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냥 성공여부와 관계 없이
- 체온은 일정한 수준 유지
오랜 속설 중 하나. 쏜살같이 사슴을 쫓아가던 치타가 갑자기 사냥을 멈추는 것은 체온이 급속히 올라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1973년 달리기용 운동기구를 이용한 실험실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사냥감을 쫓다가 치타의 몸이 뜨거워지면 포기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과학자들이 측정한 치타의 최고 체온은 40.5도. 이 연구결과는 '치타의 사냥 성공률이 낮은 것은 엔진과열 탓'이라는 상식을 만들었다. 100m를 7.19초 만에 주파하는 젊은 수컷 치타에게는 다소 부끄러울 수 있는 얘기. 하지만 치타의 사냥 성공률이 40% 안팎에 불과하고, 사자나 표범 같은 경쟁자들과 비교해도 하위권에 속하는 성적을 고려하면 지난 30년간 이 결과는 정설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11일 '사이언스' 인터넷판에 따르면 이는 과학적 근거가 희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아공 비트바테르스란드 대학 연구팀은 '실험실 연구'의 결과가 야생 치타에게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로빈 헤템 박사팀은 지난달 말 '바이올로지 레터스'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런 얘기는 대부분 여행 가이드들이 사파리 투어에서 치타와 마주칠 때마다 여행객들에게 들려주는 단골 메뉴"라면서 "네 마리의 야생 치타 체온을 관찰한 결과 사냥의 성공 여부와 무관하게, 심지어 사냥감을 쫓는 도중에도 치타의 체온은 거의 일정한 수준을 유지한다"고 밝혔다.
더 놀라운 사실은 치타가 달리기를 멈춘 후에 체온이 한때 오르기는 하지만 사냥에 성공했을 때의 체온 상승 폭(1.3도)이 실패했을 때(0.5도)보다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는 '사냥에 성공한 치타의 체온이 실패한 치타의 체온보다 높다'는 뜻으로 '엔진 과열(체온 상승)이 치타의 달리기를 멈추게 한다'는 지금까지의 상식과는 다른 것이다.
헤템 박사팀은 아프리카 나미비아의 터스크 트러스트 치타 보호캠프에 서식하는 야생 치타 여섯 마리에 센서를 부착했다. 자연 상태에서 치타의 체온과 활동 패턴을 관찰하기 위해서다. 실험 기간 중 두 마리가 표범에게 공격을 당해 네 마리를 통해 체온과 활동을 관찰했다.
이번 연구에서 사냥에 성공한 치타는 약 40분 후, 실패한 치타는 약 15분 후에 체온 상승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사냥에 실패한 치타보다 사냥에 성공한 치타의 체온이 높았던 이유에 대해 "사냥에 성공해 먹잇감을 확보한 치타의 체온이 상승한 것은 자신의 먹이를 노리는 다른 맹수들을 경계하느라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이라고 해석했다. 런던 동물학회의 사라 듀란트 박사는 이에 대해 "치타가 사냥감을 쫓거나 사냥감을 죽이는 소리를 듣고 하이에나가 몰려드는 것은 흔한 일"이라며 "치타는 사냥이 끝난 후 먹이를 먹는 동안 고도의 긴장 상태를 유지한다. 그들은 사냥 후 주위를 두리번거리는 데 시간을 허비하는데, 이는 다른 맹수들의 접근을 경계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헤템 박사는 "사냥에 성공한 치타가 먹이를 먹은 후 이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체온이 상승한다는 가설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사슴과 임팔라를 대상으로 시행된 선행연구에서 '동물은 공포를 느낄 때 체온이 상승한다'는 결론이 난 바 있는데, 사냥에 성공한 치타의 체온이 상승한 것도 스트레스 반응의 하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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