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좀 난감한 상황에 빠졌습니다. 국가지질공원 지정 때문입니다.
부산대와 부경대를 중심으로 부산 지질학계는 2~3년 전부터 부산을 국가지질공원으로 인증받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지질공원은 지질학적 가치가 있는 명소를 공원으로 지정해 지역경제 발전을 이끌자는 취지로 환경부가 지정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올 초 제주도와 울릉도가 처음으로 지정됐습니다. 강원도와 서해안 일대 지자체들이 너도나도 국가지질공원 인증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부산시는 지난 19일 해운대 아르피나에서 '부산시 국가지질공원 포럼'을 열었습니다. 환경부와 국립문화재연구소, 국가지질공원 사무국 관계자 등을 초청해 지질공원으로 인증받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입니다. 허남식 부산시장이 짬을 내 회의장에 들러 인사를 했습니다. 김병곤 환경녹지국장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국가지질공원 지정의 요건 가운데 하나인 지질해설사 교육도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이뤄졌습니다.
포럼 시작 부분에서 과연 부산이 충분한 지질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하지만 부산대 손문(지질환경과학학과) 교수의 '부산국가지질공원 추진 현황' 발표를 통해 어느 정도 해소됐습니다.
부산시의 입장이 난처해진 이유는 다른 데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질공원 총회 준비위원장인 강원대 우경식(지질학과) 교수 등 참석자들이 한결같이 지적한 대목입니다. 부산시에 전담 조직이 있느냐는 것입니다. 이미 지정된 제주도의 사례도 거론됐습니다. 전임 도지사 시절 지질공원 관리를 위해 국장급을 단장으로 하는 조직을 만들겠다고 약속했지만 단체장이 교체되면서 과장급 조직으로 격하되었다는 것입니다. 우 교수는 "지질공원의 지정 목적 가운데 하나는 지역 경제의 활성화다.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곳 대부분이 강원도 등 대도시가 아닌 지역이라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면서 "부산은 태종대에 지질공원을 정해 놓고 해운대 고급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 와서 장사하면 공원 지정 취지에 어긋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러므로 관리전담조직의 필요성이 더 강조된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담조직에 대한 문제로 논의의 초점이 모이자 포럼 중간에 부산시 공무원 가운데 지질학 전공자가 18명이나 된다는 이야기까지 나왔습니다. 한 참석자는 "지질학 전공자가 많으면 뭐하나. 모두 다른 업무를 맡고 있다. 부산국가지질공원 유치 담당 부서에는 지질학 전공 인턴사원만 한 명 있는 것으로 안다"고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부산시는 어지간해서 새 조직을 만들지 않습니다. 수년 전부터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기후변화 담당 부서를 확대해야 한다고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서울시의 일개 구청 수준인 인력을 보강하라는 요구인데, 아직 묵묵부답입니다.
이날 포럼 중 해설사 교육을 대전이나 서울까지 가서 받기가 어렵다는 볼멘소리가 있었습니다. 주제발표자 가운데 한 명이 명쾌한 대답을 줬습니다. "제발 시장 업적 쌓기용으로 접근하지 마라. 여건이 안 된다면 지질공원 인증받을 생각조차 말아야 한다." 부산시가 망신만 당하는 것 아닌지 모르겠다는 지질학계의 우려가 허투루 들리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