇이 옳은지에 대한 기본적인 관념들이 흔들렸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부터 어른들의 말을 잘 들어야 한다고 배웠다. 그것이 착한 어린이이고 옳은 길이라고 배웠다. 그래서 객실에서 대기하라는 어른들의 말을 믿었다. 그 결과는 참담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구조자 수와 실종자 수는 바뀌었다. 언론은 확정되지 않은 사실과 유언비어들을 진짜인 것처럼 방송하고 조금 후 오보라고 수정했다. 더욱이 선장은 객실 내에서 기다리라고 말했고, 초기에 구조되었다.

어른들은 말한다. 어른들의 말을 잘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고. 하지만 우리들은 이젠 무엇을 또 누구를 믿어야 할 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가 막막하고 혼란스럽다.

그래도 더 나아질 것이라고 믿으면서 '이제는 조금 바뀌겠지'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 전, 지하철 추돌과 역주행 사고가 연달아 일어났다. 더더욱 불신이 커지고 있다. 고등학생들이 학교에서 선거 이야기가 나오면 선거로 우리나라를 바꾸자는 이야기 대신 "그놈이 그놈이다"라고 자조적으로 말한다. 어른들에게 묻고 싶다.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사고를 겪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물론 사고를 지켜보고 있는 우리 모두는 이번 사고로 어느 정도의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경험했을 것이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시간과 변화가 필요하다. 정말로 긴 시간과 뿌리부터의 변화만이 우리들이 이 사회를, 그리고 어른들을 다시 믿을 수 있는 용기를 줄 것이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일어나지 않도록 학생들도 어른들도 모두 함께 노력하고 변화를 위한 고민과 실천에 힘써야 할 때다.

현수정 학생기자 부산국제고3

※이 지면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