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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게 |
2008년 9월께 오스트리아 제1의 공업도시 그라츠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기후변화 대응 현장을 취재하기 위한 출장이었는데, 그라츠 시는 당시 그라츠 공과대학과 협력을 통해 유채기름을 원료로 한 바이오디젤이나 폐식용유를 재활용하는 것에서 대단한 성과를 거두고 있었습니다. 시내버스 대부분이 재활용 폐식용유나 바이오 연료를 사용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특히 그라츠 인근 베데이(BDI·Bio Diesel International)는 해양바이오디젤 연구를 벌써 수년째 해오고 있었습니다. 오스트리아는 유럽 내륙이어서 해양바이오디젤에 관심을 둘 만한 처지가 아니었습니다. BDI 기술연구소장이 "바다 식물에서 바이오디젤을 추출할 수 있는지, 경제성은 얼마나 되는지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오스트리아는 바다와 접하고 있지 않으나 기술 축적과 미래의 에너지 확보를 위해 해양바이오 연구를 시작했다"고 말하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흔히 바다를 '자원의 보고'라고 합니다. 예전에는 주로 식량 분야를 말했는데 요즘은 해양 바이오에너지에 관한 관심의 비중이 더 큰 것 같습니다.
최근 '사이언스 데일리'는 노르웨이의 한 연구팀이 해양생물인 멍게(Tunicate)를 바이오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멍게는 해저 바닥 등에 살면서 박테리아를 섭취하는데, 우리나라와 일본에서는 식용으로 많이 이용됩니다. 그런 멍게를 미래의 에너지 자원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니 놀랍습니다.
노르웨이 베르겐대학의 에릭 톰슨(생물학과) 교수는 "멍게의 외피는 당류의 집합체인 셀룰로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셀룰로스를 분쇄하면 에탄올을 생산할 수 있다. 이 에탄올은 자동차 바이오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또 비교적 단단한 외피로 둘러싸인 멍게 등 해초류의 몸체는 다량의 단백질과 오메가-3로 구성돼 물고기 양식장의 먹이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같은 대학의 트로드슨 박사는 "현재 바이오 연료로 사용되는 옥수수 사탕수수 대두 등은 인간의 식용작물이기 때문에 지속 가능하지 않다. 때문에 바이오에탄올 산업은 목재 등과 같이 식용이 아닌 물질을 활용하는 방향으로 연구가 주로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그러나 나무 속에 들어있는 셀룰로스를 분해해 에탄올로 변환하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멍게 속에 있는 셀룰로스를 에탄올로 변환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복잡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더구나 목재나 식용작물을 원료로 한 바이오에탄올 보다는 멍게 등 해초류를 이용하는 것이 환경친화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바이오연료를 생산하기 위해 산림을 황폐화하는 등의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또 트로드슨 박사는 멍게를 바이오에탄올 원료로 활용해도 먹이사슬에 큰 영향을 주지 않는 것도 장점이라고 설명합니다. 멍게 등은 성장 속도가 빨라 4~6개월이면 수확이 가능할 정도라는 것입니다.
물론 연구가 더 깊이 진행되면 생각지 못한 부작용이 발견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앞으로 닥칠 에너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노력은 멈출 수 없습니다.