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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STI의 과학향기] 기발하고 황당한 '이그노벨상' 올해 수상자는?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0-30 20:01:32
  •  |   본지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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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의 잡지, '기발한 과학 연구(AIR)'는 지난달 12일 하버드대 선더스 극장에서 제23회 이그노벨상 시상식을 열었다. 수상 목록을 보면 황당하고 우습지만 영 엉터리는 아니다. '처음엔 사람들을 웃기지만, 그런 뒤에 생각하게 하는' 연구라는 원칙으로 선정되기 때문이다.

올해 심리학상을 수상한 연구는 '술'에 대한 것이라 더 흥미롭다. 우리는 흔히 술을 마시면 안 예쁘던 여자도 매력적이고, 못 생겼던 남자도 멋져 보인다고 말한다. 이른바 '비어 고글' 현상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로랑 베규와 미국의 브래드 부시맨 등으로 이뤄진 공동 연구진은 이와 조금 다른 견해를 내놨다. '술 취한 사람은 자신을 매력적으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연구진은 술 취한 사람들에게 자신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발표하게 했다. 그러자 맨 정신일 때보다 훨씬 똑똑하고 매력적인 사람으로 인식한다는 게 드러났다. 어쩌면 이런 이유 때문에 술에 취하면 사랑을 고백하기 쉬운지도 모른다.

의학상은 심장을 이식한 쥐에 오페라를 들려준 일본 연구진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쪽은 그냥 두고, 다른 쪽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들려줬다. 그 결과 음악을 듣지 않은 쪽은 평균 1주일 뒤에 죽었지만 오페라를 감상한 쪽은 3주 넘게 살았다. 이를 통해 연구진은 '음악이 동물의 면역계를 진정시킬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이그노벨상은 사망한 과학자에게도 주어진다. 올해 안전공학상을 받은 미국의 발명가 구스타노 피조는 2006년 타계한 사람이다. 그는 비행기 납치범을 캡슐에 넣고 낙하산에 묶어 경찰에게 내려 보내는 방법을 고안해 1972년 미국 특허를 받았는데, 이것이 올해 안전공학상 부분에 뽑혔다.

사람이 물 위를 걸을 수 있을지 연구한 이탈리아 알베르토 미네티 교수팀은 물리학상을 받았다. 이들에 따르면 지구 중력(중력가속도 9.8㎨)의 16% 정도인 달의 중력에서 사람이 물갈퀴를 부지런히 구르면 물에 빠지지 않는다. 만약 달에 호수가 있다면 사람들이 그 위를 걷는 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화학상은 양파 껍질을 벗기면 눈물이 나는 이유를 보다 자세히 밝힌 일본 과학자들이 수상했다. 앉아 있는 소가 누웠다가 일어나는 시간을 측정한 연구는 확률상을 받았다. 영국의 버트 톨감 박사팀은 암소 73마리의 다리에 센서를 붙이고, 앉았다 서는 변화를 컴퓨터로 측정해 통계를 냈다. 그 결과 암소는 누운 지 15분 정도 지난 시점에서 일어설 확률이 높았다. 이 연구는 암소의 발정이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데 쓸모 있는 기초자료가 될 수 있다.

생물학-천문학 통합상을 받은 주인공은 쇠똥구리를 연구한 스웨덴의 마리 데크 박사팀이다. 쇠똥구리는 자신이 만든 쇠똥경단을 옮기는데 태양이나 달을 보고 방향을 찾는다. 데크 박사팀은 쇠똥구리가 달이 없는 밤에는 은하수를 기준으로 길을 찾는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올해 수상자들은 상금으로 10조 달러(약 1경 860조 원)를 받는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하지만 기준 화폐가 미국 달러가 아닌 짐바브웨 달러. 2009년 사용 중단된 100조 짐바브웨 달러를 우리 돈 4000원 정도면 살 수 있다.

박태진 과학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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