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크 오일'에 관해서는 이야기를 많이 하지만 우라늄 고갈에는 큰 관심이 없는 것 같습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핵 발전소 사고 이후 주춤하던 원자력에 관한 기대가 다시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미국 영국 등 세계 각국은 원전을 깨끗하고 풍부한 에너지원이라며 추켜세웁니다. 지속적인 경제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는 논리지요. 하지만 최신 연구에 따르면 우라늄 공급이 곧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은 종합환경과학(Science of the Total Environment)에 발표된 연구를 인용해 우라늄의 채굴 가능량이 오는 2015년 58㏏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후 서서히 채굴량이 줄기 시작해 2025년이면 54㏏ 수준으로 줄어들고, 2030년에는 41㏏까지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연구를 주도한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 마이클 디트마르(핵물리학) 박사는 "이 같은 채굴량은 10~20년 안에 현재 가동 중인 원전이나 앞으로 건설 예정인 핵발전소에 공급하기에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오는 2025년까지 매년 1%의 원자력 발전소를 퇴출한다고 가정해도 공급 부족을 피하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디트마르 박사팀은 지난 5년의 우라늄 동향을 분석했는데, 이는 채굴이 새로운 시기에 접어들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기간 우라늄은 약 250㏏ 채굴됐습니다. 문제는 채취되는 우라늄의 질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질이 낮은 우라늄은 원자력 발전소의 에너지 생산성에도 영향을 줄 게 틀림없습니다. 연구팀은 "2015년 이후에는 평균적으로 연간 우라늄 채굴량이 0.5㏏씩 줄어들 것이다. 이후로는 감소 속도가 더 빨라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 "반면 수요는 매년 1%씩 증가할 것이다. 예측하건대 5년 안에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이고, 이에 따른 가격 상승도 불가피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최근 영국에서는 2년 안에 엄청난 블랙아웃(대규모 정전 사태)이 벌어질 것이란 경고가 나왔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영국 정부는 100억 파운드(약 17조2500억 원)를 원전 사업에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원전을 에너지 공급의 중심으로 밀고 나가겠다는 전략입니다. 영국 정부는 86%의 전력을 핵에너지를 통해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며, 2050년까지 75GW의 설비를 갖춘다는 의미입니다.
디트마르 박사는 영국 정부의 에너지 정책에 대해 혹독하게 비판했습니다. 그는 특히 중국의 원전 건설 추이를 거론하면서 우라늄 고갈의 심각성을 설명했습니다. 이런 비판이 영국 정부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 정부도 에너지 공급의 핵심으로 원전의 육성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은 "값싼 우라늄 공급의 종료는 가격 폭등과 함께 공급 부족, 전력 대란 등 치명적인 퇴출 시나리오를 여러 나라에서 불러올 것"이라고 경고하면서 파국을 늦출 제안을 내놓습니다. 우라늄 공급 부족을 오는 2025년까지 늦추는 한 가지 방법은 '자발적으로 원자력 에너지를 퇴출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다른 한 가지 대안은 여전히 막대한 양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러시아 군부의 우라늄에 접근하도록 허용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