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르몬의 힘은 막강하다. 외모, 성격, 기분, 기억력 등에 관여하며 몸과 마음 구석구석에 영향을 미친다. 여성의 경우 생리 시작 전 1주일은 한 달 중 가장 괴로운 시간이다. 온몸이 붓고 열이 나며 뾰루지가 올라오고 두통까지 겪는다. 또 기분이 우울하고 불안하며 쉽게 화를 내거나 신경질을 부린다. 월경 전 증후군은 100개 이상의 증상이 있는데, 오르락내리락 '롤러코스터'를 타는 에스트로겐 탓이다.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은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 도파민과 단짝이다. 에스트로겐의 농도가 올라가면 두 호르몬도 분비량을 늘리고 에스트로겐 농도가 감소하면 같이 줄어든다. 생리 시작 전 1주일은 배란기에 최고점을 찍었던 에스트로겐 분비량이 빠르게 떨어지는 시기다. 이와 함께 기분도 급격히 나빠진다.
특히 세로토닌은 스트레스와 걱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세로토닌 양이 적은 시기에 기분 나쁜 일이 겹치면 평소보다 감정이 더 격해져 쉽게 울고 화도 잘 내게 된다. 이때 세로토닌 분비량을 늘리는 방법이 있다. 생선이나 달걀, 치즈, 콩, 우유처럼 트립토판이 많은 음식을 먹는 것이다. 트립토판은 필수 아미노산으로, 뇌에 도착하면 화학적 단계를 거쳐 세로토닌으로 바뀐다.
아이스크림이나 쿠키 등 달콤한 간식을 먹는 것도 좋다. 이 시기에는 또 다른 여성호르몬인 프로게스테론이 '당' 대사 속도를 늦춰 혈당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단 음식이 당긴다. 혈당이 높아지면 인슐린 분비량이 늘어나고, 인슐린은 트립토판을 뇌로 빠르게 운반하고 세로토닌의 분비를 촉진해 기분 전환에 도움이 된다.
몸매 또한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40대가 되면 남자는 '똥배'가 나오기 시작한다. 먹는 양을 늘리지 않고 운동을 꾸준히 해도 마찬가지다. 원인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이다. 남성은 보통 35살부터 매년 1%씩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해 60살이 되면 30대의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다.
테스토스테론이 감소하면 기초대사량이 떨어지고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의 활성도 역시 떨어진다. 기초대사량은 사람이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쓰는 최소의 에너지다. 기초대사량이 낮아진 40~50대 남성은 조금만 먹어도 쉽게 살이 찐다. 그렇게 얻은 뱃살은 테스토스테론을 감소시키고, 테스토스테론이 줄어들면 다시 뱃살이 찌게 된다.
시험 공부도 호르몬을 알면 좀 더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시험지를 받으면 갑자기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면서 텅 빈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 있다. 코르티솔의 농도가 올라가면 이해력이 떨어져 시험 때 제 실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것이다. 이럴 때는 차라리 시간이 흐르기를 기다렸다가 시험을 치는 것이 현명하다. 시험지를 받은 뒤에는 스트레스 호르몬이 서서히 분해되면서 기억력과 이해력이 회복되기 때문이다.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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