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김용호 기자의 환경 이야기 <31> 돈의 역설…이탈리아 메디치家 어린이 잔혹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6-23 19:49:48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과학 전문지 '네이처' 온라인 판에는 최근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에 관한 기사가 실렸습니다. 메디치 가문은 레오나르도 다 빈치와 미켈란젤로 등 예술가와 문학을 후원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이탈리아의 르네상스 운동을 주도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메디치 가문은 15~16세기 피렌체공화국을 실제로 통치했습니다. 평범한 중산층이었으나 은행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뒤 교황을 배출하고 나중에는 프랑스 왕실의 일원이 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들이 가진 엄청난 재산과 권력으로도 가문을 이어나갈 어린 손자 손녀들의 건강은 지킬 수 없었나 봅니다. 오히려 화려한 생활이 독이 됐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네이처에 따르면 과학자들은 플로렌스의 산 로렌소 성당에 안치된 어린이 유골 아홉 구를 발견했습니다. 이탈리아 피사 대학의 발렌티나 지우프라(고생물병리학) 박사는 16세기에 태어난 것으로 추정되는 메디치 가문 출신 어린이들의 유골을 분석했습니다.

육안과 엑스레이를 통해 구루병 징후를 발견했습니다. 아이들의 팔다리뼈가 휘어 있었는데, 과학자들은 이것이 극도로 약해진 뼈 때문에 바닥을 기어다녀 발생한 현상으로 분석했습니다. 아홉 명 중의 한 명인 '돈 필리포'(1577~1582)는 두개골이 약간 변형돼 있었는데, 이는 화가들이 그린 초상화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모습입니다. 지우프라 박사팀은 필리포의 두개골이 변형된 것도 구루병 때문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구루병은 비타민 D 결핍으로 뼈가 약해지고 심지어 변형되는 질병입니다. 구루병은 달걀이나 치즈 같은 식품을 섭취하고, 햇볕을 잠깐씩 쬐면 쉽게 예방할 수 있는 병입니다. 햇빛이 인체의 비타민D 합성을 촉진하기 때문입니다.

연구팀은 메디치 가문 아이들의 구루병이 그들이 누렸던 '축복받은 환경', 다시 말해 과도한 실내생활에서 비롯됐다고 설명합니다. 지우프라 박사는 "구루병은 보통 도시 빈민들이 걸리는 질병으로 알려졌다"면서 "신생아에서부터 다섯 살에 이르는 메디치가의 어린이들은 그들의 영양상태가 양호할 것으로 짐작했다. 그런데 그들이 구루병에 걸렸다는 분석이 나오자 우리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16세기에는 유아들을 포대기 등으로 단단히 싸매는 게 좋다는 인식이 퍼져 있었는데, 메디치 가문의 어린이들은 으리으리한 저택에서 여러 겹의 포대기에 싸인 채 생활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흙바닥에서 뒹굴던 같은 또래의 평범한 아이들만큼 충분한 햇볕을 쪼이지 못했던 것입니다.

연구팀은 메디치 가문의 성인 여성들도 비타민D 결핍에 시달리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신생아들은 출생 전에 어머니를 통해 비타민 D를 공급받는데, 이번 연구에 포함된 두 명의 신생아들이 구루병 징후를 나타낸 것은 그들의 어머니들조차 비타민 D가 부족했다는 것을 시사한다는 것입니다.

영국 레딩대학의 메리 루이스(인류학) 교수는 "가난한 집안에 태어난 어린이는 비좁은 집에 살기 때문에 틈만 나면 밖으로 나가 뛰어놀 수 있었다. 그러나 귀족은 자기 아이가 햇볕에 그을리는 것을 싫어했다. 피부가 그을렸다는 것은 곧 자기 집이 좁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3. 3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4. 4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5. 5[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6. 6[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7. 7트럼프, 이란 ‘7일 계획’ 제안 거부…선거 후 폭격 가능성
  8. 8“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9. 9[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10. 10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1. 1[속보] 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공개 논란에 “원칙 따라 대응”
  2. 2“개인통관고유부호 도용 의심 신고 3년 새 46배 증가”
  3. 3군·유엔사 ‘DMZ 지뢰 추정 폭발’ 현장 조사 절차 시작
  4. 4조희대 대법원장 '재제청 거부' 여진…여야 공방 계속
  5. 5李대통령 “한·멕시코 무역협정 논의 조속 재개해야”
  6. 6국힘, DMZ 지뢰사고 공세 지속…“증거유실 기다리나”
  7. 7[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8. 8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9. 9[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10. 10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1. 11243회 로또 복권 1등 12명…당첨금 각 25억 9252만 원씩
  2. 2음주로 목숨 잃은 여성 10년새 증가…50대 유독 늘어
  3. 3빠르게 느는 '10대 마약밀수범'…올해 적발인원, 작년 넘어서
  4. 4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5. 5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6. 6[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7. 7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8. 8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9. 9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10. 10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1. 1추석 연휴 70대 노모 살해한 50대 딸 검거
  2. 2비 와도 ‘부캉이’ 보러 북항 북적…추석 연휴 23만명 몰려
  3. 3[날씨칼럼] 가을 태풍, ‘설마’하는 안일함보다 ‘미리’ 대비해야
  4. 4부울경 오후까지 흐리고 비…낮 최고 22∼24도
  5. 5부하 직원 상습 성추행한 60대 임원 징역형 집유
  6. 6추석 연휴 셋째날 부산→서울 7시간…귀성길 정체 풀려
  7. 7남양주서 70대 여성 흉기 피습…50대 운전기사 체포
  8. 8부산 부암고가교서 차량 4중 충돌, 5명 부상…한때 양방향 통행 통제
  9. 9추석 연휴 셋째 날 귀경길 정체 완화…부산→서울 5시간40분
  10. 10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1. 1[속보] 한국, 아시안게임 e스포츠 대전격투 첫 금메달
  2. 2남자 사브르, 일본에 45-44 역전승…아시안게임 단체전 4연패
  3. 3한국 남자핸드볼, 중국 꺾고 8년 만에 아시안게임 4강
  4. 4[속보] 여자농구, 일본 꺾고 12년 만에 금메달…남녀 동반 우승
  5. 5한국 야구, 중국 꺾고 결승 진출…27일 일본과 금메달 결정전
  6. 6[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7. 7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8. 8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9. 9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10. 10[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