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전문지 '네이처' 온라인 판에는 최근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메디치 가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등 예술가와 문학을 후원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운동을 주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메디치 가문은 15~16세기 피렌체공화국을 실제로 통치했습니다. 평범한 중산층이었으나 은행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뒤 교황을 배출하고 나중에는 프랑스 왕실의 일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가진 엄청난 재산과 권력으로도 가문을 이어나갈 어린 손자 손녀들의 건강은 지킬 수 없었나 봅니다. 오히려 화려한 생활이 독이 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이처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플로렌스의 산 로렌소 성당에 안치된 어린이 유골 아홉 구를 발견했습니다. 이탈리아 피사 대학의 발렌티나 지우프라(고생물병리학) 박사는 16세기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메디치 가문 출신 어린이들의 유골을 분석했습니다.
육안과 엑스레이를 통해 구루병 징후를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의 팔다리뼈가 휘어 있었는데, 과학자들은 이것이 극도로 약해진 뼈 때문에 바닥을 기어다녀 발생한 현상으로 분석했습니다. 아홉 명 중의 한 명인 '돈 필리포'(1577~1582)는 두개골이 약간 변형돼 있었는데, 이는 화가들이 그린 초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모습입니다. 지우프라 박사팀은 필리포의 두개골이 변형된 것도 구루병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구루병은 비타민 D 결핍으로 뼈가 약해지고 심지어 변형되는 질병입니다. 구루병은 달걀이나 치즈 같은 식품을 섭취하고, 햇볕을 잠깐씩 쬐면 쉽게 예방할 수 있는 병입니다. 햇빛이 인체의 비타민D 합성을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메디치 가문 아이들의 구루병이 그들이 누렸던 '축복받은 환경', 다시 말해 과도한 실내생활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합니다. 지우프라 박사는 "구루병은 보통 도시 빈민들이 걸리는 질병으로 알려졌다"면서 "신생아에서부터 다섯 살에 이르는 메디치가의 어린이들은 그들의 영양상태가 양호할 것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그들이 구루병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16세기에는 유아들을 포대기 등으로 단단히 싸매는 게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는데, 메디치 가문의 어린이들은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여러 겹의 포대기에 싸인 채 생활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흙바닥에서 뒹굴던 같은 또래의 평범한 아이들만큼 충분한 햇볕을 쪼이지 못했던 것입니다.
연구팀은 메디치 가문의 성인 여성들도 비타민D 결핍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신생아들은 출생 전에 어머니를 통해 비타민 D를 공급받는데, 이번 연구에 포함된 두 명의 신생아들이 구루병 징후를 나타낸 것은 그들의 어머니들조차 비타민 D가 부족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것입니다.
영국 레딩대학의 메리 루이스(인류학) 교수는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어린이는 비좁은 집에 살기 때문에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 뛰어놀 수 있었다. 그러나 귀족은 자기 아이가 햇볕에 그을리는 것을 싫어했다. 피부가 그을렸다는 것은 곧 자기 집이 좁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