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언제쯤 양적 완화(자산 매입을 통한 통화공급)를 축소할 것인가에 세계의 눈이 쏠려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물론 각 나라 주식시장의 등락도 연준의 움직임에 좌우됩니다.
미국 월가의 '채권 왕' 빌 그로스는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의 장기 초 완화 정책에 대해 "전 세계가 동시에 위험한 게임을 하고 있다"고 지난 3일 경고했습니다. 연합뉴스 등 외신에 따르면 그는 양적 완화가 최소 2016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면서 "세계 경제와 자산 가치가 인위적으로 부풀려져 갈수록 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마크 파버는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연준이 한 달에 최대 1조 달러까지 양적 완화 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연준은 금융 위기 이후 4조 달러를 풀었고, 현재도 매달 850억 달러(약 100조 원) 상당의 채권을 사들이고 있습니다. 그는 "세계는 대규모 자산 붕괴에 직면할 것이며, 부자들은 재산의 50%까지를 잃어버릴 것"이라는 섬뜩한 전망을 하였습니다.
지난 10월 CNN에 나온 헤지펀드 유니버사의 마크 스피츠나젤 공동 투자책임자(CIO)는 "(오바마 정부와 공화당의)부채 상한 조정과 관련한 기 싸움은 쇼일 뿐"이라고 지적하면서 "진짜 걱정은 미국의 채무 규모이고, 엄청나게 불어난 연준의 보유 채권은 갈수록 통제 불능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물론 이런 최악의 상황에 동의하지 않는 전문가도 많습니다. 최근 내년 주식시장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데 우리나라나 미국 모두 전반적으로 올해보다 좋을 것이라는 관측입니다.
미국이 전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입니다. 그런데 이 같은 혼돈의 벌어지는 현장이 또 있습니다. 지난달 28일 고리원전 1호기가 고장으로 멈췄습니다. 정비를 마치고 가동을 시작한 지 두 달 만입니다. 대다수 언론은 '고리 1호기 고장으로 겨울철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고 보도했습니다. 마치 '고장'이 문제가 아니라 전력 수급이 더 걱정이라는 인상을 줍니다.
환경운동연합은 지난달 말 원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원전 안전성에 대해 국민들의 77.8%가 '우려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정부의 원전 정책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이 53.9%로 나왔습니다. 결과를 뜯어보니 국민의 생각은 훨씬 복잡해 보입니다. 부산 울산 경남이 특히 그렇습니다.(부울경의 표본은 전체 16%인 160명)
'원전을 많이 세우면 위험도 커지는데 괜찮은가'라는 물음에 부울경 주민들의 64.3%는 '대책 마련 후 추진'이라는 입장을, '증설 반대'는 26.7%로 나왔습니다. 원전 추가 건설에 우호적이지만, 증설 반대 목소리는 작게 나온 것입니다. 원전을 축소할 때 전기요금 인상을 감수하겠느냐는 항목에도 부울경만 유독 '인상 감수'(37.8%)보다 '인상 반대'(41.2%)가 높아 눈길을 끌었습니다. 지역에 따라 국민의 4~11%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원전을 더 지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마치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야 겨우 돌아가는 경제처럼, 후쿠시마와 같은 대재앙을 감수하고라도 전기를 통한 풍요를 누려야겠다는 생각. 파국으로 가는 길은 아닌지 한 번 더 살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