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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 북부의 풍력발전기 아래로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 국제신문DB |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한국인이 꼭 가봐야 할 국내 관광지 99' 가운데 경북 영덕군의 '블루로드'가 있습니다. 해맞이공원, 강구항 등과 함께 풍력발전단지가 여행코스에 포함됩니다. 스토리텔링과 접목해 '도보여행' '달맞이여행' 등 행사를 개최하는데 한 해 수십만 명이 몰리는 곳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대형 풍력단지로, 2005년에 조성된 영덕 풍력발전소는 인근의 관광 자원과 어우러져 지역을 대표하는 상품이 되고 있습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는 미델그룬덴이라는 해상풍력단지가 있습니다. 풍력발전기 20기 중 절반은 비정부기구(NGO)회원이 공동 투자해 세운 것입니다. 코펜하겐 항구에서 배를 타고 발전소를 둘러보는 상품이 있는데, 1시간30분 코스에 50만 원이나 받습니다. 독일 북부에는 더는 꽂을 데가 없을 정도라고 할 만큼 풍력발전기가 많습니다. 바람개비 아래서 양들이 풀을 뜯는 장면은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입니다.
2007년 시작된 부산의 풍력발전 사업이 갈림길에 섰습니다. 부산시와 한국수력원자력, 기후변화에너지대안센터가 공동으로 추진 중인데, 예정지는 사하구 승학산 능선입니다. 승학산은 해발 490m로, 연평균 풍속이 초속 6~8m로 조사돼 풍력발전에 최적의 조건을 갖춘 것으로 평가됩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이곳에 2㎽ 규모의 풍력발전기 5기를 설치할 예정입니다. 이번 사업은 부산시와 공기업, 환경단체에 뿌리를 둔 사단법인 기후변화센터가 힘을 모았다는데 의미가 큽니다.
문제는 주민의 여론입니다. 소음과 환경 훼손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주민 처지에선 당연합니다.
먼저 소음입니다. 예정된 5기 가운데 4호기가 주택가와 가장 가깝습니다. 주택가와 700m 거리입니다. 한수원은 풍력발전기에서 400m 이상 떨어지면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승학산 억새에 대한 훼손 논란도 있는데, 한수원과 부산시는 친환경 공법으로 시공하고, 이후 경관을 복구하면 문제가 안 된다는 태도입니다. 게다가 풍력발전기 주변에 테마파크를 조성해 영덕군처럼 관광상품 등으로 활용할 계획입니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부산지역에 크게 도움이 될 것입니다. 풍력발전을 통해 얻은 수익금 일부를 지역발전을 위해 환원하는 것은 물론 발전소 건설과 운영 과정에서 인력 고용 등 일자리가 만들어집니다. 부산시는 사업이 확정되면 풍력단지설계를 지역 기업에 맡겨 기술력을 확보하도록 유도하고, 제작과 시공에도 지역업체의 참여를 보장하겠다는 방침입니다. 부산지역 대학도 풍력발전단지 조성에 참여할 기회를 잡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도시 도심 안에 풍력발전기가 돌아간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도시 브랜드가 될 것이란 기대감도 내놓습니다. 신재생에너지 전국 꼴찌인 부산의 위상을 단번에 끌어올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풍력발전기 안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고, 낙동강 전망대로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옵니다. 물론 그 반면에 낙동강 일대를 조망할 수 있는 승학산의 매력이 반감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승학산 풍력발전 문제는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닙니다. 선택의 문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