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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호 기자의 환경 이야기 <39> 에너지 가격과 환경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1-24 19:12:2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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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의 스모그는 악명 높습니다. 특히 석탄 등을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시민이 늘어나는 겨울에는 상황이 한층 심각해집니다. 베이징 스모그는 최근 외교가에도 해프닝을 불러왔습니다. 게리 로크 주중 미국 대사가 갑작스럽게 사의를 표명했는데 '베이징의 스모그를 견디지 못해 떠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 것입니다. 물론 배경은 있습니다. 중국 이민자의 후손인 로크 대사는 2011년 중국에 부임한 뒤 미국 대사관 부근의 대기오염도를 독자적으로 측정해 수치를 발표해 왔습니다. 주중 미국 대사관은 스모그 때문에 베이징 근무자들에게 '위험 수당'까지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로크 대사는 여러 언론을 통해 "스모그 때문에 사임하는 게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미국에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치기 원한다"고 배경을 따로 설명해야 했습니다.

중국 당국도 스모그 문제 해결을 위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베이징시는 ▷차량 홀짝제 ▷학교 임시 휴교 ▷공장가동 중단 ▷폭죽놀이 금지 등 단계별 스모그 대책을 지난 17일 내놓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1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에너지 가격을 현실화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석탄 석유 천연가스 전기 등 에너지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중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낮게 설정된 에너지 가격 탓에 환경오염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경제 발전은 물론 사회안정까지 위협하고 있다는 최고 지도부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사실 중국의 낮은 에너지 가격은 저임금과 함께 단기간에 경제발전을 이룬 원동력으로 볼 수 있습니다. 때문에 에너지 가격을 높이면 물가상승을 불러오고,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등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중국 당국이 에너지 가격 현실화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은 환경 문제를 그 만큼 심각하게 받아들인다는 쪽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지난 21일 전기요금을 평균 5.4% 올렸습니다. 지난 1월에 이어 올해만 두 차례 오른 것입니다. 중국과는 사정이 좀 다르지만 에너지 가격에 대한 논란은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들은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발하고, 서민 입장에서는 기업에는 원가 이하로 공급하면서 부담은 저소득층에 떠안기느냐며 목소리를 높입니다.

환경이냐, 에너지냐.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최근 내셔널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블랙아웃'이라는 프로그램이 방영됐습니다. 사이버공격 때문에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정전사태가 벌어진다는 내용입니다.

첫날은 교통신호가 꺼지면서 도로가 아수라장이 되는가 하면 지하철마저 멈춰 도시에 일대 혼란이 일어납니다. 다음 날은 집안 냉장고에 음식이 상하며, 사흘쯤 지나자 마실 물이 없어지고, 슈퍼마켓의 상품 진열대는 텅 비어 버립니다. 그 이후에는 사람들이 이성을 잃기 시작하고, 모든 도덕관념은 마비가 된 채 세상은 점차 생지옥으로 변해갑니다. 이유는 단 하나, 전기가 끊겼기 때문입니다.

스모그로 대표된 환경오염이 심각해지면 경제 발전-부와 편리함-도 의미가 퇴색합니다. 우리가 누리는 거창하고 화려한 것 같은 현대문명은 전기라는 하나의 요소만 빠져도 모래 위에 지은 집처럼 와르르 무너져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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