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국제신문은 '기후변화 적응에 도시 미래 달렸다'는 기획시리즈를 다뤘습니다. '경험에서 배운 뉴올리언즈'(지난해 6월 25일자 25면) 사례를 취재했는데,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허리케인 시즌 3단계 행동요령에 관해 간단히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이 지역 한인교포 사회에는 허리케인에 대비한 새로운 메뉴얼이 배포됐습니다. 배울 점이 있는 것 같아 내용을 다시 살펴봤습니다.
루이지애나 뉴올리언즈 지역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탓에 초토화된 곳입니다. 자연재해에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재난 대비 메뉴얼에는 ▷작성 목적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사항 ▷단계별 행동 요령 등이 담겨 있습니다. 허리케인 등급 기준과 등급별 예상 피해 규모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 있습니다.
메뉴얼은 허리케인 시즌이 시작되기 전인 6월에 차량용 보조 연료와 휴대용 라디오 및 건전지, 비상 식수와 식량, 손전등, 응급 약품, 현금과 담요, 튼튼한 신발 등을 준비하라고 권유합니다. 창문을 보호하기 위해 나무판자를 미리 구해놓고 정전과 단수에 대비한 휴대용 가스버너, 생활용수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막상 상황이 닥쳤을 때는 구입하기도 어렵고 가격도 비싸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특히 정전이 되면 은행 자동인출기 작동이 멈추므로 반드시 현금을 확보하라고 강조합니다. 상황이 심각해 대피해야 할 때에는 자동차 연료가 가장 중요하다고 전하면서 허리케인 진로가 윤곽을 드러내면 자동차 연료통을 꽉 채워두라고 권합니다.
허리케인 대비 단계별 행동요령도 구체적입니다. 허리케인이 오기 전과 주의보·경보 발령 때, 지나간 뒤로 나눠 설명합니다. 허리케인이 오기 전에는 언론을 통해 이동 예상경로를 주시하면서 안전한 지역을 찾아 대피 계획을 세웁니다. 특히 이산가족이 될 때를 대비해 미리 상황이 종료된 이후 모일 약속 장소도 정합니다. 피해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친인척을 연결고리로 중요한 연락사항을 알리고, 그를 통해 상황을 파악하도록 약속합니다. 집안을 보호하기 위해 창틀에 X형 나무판자로 지지대를 붙입니다. 나무판자가 없으면 테이프를 여러 겹 바릅니다.
허리케인 피해 권역에 들어가면 비상용품을 재점검하고, 집 마당에 내놓은 물건을 모두 집 안으로 들여놓습니다. 냉장고와 냉동고는 사용을 자제하고, 욕조나 항아리 등에 최대한 생활용수를 확보합니다. 귀중품과 개인서류는 방수처리된 용기에 담아 집안 높은 곳에 둡니다. 대피령이 내리면 최대한 신속하게 떠나는데, 침수된 도로와 유실된 다리가 있는지 파악해야 합니다. 집안의 전기코드는 모두 뽑습니다. 대피하지 못했을 때에는 창문에서 가능한 멀리 떨어져 있고, 집 주위에 큰 나무가 있을 때는 나무가 쓰러져 건물을 덮칠 수 있으므로 안전한 방향에서 머물러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허리케인이 지나간 뒤 집으로 돌아왔을 때는 뱀이나 곤충, 유기동물을 조심하고 전기와 가스를 함부로 켜지 말라고 충고합니다.
설마 우리나라에 이런 메뉴얼이 필요할 일이 있을까 생각이 들수도 있습니다. 뉴올리언즈 주민도 10년 전에는 이런 메뉴얼에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달라진 것은 카트리나 이후입니다. 허리케인 예보가 나오면 3~4일 전부터 시내가 텅텅 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